(공연장 부족①)서울 월드컵경기장 콘서트 개최…잔디 훼손 '불가피'
서울시설공단, 올해만 이례적으로 3회 콘서트 대관 결정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리모델링에 따른 공연장 부족 여파
잔디 훼손 우려 항의글 쇄도…서울시 "유의사항 전달"
사후약방문 대응에 축구팬 '분통'
입력 : 2024-04-15 06:00:00 수정 : 2024-04-15 06:00:00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서울월드컵경기장의 관리주체인 서울시설공단이 이례적으로 올해만 3회 K팝 콘서트 대관을 결정했습니다. 축구팬들은 잔디 훼손을 우려해 서울시설공단 홈페이지에 지난달부터 항의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경기장 잔디 전문가도 콘서트 진행시 잔디 훼손을 막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는데요. 서울시설공단은 잔디 훼손을 막기 위한 메뉴얼 공지를 개진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놨습니다.
 
14일 서울시설공단에 따르면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선 올해에만 3회 콘서트 대관이 결정됐습니다. 세븐틴은 오는 27·28일 앙코르 투어 ‘팔로우-어게인 투 서울'을, 임영웅은 5월 25·26일 '아임 히어로-더 스타디움'을, 아이유는 9월 21·22일 ' '2024 아이유 허 월드 투어 앙코르 콘서트'를 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합니다. 
 
해당 결정에 축구팬들은 지난달부터 26일부터 서울 월드컵경기장 홈페이지에 경기장 내 잔디 훼손을 우려하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는데요. 잔디 훼손을 우려해 콘서트를 반대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결정 이후 게재된 항의글만 45건이 올라와 있는 상태로 이전 잼버리 콘서트 당시 잔디 훼손 우려 항의 글(4건)과 비교하면 1025% 급증한 상태입니다. 
 
항의글 최초 작성자는 "시즌 진행중임에도 불구하고 공단에서 허가한 세븐틴 등 가수의 콘서트로 경기장을 대관해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콘서트로 인한 무대와 관객석 설치 등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경기장 내 잔디의 손상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콘서트 반대 의견을 내놨습니다. 
 
하이브(352820) 측이 공개한 좌석 배치도에는 그라운드에 VIP석과 R석 일부가 배치돼 있습니다. 축구팬들은 하이브가 그라운드 잔디 보호를 고려하지 않고 좌석을 배치했다고 문제를 제기한 겁니다.
 
세븐틴 앙코르 투어 ‘팔로우-어게인 투 서울' 좌석 배치도.(사진=인터파크 홈페이지 캡처)
 
월드컵경기장은 단독 콘서트 대관이 자주 열리지 않는 곳인데요. 2009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드림콘서트가 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됐지만 잔디를 새롭게 깐 뒤 2022년부터 드림콘서트도 다른 장소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가수 단독 공연은 가수 싸이, 빅뱅, 지드래곤이 각각 2013년, 2016년, 2017년 공연을 열었습니다. 연도별 횟수로 따지면 사실상 2013~2021년까지 가수 단독 공연은 3건에 그칩니다. 
 
서울시설공단은 지난 2021년 10월 예산 10억원을 들여 월드컵경기장 잔디를 천연 잔디 95%와 인조 잔디 5%를 섞은 하이브리드 잔디로 교체한 바 있는데요. 잔디를 새롭게 깐 뒤로 보호를 위해 1년간 콘서트 등 대관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작년 8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K팝 콘서트 이후 9월 MBC '아이돌라디오 라이브 인 서울'이 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됐습니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3차례나 단독 콘서트가 진행됩니다. 지난해 8월 최대 10만 명을 수용하는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이 리모델링에 따른 여파로 콘서트 장소 부족으로 월드컵경기장에 콘서트가 몰렸다는 설명인데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에서 대원들이 공연을 즐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K리그 관계자는 아무리 조심해도 콘서트를 진행하게 되면 잔디 훼손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했는데요. K리그 관계자는 "잔디 위에 무대를 만들면 무대의 엄청난 무게에 눌려 잔디가 훼손되는데 대표적인 예가 잼버리 K팝 콘서트"라며 "잔디도 문제지만 흙이 울퉁불퉁하면 경기력 문제나 선수 부상 위험 때문에 잔디와 흙을 전부 보수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K리그 관계자는 "의자를 설치하거나 구두를 신거나 할 경우도 흙이 파여 주변 잔디가 죽는 경우도 있다"며 "잔디가 민감하기 때문에 음료수를 들고 들어가 흘릴 경우도 죽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콘서트 개최에 따른 잔디 훼손 문제에 대해 서울시설공단은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는데요.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는 "잔디 그라운드 피해 최소화를 위해 제한적으로 대관을 시행하고 있으며, 행사 주최사에게 잔디 훼손 관련 유의사항을 담고 있는 잔디그라운드 사용 매뉴얼을 사전 안내 및 공지를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해당 매뉴얼에는 보호판 설치 및 설치시간 제한, 음식물 반입 제한, 잔디훼손 시 주최사 보상방법 및 복구 방법, 주최사가 숙지하고 지켜야 할 주의사항과 행동강령 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축구팬은 "콘서트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그라운드를 보호하라는 입장인데도 공연 좌석을 그라운드 안에도 만들기 때문에 문제"라면서 "그라운드 좌석을 허용하면 잔디 훼손 이후 사후 대책 뿐인 매뉴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작업자들이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K-팝 콘서트 무대를 설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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