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실종…길 잃은 노사정, 갈등 넘어 '충돌'
노사정 사회적 대화, 한 달간 개점휴업
'일방적·반노동적' 길 잃은 윤 정부 노동개혁
"기조 변경 없이는 사회적 대화 운영 어려워"
입력 : 2024-05-01 16:00:00 수정 : 2024-05-01 16:00:00
 
[뉴스토마토 백승은 기자] 오는 5월1일 노동절(메이데이)을 맞았지만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등 우리나라의 각종 노동 과제를 풀어 나갈 '노사정 사회적 대화'는 한 달 가까이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4월 초로 예정했던 '지속 가능한 일자리와 미래세대를 위한 특별위원회' 출범이 노총의 불참으로 갈등을 넘어 충돌하고 있는 겁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혁 기조를 변경하지 않으면 사회적 대화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조언이 나옵니다.
 
윤 정부가 펼쳐온 주 69시간 근로 시간 개편, 실업급여 축소 등 일방적인 반노동 정책이 사회적 대화의 운영 자체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일각에서는 취약층 지원 및 사각지대 해소나 노동시장의 미래 등 중장기적인 의제를 통한 수평적 대화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지난 1월26일 오후 서울 시내 한 근린생활시설 건설 현장에서 건설노동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사노위 특위 발족, 한 달째 지연…'대화 실종'
 
1일 정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구성될 '지속 가능한 일자리와 미래세대를 위한 특별위원회' 발족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는 작년 5개월 만에 복귀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6월 한국노총이 정부의 농성 강제진압 등에 반발해 경사노위에 불참하며 문이 닫혔다, 11월 전격 복귀로 재개됐습니다. 이후에는 올해 2월 경사노위 13차 본위원회에서 위원회 구성에 합의하며 첫발을 디뎠습니다.
 
지속 가능한 일자리와 미래세대를 위한 특별위원회에서는 산업 전환과 불공정 격차 해소, 유연 안정성 및 노동시장 활력 제고, 대화와 타협의 노사관계 등 4가지 의제를 다룰 계획이었습니다. 특히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으로 나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격차 완화를 위한 논의를 집중적으로 실시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4월4일로 예정된 특위 출범 및 첫 회의에 한국노총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미뤄지고 있습니다. 경사노위에 구성될 공무원·교원 근무시간 면제심의위원회의 후보 명단에 대해 한국노총이 반발하는 등 갈등이 빚어진 겁니다.
 
근무시간 면제심의위원회는 노동자위원과 정부위원, 공익위원 각각 5명씩 총 15명으로 구성됩니다. 한국노총은 경사노위가 제시한 후보가 사용자 편향적이라고 주장하며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5월1일 노동절 이후 대화 재개를 위한 움직임은 꾸준히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한국노총 쪽에서 아직 정확히 응답이 없어 (노사정 대화가) 지연되고 있다"면서도 "상임위원을 중심으로 대화 재개를 위한 물밑 작업은 지속되고 있다. 노동절 이후 대화를 실시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주 69시간·실업급여↓…"퇴행적 정책, 기조 달라져야"
 
이번 노사정 대화 중단은 본질적으로 윤 정부의 반노동적인 노동 개혁 방향이 지지를 받지 못 하고 있음을 방증합니다. 윤 정부가 언급한 3대 개혁 과제 중 하나인 노동 개혁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화가 필수인데, 지금 기조로는 결코 사회적 대화를 이끌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상황 타파를 위해서는 윤 정부의 노동 정책 기조를 전면 변경하고 사회적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윤 정부는 그간 주 69시간 근로기준법 개편안, 실업급여 축소,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논의 등 노동자에게 불합리하고 노동자들의 기대에 퇴행하는 정책이나 논의안을 다수 내놨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노동계 현안은 다루지 않고 특정 집단을 중심으로 후퇴한 정책을 내놓으니 한국노총 등 노동계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동 의제 중 가장 큰 부분인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문제, 저출산 및 고령화, 사회적 통합 등을 사회적 대화로 풀어 나가야 하는데 현 정부는 사회적 대화를 하나의 과정, 통과의례 정도로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며 "정책 불균형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위원은 "정부가 한쪽 의견만 취합해 돌파하기에는 국회 구성상 쉽지 않다. 더욱 수평적인 의사결정기구에서 논의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노동 개혁은 개혁 후 이해 당사자에 미치는 영향 강도가 크기 때문에 더욱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종진 소장은 "앞으로 사회적 대화가 재개되기 위해 정부가 노동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며 "동일노동 동일임금, 취약계층 복지 확대와 같이 모두가 공감할 만한 의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김 소장은 "정부가 노동 정책 기조를 변경하지 않고서는 앞으로도 사회적 대화를 이뤄내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3대 개혁 중 하나로 노동 개혁을 외친 만큼 국정기조를 달리하고 사회적 대화를 원활하게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금처럼 국가 위기 상황이 아닌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중장기 의제를 다루는 게 맞다"며 "기후 위기나 인공지능(AI) 이후 노동 시장의 변화, 사회적 안전망 구축 등과 관련한 사회적 대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노동단체들은 노동절을 맞아 정부의 노동정책을 비판하는 대규모 도심 집회에 나서는 등 정권 퇴진을 요구했습니다.
 
지난 3월2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인근에서 시내버스가 다니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백승은 기자 100win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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