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덮친 건설경기 부진…전기로 가동 줄인다
전기로 생산 봉형강 건설 자재 수요 감소
건설 경기 부진 지속에 매출 감소 늘어
동국제강·현대제철, 시간 줄여 효율 운용
입력 : 2024-05-08 14:09:42 수정 : 2024-05-08 17:34:15
 
[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철강업계가 국내외 건설 경기 부진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건설자재로 쓰이는 ‘봉형강’ 수요와 매출이 줄었기 때문인데요. 동국제강, 현대제철 등은 봉형강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전기로 가동을 줄이는 모양새입니다.
 
철스크랩을 녹여 봉형강 등 철강 제품을 만드는 전기로.(사진=현대제철)
 
8일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이 전기로 가동 시간을 줄이고 있습니다. 낮 대신 상대적으로 전기료가 저렴한 저녁에 전기로를 가동하는 등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노력 중입니다. 전기로에서 생산하는 대표적인 제품이 ‘봉형강’이기 때문에 전기로 가동 감소는 봉형강 생산량 감축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동국제강의 분기별 봉형강 생산량은 지난해 4분기 85만톤(t)에서 올해 1분기 69만t으로 줄었습니다.
 
동국제강이 전기로 가동을 줄인 건 봉형강 매출 부진 때문입니다. 최근 건설경기 악화로 봉형강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봉형강은 철근, 특수강, H형강 등을 포함하는 다양한 강철 제품군을 뜻합니다. 철스크랩(고철)을 전기로에 녹인 후 다양한 형강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데, 주로 건설자재로 활용됩니다. 따라서 봉형강 매출은 건설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동국제강은 매출의 80%가 봉형강에서 나옵니다. 봉형강 부진은 올해 1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쳐 매출액은 9273억원, 영업이익은 52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각각 17.4%, 33% 감소했습니다.
 
현대제철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봉형강 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8조9299억원으로 전년 대비 13.2% 줄었습니다. 올해 1분기에도 봉형강 판매량은 143만2000톤(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떨어졌습니다. 현대제철은 결국 전기로 가동을 줄이고 봉형강 생산량을 줄이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게다가 상반기엔 인천공장, 하반기엔 당진공장의 전기로를 각각 4개월 수리할 계획입니다. 건설경기 장기 부진을 내다본 결정입니다.
 
봉형강 매출 증가는 당분간 쉽지 않아 보입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 폐업 신고는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1분기에도 998건의 폐업 신고가 이어졌고, 지난해 동기 대비 6.3% 증가했습니다. 건설업 쇠퇴기가 온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는 가운데 봉형강 매출이 다시 오름세를 타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자재에 쓰이는 봉형강은 건설 경기에 수요 변동이 클 수밖에 없다"며 "건설업계 상황이 나빠 당분간 전기로 가동 감소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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