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국회의장단 제언)"87년 체제 한계 극명…분권·상생 시대로"
'제왕적 대통령' 수명 다해…"권력구조 분산 시급"
"대통령 의지 가장 중요…여야 합의 실패 땐 무산"
입력 : 2024-05-10 17:04:34 수정 : 2024-05-10 18:19:53
[뉴스토마토 김진양·박주용·한동인·최수빈 기자] 역대 국회의장단은 "개헌의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대통령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권한이 집중되는 지금의 '제왕적 대통령제'가 수명을 다한 만큼, 권력분산을 위한 개헌의 당위성을 설파했습니다. 하지만 각론에선 시각차를 드러냈습니다. 여야 간 합의, 대통령의 결단, 국민의 동의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뒤따랐습니다. 
 
 
"대통령 권력구조 개편이 가장 중요"
 
본지가 10일 역대 국회의장·부의장을 역임한 정치 원로들에게 '개헌'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1987년 개정된 지금의 헌법이 시대상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는데요.
 
특히 이들은 개헌이 필요한 부분으로 '권력구조 개편'을 첫손에 꼽았습니다. 현행의 '5년 단임제'로는 더 이상 국가의 발전을 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섭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대통령) 권력구조 개편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번에 대통령이 바뀌면서 현재의 대통령 체제가 생명을 다한 것 같다"며 "완벽하게 권력구조를 개편해 분권형 대통령으로 가야 제7공화국 시대가 열리는 것"이라고 역설했습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5년 단임제가 사명을 다한 것은 맞다"고 진단했고 임채정 전 국회의장 역시 "지금은 대통령 권한이 제왕적이라 할 만큼 강력하기 때문에 삼권분립이란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기 어렵다"며 "모든 권력이 조금씩 분산되는 방향으로 바꿔줘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이주영 전 국회부의장은 "대통령의 권력이 너무 강한데 이를 줄일 수 있는, 정부 권력 구조를 바꾸는 개헌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완화하는 개헌이 최대공약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권력을 어떻게 분산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입장이 갈렸습니다. 문 전 의장은 "분권형으로 고치든 내각제로 고치든, 아니면 책임총리제나 4년 중임제를 해야 한다"며 다양한 옵션을 제시했는데요. 그 중에서도 헌법을 최소한으로만 손을 보면서 시행할 수 있는 '책임총리제'에 좀 더 무게를 뒀습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 재임 당시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으로 연립 정권을 세웠다"며 "지금도 대통령이 의도만 가지고 있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임 전 의장은 "제일 바람직한 것은 의원내각제"라면서도 "그렇지 않다면 대통령 중임제라도 최소한의 권력 분산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반면 이 전 부의장은 "우리나라에서는 내각제가 되기 어렵다"며 "국민들이 안 받아들인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18년 5월24일 국회에서 열린 제360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이 무산되는 순간을 어린이 방청객들이 바라보고 있다. 이날 본회의는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나 야당의 본회의 불참으로 개헌안은 무산 됐다. (사진=뉴시스)
 
"대통령 야심에 개헌 번번이 무산"
 
그러면서 이들은 대통령이 마음만 먹는다면 개헌은 언제든지 추진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거꾸로 말하자면, 지금까지 개헌이 이뤄지지 않았던 이유가 대통령의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란 건데요. 
 
김 전 의장은 "대통령이 야심을 부렸기 때문"이라고 개헌이 번번이 무산된 배경을 한 마디로 설명했습니다. 그는 "대통령들이 자신은 잘할 것으로 생각해 개헌을 안 했는데, 단임제의 족쇄에서 벗어나는 대통령은 아무도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문 전 의장 역시 "그동안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역대 대통령들이 절실하지 않았다"며 "그 전에는 전부 집권 연장을 위해 개헌을 했기 때문에 87년 체제 이후 그럴 필요성을 못 느껴 여태까지 온 것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는 "국회에서도 개헌안을 낼 수 있지만 대통령이 내는 것만 성공을 했었다"며 "문재인 대통령 때 했었어야 했다"고 아쉬워했습니다. 
 
아울러 국회에서의 합의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임 전 의장은 "각 당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고 국회 내 집권 세력들의 의지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개헌이 단행되지 못한 원인을 진단했습니다. 
 
김 전 의장 역시 "개헌이 내용상으로 할 때가 됐는데 시기적으로는 안 됐다"며 "국회에서 주도를 해야 하는데, 현재 국회 구성이 너무 일방적이라 국민의 의사를 반영해 개헌을 하기에는 국회 구성이 부적절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전 부의장도 "개헌은 여야가 합의해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여야가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원 포인트 개헌 정도를 해야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김진양·박주용·한동인·최수빈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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