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울음소리가 끊겼다…저출산 실질적 해법 '전무'
(늙어가는 대한민국)합계출산율 '0.68명'…OECD '꼴찌'
"저출산 원인 1·2위는 '주거비·사교육비"
2019~2023년 주거비·사교육비↑출산율↓
'현금 지원' 화두…"목적과 방향성이 중요"
입력 : 2024-05-10 17:42:49 수정 : 2024-05-10 21:05:09
 
[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아기 울음소리가 끊겼습니다. 출생아 수는 40만명대가 붕괴됐습니다.
 
저출산 문제는 사회 곳곳에서 터지고 있습니다. 올해 신입생이 단 한 명도 없는 초등학교는 전국 157곳이나 됐고, 폐교 초등학교도 24곳에 달합니다.
 
저출산 문제 해결에 380조원의 재정을 투입했지만, 청년은 여전히 결혼과 출산에 냉소적입니다. 전문가들은 현금 지원에 앞서 목적과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제언합니다. 일·가정 양립 등 노동환경 변화도 시급한 과제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합계출산율 0.68명…원인은?
 
올해 임신이 가능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 '합계출산율' 전망치는 '0.68명'입니다. 지난해 역대 최저치 0.72명에 이어 또 추락한 겁니다.
 
최근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의 '2024년 인구 보고서'를 보면 오는 2033년 초등학교 입학생은 지금보다 반 토막으로 줄어듭니다. 2038년이 되면 입영대상자 20만명이 붕괴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2044년에는 경제활동인구 1000만명이 증발합니다. 불과 20년 안에 벌어질 일들입니다.
 
지역 소멸 위기도 심각합니다.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 지역 가운데 지난해 기준 중위연령이 60세에 도달한 24개 군지역은 2050년까지 평균 41%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지난 2019~2023년 합계출산율이 0.92명에서 0.72명으로 떨어지는 동안 주택 가격과 사교육비는 높아지는 경향을 나타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저출산 원인으론 높은 주거비와 사교육비가 지목되고 있습니다. 올해 초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저출산 원인 진단과 부동산 정책 방향' 보고서에 의하면 주거비와 사교육비가 저출산 원인 1·2위였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전국 주택 매매가격을 조사해 평균 가격 변화를 측정하는 지표인 '전국 주택종합 매매가격지수(5월 기준)'는 2019년 89.9에서 2023년 95.7로 올랐습니다. 2022년에는 104.8까지 치솟은 뒤 부동산 시장 침체와 함께 내리막을 보였으나 2019년 때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최근 교육부와 통계청이 공개한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전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19년 32만1000원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23년 43만4000원까지 뛰었습니다. 5년 사이 10만원가량 늘었습니다.
 
저출산 해결에 380조 쏟았지만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2023년까지 저출산 대책에 380조원을 쏟아부었습니다. 하지만 출산율 반등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지적이 쇄도 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게다가 사망자가 출생아를 웃도는 '데드크로스'도 지난 2월까지 52개월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초 부영그룹이 직원들에게 자녀 1명당 1억원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파격 결정 뒤 최근 저출산 해결 대안으로 '현금 지원'이 부상했습니다.
 
여론은 엇갈립니다. 살포식 지원에는 부정적 반응을 보이면서도 필요한 곳에 아낌없이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청년세대는 경제적 여건 토대가 저출산과 직결되기에 '현금 지원 정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1일 발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출산·양육 지원금 1억원 지급 시 출산 동기 부여가 된다'는 응답자는 63%에 달했습니다.
 
2021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가족지원 예산 '최하위권'…개선방안 찾아야
 
저출산 관련 예산은 증가세이긴 하나, 국내총생산(GDP) 성장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명목 GDP 대비 저출산 예산 비중은 2020년 2%대에 진입한 뒤 4년째 같은 수준을 맴돌고 있습니다.
 
OECD 기준 가족지원 예산을 집계하면 38개국 중 33위로 최하위권입니다. 가족지원 예산에는 아동수당부터 육아휴직 급여, 보육서비스 지출, 세제 지원 등이 포함됩니다.
 
현금 지원 정책 비중은 2019년 기준 GDP 대비 0.32%로 OECD 회원국 평균인 1.12%에 한참 못 미칩니다.
 
전문가들은 현금 지원의 목적과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제언합니다.
 
이삼식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외국에서도 현금 지원이 있기에 그 자체를 좋다, 안 좋다고 이분법적으로 해석할 것은 아니다"며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주느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평가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일·가정 양립 등 노동환경 변화도 우선 과제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가가 애가 다 커서 자랄 때까지 현금을 지원할 정도로 여력이 충분하지는 않다"며 "아이까지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노동시간 단축, 육아휴직 보장 등 노동환경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한편, 정부는 대통령 직속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중앙행정부처로 전환해 '저출생대응기획부'(가칭)를 신설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기획재정부는 김윤상 제2차관이 주재하는 제5차 공공기관운영 회의를 거쳐 '공공기관의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 개선방안'을 확정했습니다.
 
올해 임신이 가능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 '합계출산율' 전망치는 '0.68명'이다. 사진은 지난해 폐교된 뒤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서울 광진구 서울화양초등학교. (사진=뉴시스)
 
세종=임지윤·김소희 기자 dlawldbs2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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