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분수령···집행정지 항고심 결정 임박
의료계, 국무총리·복지부차관 공수처 고발
입력 : 2024-05-14 16:29:59 수정 : 2024-05-14 17:43:16
 
 
[뉴스토마토 박대형 기자] 의대교수·전공의·의대생·수험생 등 18명이 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법조계에선 "항고심 재판부가 심문에서 이례적 판단"을 했다며 "인용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당사자 적격에 대한 판례와 법원이 지금까지 쌓아온 법 해석을 보면 당연히 각하인데, 재판부가 당사자 적격 여부를 열어놓는 등 기존 판례 및 법 해석과 배치되는 판단을 했다는 겁니다.
 
각 대학은 이달 말까지 수시모집 요강에 의대 모집인원을 반영해 증원을 최종 확정해야 합니다.
 
항고심에서 어떤 결정이 나오더라도 양측 모두 재항고를 통해 결정을 뒤집긴 어려운 만큼 이번 항고심 결정은 의대 증원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기존 판례·법 해석과 배치되는 판단···인용 가능성 있어"
 
서울고법 행정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집행정지 항고심 심문에서 정부에 2000명 증원의 과학적 근거자료와 회의록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음달(5월) 중순까지 결정할 테니 그전에는 최종 승인이 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정부에 당부했습니다.
 
아울러 "모든 행정 행위는 사법 통제를 받아야 한다. 최근 판례를 보면 제3자의 원고적격을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며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과 달리 당사자 적격 여부에 대해서도 여지를 남겼습니다.
 
법조계에선 이번 항고심의 경우 "인용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동찬 더프렌즈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당사자 적격에 대한 판례와 법원이 지금까지 쌓아온 법 해석을 보면 당연히 각하다. 그런데 이번 재판부는 본안에서 한번 다퉈보라고 던져준 것 같다"며 "국가 행정 작용은 언제나 사법통제를 받아야 된다 생각하는 것 같다. 증원 문제에 대해 국가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이에 대해 누군가는 이의를 제기하는 게 정당하다는 입장인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존 판례와 법 해석에 배치되는 판단이다. 그러나 이번 당사자 적격 판단이 법적으로 전혀 근거 없는 건 아니다"라며 "본안이라면 모르겠지만 가처분이기 때문에 법을 무시했다거나 법적으로 전혀 말도 안 되는 판단을 내렸다고 볼 수는 없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익명의 한 변호사는 "인용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재판부의 정무적 판단은 있었던 것 같다"고 짚었습니다.
 
다만 "원고 적격이 인정되는 것이 법리적으로 옳은지 의문"이라며 "정무적 판단이라고 했을 때 법원이 과연 그렇게까지 개입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의료계, 국무총리·복지부 차관 공수처에 고발
 
항고심 결정을 앞두고 양측은 난타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대한의학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제출한 의대 증원 근거자료 검증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의료계 측 소송대리인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14일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와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을 허위사실 유포 및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정부가 허위사실을 유포해 속임으로써 원고의 소송업무를 방해하고, 서울고법의 재판(공무집행)을 방해했다"고 고발 사유를 밝혔습니다.
 
또 "한 총리는 '원고 소송대리인이 재판부를 압박하고 방해한다'고 말해 변호사를 겁박했다"며 "정부는 즉각 배정심사위원회 명단과 발언내용을 공개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앞서 한 총리는 지난 13일 의료계가 법원에 제출된 정부의 의대 증원 근거자료를 공개한 것에 대해 "여론전을 통해 재판부를 압박해 공정한 재판을 방해하려는 의도"라며 "재판부가 어떠한 방해와 부담도 없이 최대한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최소한 이번주 내로 내려질 결정 전까지만이라도 무분별한 자료 공개를 삼가길 바란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와 함께 지난 7일 조규홍 복지부 장관, 박민수 복지부 2차관, 이주호 교육부 장관, 오석환 교육부 차관,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 등 5명을 회의록 관련 직무 유기와 공공기록물 폐기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한 바 있습니다.
 
의대생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찬종 이병철 변호사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의대생들이 대학 총장을 상대로 제기한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금지 가처분 소송의 첫 심문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대형 기자 april2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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