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정찰위성' 통보에도…중, 규탄 안 했다
공동선언에 '한반도 비핵화' 각각 입장 명시…입장차 못 좁혀
경제·과학기술 등 '실질협력' 강화 성과…FTA 협상 가속화 논의
입력 : 2024-05-27 17:17:13 수정 : 2024-05-27 19:47:21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4년 5개월 만에 모인 한·중·일 정상이 대북 문제를 둘러싼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7일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통보를 규탄한 반면, 리창 중국 총리는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3국 정상은 공동선언문에 "역내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납치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각각 재강조했다"고 표현, 비핵화 등 대북 대응에 대한 공동 선언을 끌어내지 못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직접 비판을 삼간 중국은 '다자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거론하면서 한·일 양국의 미국 밀착을 견제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오른쪽은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사진=뉴시스)
 
북, 한··일 보란 듯 '정찰위성'…3국 균열 '노림수'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국제기구에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라고 통보했습니다. 또 이날 새벽에는 일본 해상보안청에 27일 오전 0시부터 내달 4일 오전 0시에 위성을 발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북한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에 정찰위성 발사와 관련된 모든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집니다. 지난해 3차례 정찰위성 발사 시도 당시 예고기간 첫날 혹은 그 직전에 발사한 것을 고려하면 발사 시점을 최대한 앞당길 것으로 분석됩니다. 
 
올해 추가로 3개의 정찰위성 발사를 예고한 북한이 2호기 발사 예고 시점을 한·중·일 정상회의 당일로 잡은 것은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를 강화시키고, 한·일과 중국 사이의 균열을 노린 전략적 행보로 해석됩니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중·러 정상회담 직후 발표한 '공동성명'에 "북한과의 대결을 고조시켜 한반도 무력 분쟁과 긴장 고조를 낳을 수 있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의한 군사적 위협 행동에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러시아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돕기 위해 기술진을 대거 방북시켰고, 북한은 이들의 검증 기준을 맞추기 위해 엔진연소 시험을 예상보다 훨씬 많이 실시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북한이 중·러의 비호뿐 아니라 러시아의 직접적인 기술 지원을 등에 업고 발사체 엔진 능력을 과시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7일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한·일, 대북 규탄하자…중, '쌍궤병진' 고수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중·일 정상회의 가진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위성발사 예고에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국제사회가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야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시다 총리도 "지역 및 국제정세에 관해서, 먼저 제가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예고와 관련해 만약 발사를 감행한다면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며 강력히 그 중지를 촉구한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입장을 설명하며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안정이 일·중·한(한·중·일) 우리 3국에 공동 이익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우리 군도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예고에 대응해 전투기 약 20대를 동원한 공중훈련을 진행했습니다. 합참은 "우리 군은 북한이 '북 주장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예고함에 따라 우리 군의 강력한 능력과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일환으로 공격 편대군 비행 및 타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한·일과 입장차를 드러냈습니다. 리창 총리는 "중국은 시종일관 한반도 평화 안정을 추진하고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인 해결을 추진하고 있다"며 "관련 측은 자제를 유지하고 사태를 더 악화하고 복잡해지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리창 총리가 언급한 '정치적 해결'은 한·미·일이 추구하고 있는 군사적 해결 방식이 아닌 '정치 외교적' 해결 방식으로 이른바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병행 추진하는 '쌍궤병진' 구상입니다. 한·일 정상이 직접 북한의 위성 발사에 대한 규탄 성격의 발언을 내놓은 것과 대비됩니다. 
 
그는 이외에도 "3국은 솔직한 대화로 의심과 오해를 풀고 세계 다극화를 추진하고 집단화와 진영화를 반대해야 한다"며 "경제 글로벌화와 자유무역을 수호하여 경제·무역 문제, 범정치화, 범안보화를 반대해서 보호무역주의와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을 반대해야 한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우회적으로 미국과 한·미·일 공조를 겨냥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한·중·일 정상은 공동선언에 "역내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납치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각각 재강조했다"고 명시했는데요. 북핵 문제 대응과 관련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겁니다.
 
다만 한·중·일 3국은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경제·과학기술·인적교류 등 실질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우선 3국은 고위급과 장관급의 정부 간 협의체가 차질없이 운용될 수 있도록 3국 정상회의를 정례화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또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가속화 논의를 지속해 시장개방성을 유지한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3국은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 아시아 채권시장 발전방안(ABMI) 등을 통한 역내 금융안전망 구축에도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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