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법 또 폐기에도…조여오는 '윤석열 운명'
찬성 194표로 부결, 여당서 3표 이탈…여야 수싸움 '본격화'
입력 : 2024-07-25 17:30:44 수정 : 2024-07-25 19:13:06
[뉴스토마토 한동인·유지웅 기자]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폐기된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22대 국회에서도 폐기됐습니다.
 
하지만 끝이 아닙니다.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 재발의와 '상설 특검' 등 플랜 B를 준비하고 있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제3자 추천 방식의 특검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결국 시기상의 문제일 뿐 채상병 특검법이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하게 될 텐데요. 다만 당분간 채상병 특검법이라는 고차방정식을 풀어내기 위한 여야의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6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의 건이 부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플랜 B 가동…여야 '절충안' 또는 '상설 특검'
 
25일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따라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 들어간 '채상병 특검법'은 재석의원 299명 중 찬성 194표, 반대 104표, 무효 1표로 최종 부결됐습니다. 
 
여당이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당론으로 못 박으며 이탈표 단속에 나선 영향입니다. 
 
결국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 5월 28일 열린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폐기된 뒤 22대 국회 첫 번째 법안으로 올랐지만 이번에도 거부권 무력화 요건인 재석 의원 3분의 2(200석)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플랜 B는 있습니다. 이대로는 8표의 이탈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민주당은 특검 추천 주체를 변경한 절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 내부에서는 특검의 본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는 특검 추천 주체를 변경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 것으로 알려집니다. 
 
한 대표가 전당대회 기간 제3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의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특검 추천 방식을 놓고 본격적으로 협상에 들어간다는 방침입니다. 
 
다만 친한계(친한동훈계) 장동혁 최고위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민주당의 특검은 공정성과 중립성을 전혀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제3자가 하는 특검이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지, 채상병 사건에 대해서 특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나온 게 아니다"라며 "채상병 특검법이 부결된다면 ‘제3자 특검’ 논의를 굳이 이어갈 실익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 대표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제안했던 수정안이 뭔지 제발 보고 싶다"며 "이제 당 대표가 됐으니 한동훈 수정안이라는 것을 즉각 발의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또 다른 대안은 '상설 특검'입니다. 특검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데, 각 사건에 특검을 가동하는 일반특검과 국회 본회의 의결이나 법무부 장관 직권으로 발동하는 상설특검이 있습니다. 상설특검의 경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상설특검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기류가 형성돼 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장동혁 최고위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5표로 줄어든 '거부권 무력화'…이제는 '시간 문제'
 
다양한 방법론이 제시되면서 채상병 특검법 처리를 위한 여야 수싸움이 불가피한 상황인데요. 친한계를 중심으로 제3자 추천 특검법 추진에 대한 기류 변화도 읽히지만, 이와 무관하게 야당은 '김건희 특검법'과 '한동훈 특검법'을 활용해 한 대표에 대한 압박에 나설 예정입니다.
 
야당은 이 과정에서 여당 내 '분열'이 불가피할 뿐 아니라 차기 대권주자로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한 대표 입장에서는 채상병 특검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이번 표결 결과로 추가 이탈표 발생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21대 국회였던 5월 28일 재표결 당시 재석 의원 294명 중 찬성은 179표였는데, 이번에는 재석 의원 299명 중 찬성이 194표로 늘어났습니다. 채상병 특검 찬성 입장인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이 해외 출장으로 본회의에 불참한 걸 고려하면 찬성은 195표가 될 수 있습니다. 야권 내 표는 최대 191표였는데, 공식적으로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힌 안철수 의원을 포함해도 여권에서 총 3표의 이탈이 발생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여야가 힘겨루기 끝에 중재안을 마련하면 거부권 무력화에 필요한 추가 이탈 5표는 충분히 확보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추가 이탈표가 확보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최후의 수단인 '상설 특검'이 남아있기 때문에 채상병 특검법이 윤 대통령을 겨냥하는 건 '시간 문제'인 셈입니다.
 
한동인·유지웅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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