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한 잔' 판매 허용…"관건은 위생"
28일부터 잔술 판매 모든 주류서 허용
위생 문제 숙제로…비용 및 관리 측면에서도 부담
입력 : 2024-05-28 15:21:33 수정 : 2024-05-28 17:08:54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오늘부터 술을 병째가 아닌 잔에 따라 파는 '잔술' 판매가 모든 주류에서 허용됩니다. 그간 소주의 경우 생맥주처럼 잔술로 판매하는 것이 법령 해석 상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시행령 개정으로 잔술 논란에 종지부가 찍힌 것입니다. 다만 잔술 판매를 두고 시장 반응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하는 만큼 지갑 사정이 얇은 소비자들을 위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잔술 관리와 이에 따른 위생 문제 부담이 더욱 커졌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찮은 상황입니다.
 
28일 주류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주류면허법 시행령)' 개정안이 이날부터 시행됩니다. 개정안에는 '주류를 술잔 등 빈 용기에 나눠 담아 판매하는 경우'를 주류 판매업 면허 취소 예외 사유로 명시했습니다.
 
국세청 기본통칙 해석으로 그간 현장에서 사실상 허용되긴 했지만, 소주를 잔에 나눠 담아 팔았다가 적발될 경우 원칙적으로 주류 판매를 못하게 될 수도 있어 판매자들의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술을 빈 용기에 나눠 파는 행위가 법적으로 명확하게 허용된 겁니다.
 
잔술 판매를 두고 시장 반응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먼저 긍정적인 입장을 살펴보면 잔술 판매는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하는 만큼 지갑 사정이 얇은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분석입니다.
 
직장인 이모씨(35·여)는 "소주 한 병을 다 마시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많았기에 바람직한 조치라 생각한다"며 "특히 병 단위로 음주를 하면 폭음하기 쉬운데, 잔 단위로 마시면 이 같은 일이 조금은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전반적인 유통 시장에서의 소비 분화 트렌드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유통 업계에서는 소비 시장의 분화가 가속화하면서 한 사람의 소비가 쪼개지는 '초 개인화' 소비 성향이 짙어지고 있다"며 "한잔 술이 상품이 되는 추세는 이 같은 '마이크로 소비'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잔술 판매가 제도화되면서 이에 따른 관리 부담이 커졌다는 부정적 입장도 팽팽히 대립하고 있습니다. 특히 뚜껑을 따는 순간부터 철저한 위생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지적인데요.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잔술을 판매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위생 문제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고객이 있는 앞에서 직접 병을 따거나 잔술 위생 상태에 대해 공개하는 등의 노력이 동반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잔술을 판매하는 점주들 입장에서도 비용 및 관리 측면에서 고민이 많아질 것"이라며 "잔술을 한 잔당 얼마에 판매할 것인지, 남은 잔술 보관은 어떻게 해야 할지 등이 모두 숙제로 남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 시내 한 식당의 탁자 위에 놓인 소주 및 소주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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