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보증 '천조국' 달려가는 HUG…재정 악화 대안 마련 '막막'
전세사기특별법 통과…HUG 건전성 보강 필요성 커져
"기본적으로 회수율 높이지 않으면 어려워"
입력 : 2024-05-30 06:00:00 수정 : 2024-06-13 14:39:56
 
[뉴스토마토 신유미·임지윤 기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한도가 1000조원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자본금을 확충하고 보증배수를 한시적으로 90배까지 늘려놓은 조치는 보증 중단 사태를 막기 위해서 필요하지만, 보증한도 늘리기는 근본적인 해결법과 거리가 멉니다. 궁극적으론 대위변제금 등으로 발생하는 손실도 줄여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보증사고를 줄이고 회수율을 높이는 방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HUG 재정난인데…긴급수혈 언제까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지난 28일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전세사기특별법안을 단독 통과시켰습니다. HUG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 피해 임차인을 우선 구제한 후, 나중에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비용을 보전하는 내용이 개정안의 핵심입니다.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4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석 170인에 찬성 170인으로 가결됐다. (사진=뉴시스)
 
재원 마련 카드로는 HUG가 위탁받아 운용·관리하는 '주택도시기금'을 꺼내들었습니다. 주택도시기금 순자산이 2021년 30조4149억원에서 지난해 35조7284억원까지 해마다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야당은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바로 기금을 동원해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지원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에 대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기금을 재원으로 마련한 이유 중 하나는 국가재정법"이라며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국회 의결 없이도 20% 이내 범위에서는 기금을 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정부는 주택도시기금의 여유자금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현재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은 2021년 49조원에서 지난해 18조원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정부는 또 무주택 서민들의 저축액을 전세사기 지원에 쓴다는 점, 채권 평가액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피해자에게 최우선변제금 수준으로 보증금 일부를 지원할 경우 기금 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앞세웠습니다. 이에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개정안 통과 직후 반대 입장을 다시 한 번 표명하고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주택도시기금법 제5조에 따르면, 주택도시기금 중 주택계정 기금은 복권수익금, 재건축분담금 중 국가 귀속분 등 14가지 재원을 통해 나오지만 그중 국민주택채권을 발행해 조성한 자금과 입주자저축(청약저축)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당사자인 HUG는 대위변제액이 늘어나는 등 손실이 커지는 상황에서 전세사기특별법이 시행되면 인력과 자금 부담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HUG는 자본금 확충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이미 HUG는 지난해 3조8598억원의 손실을 기록해 자본금을 10조원으로 급하게 늘렸습니다. HUG 고위 관계자는 "보증이 끊기지 않으려면 보증 배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자본금을 더 확충하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보증사고 자체를 줄여야…리스크 분산도 필요해"
 
전문가들은 HUG의 건전성 강화를 위해 부동산 시장의 건전성 확보와 보증 대상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보증사고 자체를 줄이는 것이 HUG를 살리는 가장 확실한 대안이기 때문입니다. 정택수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팀 부장은 "보증이라는 제도 자체가 굉장히 위험하다"며 "전세자금대출에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적용하고, 전세자금보증 기준을 강화하는 한편 임대차 계약 시 임대인의 반환보증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서민정책의 일환으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문턱을 낮춘 것이 결국 HUG의 재정 문제로 돌아온 것"이라며 "위험도가 높은 보험 물건은 인수하지 않거나 보험료를 높게 받는 것이 자연스러운 만큼, 기본적으로 보증이나 보험 물건의 위험도에 따라 적절한 인수 기준과 보험료를 책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HUG 손실의 주범인 채권 회수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회 국토위원회 관계자는 "HUG는 기본적으로 회수율을 높이지 않으면 건전성 회복이 불가능한 구조"라며 "아이디어를 내보자면 국세청과 연계해 특별사법경찰관, 38사기동대처럼 채무자에게 돈을 받아내는 식의 상상력도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HUG가 담당하는 보증사업을 여러 기관으로 분산시켜야 한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개발사업을 할 때 금융기관 한 곳만 참여하지 않고 두세 군데 컨소시엄하듯이 HUG에서도 다른 기관과 3분의1씩 나눠서 보증하는 방법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보증기관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은행권이 출자하는 재원으로 별도의 기금을 마련해 HUG가 활용하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HUG 고위 관계자는 "자금의 흐름을 바꿔야 한다"며 "국가기관이 보증을 서지만 결과적으로 이자, 수수료를 받은 것은 은행"이라고 짚었습니다. 그는 "여기에서 발생한 리스크는 국민 세금으로 물어주고 있는데 정부가 독과점을 보장해준 은행권이 조용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은행권이 출자한 펀드를 조성하는 등 별도의 재원을 마련해 HUG가 집행을 담당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
 
HUG 정상화를 위한 방안은 이처럼 다각도에서 접근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한계는 명확합니다. 부동산 시장 회복은 요원하고 물건을 선별해 인수한다고 해도 보유 채권 회수율이 단기간에 올라가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HUG가 공기업인 만큼 위기 때 일부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HUG만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공기업도 이윤을 남겨야 하지만 공적인 성격이 강하다”면서도 “부동산 시장 자체의 문제도 있는데 공공기관에 책임을 돌리면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HUG 재정 건전성 확충을 위해서 회수율을 높이고 별도의 펀드를 조성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서울북부지사의 모습. (사진=뉴시스)
 
신유미·임지윤 기자 yumix@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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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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