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파업 임박에 경영진 비상…무노조 삼성 '옛말'
셧다운 가능성 낮게 봐…민노총 가입 우려
입력 : 2024-05-31 16:36:25 수정 : 2024-05-31 17:50:38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삼성전자(005930) 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다음 달 7일 파업을 예고하고 나서면서 삼성전자 측이 긴장하는 분위기입니다. 역대 첫 파업인데다 향후 외부 상급 노조에서 관여할 경우 상황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31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 측은 노조의 파업 결정을 두고 크게 당황해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장의 큰 피해를 걱정한다기보다는 향후 노조가 외부 상급단체와 함께 활동하면서 대응 수위를 높이는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내부적으로 협상이 쉽지 않을뿐더러 매번 노조가 사측과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전삼노는 지난 29일 사측과의 임금협상 결렬로 파업을 선언했습니다. 전삼노는 사측이 노동조합을 무시하고 직원들과 소통을 거부하고 있다는 이유로 6월7일 집단적 연차휴가 사용 방식으로 파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파업 소식이 들리자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하는 등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국삼성전자노조가 지난 29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임금 교섭 결렬 파업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지난 2019년까지 삼성전자는 무노조 경영을 이어온 바 있습니다. 노조가 없었지만 삼성전자는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을 결정해왔습니다. 고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직원들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주겠다는 일념으로 직원들이 만족할 만한 연봉을 책정해왔습니다. 그러다 2020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무노조 경영 폐지를 선언하면서 본격적으로 노조 활동이 시작됐습니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 악화로 성과급이 사라지자 노조에서 크게 반발하고 나선 것입니다. 오랜 기간 무노조 경영을 이어왔던 삼성전자에게 첫 파업은 그만큼 내상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반도체 직원 다수가 전삼노 소속으로 알려져 이들이 업무를 중단할 경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사측과 업계에서는 이번 파업이 반도체 생산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반도체 생산 라인이 멈추는 것은 삼성전자에 굉장한 치명타다. 수율, 불량률, 고객사 납기일, 주가 등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며 "노조가 그 정도의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삼성전자 측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가입을 가장 우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삼성전자에 산적한 과제들이 많아 파업에 온 신경을 쓸 여력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삼성전자가 안고 있는 다른 문제가 더 시급하다고 봤습니다. 이 관계자는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검증, 기술 경쟁력, 파운드리 분야 점유율 축소 등 삼성전자는 여러 가지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데 노조 문제까지 더해진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노조 파업까지 겹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는 반응입니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 지난 21일 취임한 전영현 삼성전자 신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의 결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구원투수로 등판한 전 부회장이지만 노조와의 문제를 가장 먼저 풀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입니다. 정 부문장은 지난 30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취임사를 통해 "반도체 사업이 과거와 비교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현재의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해 DS부문 경영진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경영진과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 최고 반도체 기업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다시 힘차게 뛰어보자"고 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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