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빅2, 또 법인세 쇼크…역대급 세수손실 예고
4월 국세 8.4조 덜 걷혀…'실적 악화' 법인세 12.8조 '뚝'
'세수 펑크' 재현 우려…정부 '유류세 인하 종료' 만지작
입력 : 2024-05-31 17:21:29 수정 : 2024-05-31 21:11:32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올해 들어 4월까지 국세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조원 이상 덜 걷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수 펑크' 사태가 발생했던 작년보다 더 줄어든 규모인데요. 지난해 기업들의 실적 부진으로 법인세가 큰 폭으로 감소한 데 따른 결과입니다. '법인세 쇼크'가 현실화하면서 역대급 세수 펑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재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세수 결손은 없을 것"이라던 정부 역시 세수 펑크 재현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는데요. 급격한 세수 감소로 나라 살림살이에 비상등이 켜지면서 정부는 6월까지 시행되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종료하는 방안까지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법인세 쇼크'에 4월까지 덜 걷힌 8.4조원 
 
기획재정부가 31일 발표한 '4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국세 누계수입은 125조600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8조4000억원 줄었는데요. 4월 한 달간 수입은 40조7000억원으로, 이 역시 전년 동월 대비 6조2000억원 줄었습니다. 3월 국세수입이 2조2000억원 줄어든 것에 비해 감소폭이 더 커졌습니다.
 
이 기간 연간 목표치 대비 실제로 걷힌 비율을 보여주는 세수진도율도 34.2%로, 지난해 같은 기간 38.9%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최근 5년 치 평균 38.3%에도 못 미치면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만큼 세수 여건이 악화했다는 의미입니다.
 
세수 감소를 이끈 것은 올해도 법인세가 주 원인입니다. 연간 전체 세수의 20%가량을 차지하는 법인세수는 4월까지 22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조8000억원이나 감소했습니다. 진도율은 29.4%로, 최근 5년 치 진도율 42%에 비해 12.6%포인트나 낮은 수준입니다. 
 
법인세수가 줄어든 것은 지난해 법인 실적이 저조한 영향이 컸습니다. 특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대기업은 영업 손실로 법인세를 내지 못했는데요. 실제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업종인 반도체는 전월에 이어 4.4% 감소하면서 3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을 보였습니다. 
 
여기에 4월에는 금융지주회사의 법인세 실적이 '조단위'로 감소하면서 전체 법인세 감소에 기여했습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는 지난해 증시 회복 덕에 회계상으로 유가증권 평가이익을 냈지만, 주식을 현물화할 때 세금이 부과되는 만큼 처분에 적극적이지 않아 세무상 이익으로 연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대규모 세수결손' 없다더니…정부 "예상보다 덜 걷힐수도"
 
반면 또 다른 주요 세목인 소득세는 7조8000억원으로 3000억원 늘었고, 부가가치세는 20조1000억원으로 7000억원 증가했습니다. 이 밖에 교통에너지환경세와 관세 등은 전년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법인세 부족분을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했는데요. 기재부 관계자는 "법인세수가 많이 줄었고 나머지 세수가 이를 보완하는 상황"이라면서 "과거 자료와 비교해 지금 상황을 보면 연간 기준으로 예산만큼 세금이 들어오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 펑크 재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것입니다.
 
당초 정부는 올해 법인세가 지난해 예산 105조원보다 26%(27조3000억원) 줄어든 77조7000억원 정도 걷힐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지난 27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법인세가 생각보다 덜 걷힌다"면서도 "작년 같은 대규모 세수 결손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작용했습니다. 
 
그러나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정부가 예상한 목표치를 밑돌 가능성이 커졌는데요. 오는 8월 법인세 중간예납에 따른 세수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때문에 정부의 정확하지 못한 세수 예측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세수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정부는 6월까지 시행되는 유류세 인하 조치(휘발유 25%, 경유·LPG 37%)를 종료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현재 유류세 인하 조치는 6월 말 일몰이 도래합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3월 말부터 유가가 하락하는 상황"이라며 "환원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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