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 변수에 리밸런싱 집중
긴급회의서 입장 밝힌 최태원 "판결로 SK가치 큰 상처"
SK수펙스추구협의회 임시회의… 최창원 비롯 CEO 20여명 참석
CEO들, 법원 판결에 "부정한 자금으로 성장 곡해, 참담한 심정"
입력 : 2024-06-03 15:37:44 수정 : 2024-06-03 17:59:11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SK가 최태원 회장 변수에 집중할 전망입니다. SK는 3일 최 회장의 이혼 항소심 결과에 따른 방안을 논의하는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분주히 움직였습니다. 최 회장은 이날 대책회의에서 "개인적인 일로 SK 구성원과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30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항소심 결과가 나온 후 최 회장이 직접 입장을 밝힌 건 처음입니다. 이에 따라 오는 25일 전후로 열릴 예정인 확대경영전략회의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SK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서린사옥에서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수펙스추구협의회 임시 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했습니다. 긴급 대책회의에는 최 의장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 2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성장 역사 부정한 판결 유감"
 
최 회장은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지만, SK가 성장해온 역사를 부정한 이번 판결에는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SK와 구성원 모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실을 바로잡겠다"고 밝혔습니다.
 
최 회장은 "이번 판결로 지난 71년간 쌓아온 SK그룹의 가치와 그 가치를 만들어 온 구성원의 명예와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어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참석 이유를 밝혔습니다.
 
최 회장은 이어 "이번 사안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 외에 엄혹한 글로벌 환경변화에 대응하며 사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등 그룹 경영에 한층 매진하고자 한다"며 "그린·바이오 등 사업은 '양적 성장'보다 내실 경영에 기반한 '질적 성장'을 추구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CEO들은 최근 법원 판결이 SK그룹의 역사를 훼손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일부 CEO는 SK의 이동통신사업 진출 과정에 과거 정부의 특혜가 있었다는 취지의 판결과 관련해 "노태우정부 당시 압도적인 점수로 제2이동통신 사업권을 따고도 정부의 압력 때문에 일주일만에 사업권을 반납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고, 직접 경험한 일이기도 하다"고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CEO들은 "김영삼정부 출범 이후 어렵게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해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했는데 마치 정경유착이나 부정한 자금으로 SK가 성장한 것처럼 곡해한 법원 판단에 참담한 심정"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SK에 따르면 경영진들은 판결 이후 구성원과 주주, 투자자, 협력사 등 이해관계자들의 반응과 향후 경영에 미칠 파장 등을 점검하고 대응책 등을 논의했습니다. CEO들은 우선 구성원들이 동요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또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SK 경영 안정성을 우려하지 않도록 적극 소통하며, 한층 돈독한 신뢰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최창원 의장은 "우리 CEO들부터 솔선수범하며 흔들림 없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고, 기업 가치 및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을 평소와 다름없이 계속해 나가자"고 당부했습니다.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사진=연합뉴스)
 
SK확대경영회의서 리밸런싱 및 지분 정리 예고
 
재계 안팎에서는 항소심 결과로 SK그룹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재판부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그룹에 유입되고 그룹 성장에 노 전 대통령의 역할이 있었다고 인정면서 SK그룹의 이미지에도 타격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앞서 SK는 최창원 의장 주도로 올초부터 그룹의 포트폴리오 재편의 밑작업을 그려왔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결과, 법원이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노 관장 손을 들어주면서 SK그룹의 내부 위기감이 팽배합니다.
 
상고를 준비 중인 최 회장의 자산 대부분이 SK㈜지분으로, 항소심이 확정될 경우 지분 매각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최 회장은 SK㈜를 통해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의 계열사를 거느린 구조입니다. 업계에선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SK㈜ 지분을 매각해 현금화하는 선택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비상장 계열사인 반도체 소재 전문업체 SK실트론 지분을 매각할 방안이 유력해보입니다.
 
이에 따라 이달 중하순 예정된 SK확대경영회의에서 윤곽이 드러날지 관심을 모읍니다.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남아있지만 총수 리스크가 그룹 전체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계열사 상장이나 지분 정리 등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재계에서는 사촌 동생인 최 의장의 주도로 진행 중인 그룹 사업 재편과 맞물려 지분 정리 등이 이뤄지지 않겠냐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특히 이번 기회에 SK가 기업 밸류업에 주력해 주가 부양 방안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재계 관계자는 "리밸런싱 작업을 점검하는 동시에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따져볼 변수가 많은 만큼 해당 사안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룹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최 의장 주도의 사업 재편도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재계에선 제약·바이오 계열사들의 재편 가능성과 수소 사업 재정비 등이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그간 해당 계열사들이 각각 흩어져있어 협업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이번에 중복 사업은 통합하고 매각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계열사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할 것이란 관측입니다.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1조3000억원이 넘는 위자료 지급을 위해 SK실트론 지분 29.4% 일부나 전량 매각, SK 주식 담보 대출 등의 방안을 꾀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보유 중인 자사주 23%를 포함해 배당정책 변화 등 주가 상승을 위한 주주가치 제고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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