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과 우유산업)③'낙농업 보호'와 '시장논리' 사이
흰 우유 소비 줄어도 가격은 '고공행진'
원유 남아도는데…유업체, 매입량 못 줄여
설 자리 잃는 낙농가…"공생 방안 찾아야"
입력 : 2024-06-05 17:17:11 수정 : 2024-06-05 17:17:11
 
[뉴스토마토 김성은·이지유 기자]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감소와 먹거리 다변화 등으로 흰 우유의 소비량은 감소하는 반면 판매 가격은 점점 비싸지고 있습니다. 먹는 사람이 주는데 가격은 왜 오르는 걸까요? 이는 낙농업 보호를 위해 우유 원유 생산량과 가격을 통제하는 국내 우유산업 구조에 기인합니다.
 
유업체들은 일정한 원유량을 정해진 가격에 구입해야 합니다. 사업 여건 악화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원유를 사야 하는 것이죠. 낙농업 보호와 시장 논리 사이에서 국내 우유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한 가운데 제도 정비와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5일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국내 1인당 백색시유(흰 우유) 소비량은 지난 2013년 27.7㎏에서 2023년 25.9㎏으로 6.5% 줄었습니다. 2017년부터 6년간 26㎏대를 유지했던 백색시유 소비량은 지난해 25㎏대로 떨어졌습니다.
 
흰 우유 가격은 2020년부터 오름세입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를 보면, 1리터당 흰 우유 평균 가격은 △2020년 2590원 △2021년 2597원 △2022년 2702원 △2023년 2927원 △2024년 3064원으로 꾸준히 올랐습니다.
 
아이들이 송아지에게 우유를 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02년 도입된 원유 쿼터제에 따라 유업체들은 낙농가에서 생산한 우유 원유의 일정량을 의무적으로 사야 합니다. 일종의 할당제죠. 쿼터는 낙농가의 재산권으로 여겨지는 만큼 감산은 쉽지 않습니다.
 
구매자인 유업체가 원하는 원유 가격을 부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낙농가와 유업체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는 매년 생산비 상승분과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원유 가격을 결정합니다. 물량과 가격을 통제하는 이런 제도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는 시장 논리와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유업체들은 남은 원유 처리에 골머리를 앓아도 매입량을 줄이기 어려운 데다 원유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사업 여건 악화에 직면한 상황입니다.
 
한 유업체 관계자는 "마트에서 흰 우유를 두 개씩 묶어 저렴하게 파는 등 다양한 방법을 써도 원유를 소진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남는 원유는 보관 기간을 늘리기 위해 수분을 날려 분유로 만든다"며 "분유가 된다 해도 가격이 현저히 낮은 수입산과의 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에 판매가 쉽지 않고, 다른 유제품에 사용하기에 단가가 세다"고 부연했습니다.
 
다른 유업체 관계자는 "국내 실정에서 우유 관련 사업을 유지해 나가기 힘들다"라며 "일단 원가 자체가 매우 높고, 해외 유제품과 비교하면 가격 경쟁력에서 차이가 크다"고 털어놨습니다.
 
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수입산 멸균우유. (사진=김성은 기자)
 
낙농가 사정도 어렵긴 마찬가지입니다. 국내에서 마시는 우유 소비는 줄었지만, 치즈 등의 유제품 소비는 늘었는데요. 유제품 소비 증가분이 수입산으로 대체됨에 따라 마시는 우유 생산에 집중해 온 국내 낙농가는 설 자리를 잃어가는 상태입니다. 실제로 국산 원유 자급률은 2000년 80.4%에서 2022년 44.8%로 크게 줄었습니다.
 
값싼 수입산 멸균우유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흰 우유 가격이 오르자, 수입산 우유 수요가 늘면서 수입량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오는 2026년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미국과 유럽산 유제품 관세 철폐로 낙농가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식량안보와 직결되는 낙농산업을 이어가기 위해 낙농가와 유업계가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은 물론 경쟁을 통한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원유 매입량과 가격 제한이 낙농산업을 보호한다는 측면은 있지만 경쟁 약화로 경제성은 뒷걸음질 친 부분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산 우유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는 손봐야 한다"며 "소비자가 감내할 수 있는 가격 선을 넘어섰을 때 수입산이 대체재로 자리매김하게 되면 낙농가와 유업계는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김성은·이지유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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