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고 직면한 삼성 전영현, 반격 카드는 '초격차·쇄신'
삼성전자, 12~13일 미 '파운드리 포럼' 개최
전 부회장 취임 후 첫 해외 행사…반도체 기술 전략 공개 전망
입력 : 2024-06-11 14:18:06 수정 : 2024-06-11 16:57:33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기술 반격 카드로 고삐를 죄고 있습니다. 전 부회장은 기술적으로는 삼성의 파운드리(위탁생산) 수율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 탈환, 내부적으로는 조직 쇄신 및 결속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습니다. 전 부회장은 사업부별 업무보고를 통해 내부 문제점 등을 파악하고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포럼에서 어떤 내용이 나올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오는 12∼13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SAFE 포럼 2024'를 개최합니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기술 로드맵과 인공지능(AI)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한 전략 등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전 부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리는 해외 공식 행사인 만큼 반도체 부문에서 획기적인 기술 전략을 공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진=삼성전자)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이번 행사를 통해 SK하이닉스의 추격과 TSMC와의 경쟁에서 AI 반도체 비즈니스의 반전을 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가 1나노급 공정 로드맵을 1년 더 앞당길 계획을 행사에서 공개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당초 삼성전자는 2나노는 2025년, 1.4나노는 2027년으로 공정 양산 계획을 잡은 바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AMD의 협업에 대한 언급이 나올지도 관심을 모읍니다. 지난달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자사의 차세대 반도체에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적용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현재 3나노 공정에서 GAA 기술을 활용해 양산에 성공한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합니다.
 
삼성전자 주력사업인 반도체 부문은 1분기 실적이 다소 개선됐으나 아직 유의미한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평가입니다. 여기에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 TSMC와의 격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4나노 공정의 수율은 60%대로, HBM 수율은 50%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 62%로, 2위인 삼성전자(13%)와 50%포인트 가까운 격차를 보였습니다. 엔비디아의 HBM 5세대 제품인 HBM3E 품질 테스트 통과 여부도 직면 과제 중 하나입니다. 이와 관련해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올해 하반기 HBM 전망에 대해 "기대해달라"고 간단하게 답한 바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파운드리 포럼 행사에 미국의 주요 반도체·IT 관계자가 참석한다는 점에서 삼성전자로서는 기술 소개를 통해 고객사를 확보할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반도체 사업 수장을 전격 교체하면서 전 부회장의 경영 행보 주목도도 높아진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조직 분위기 쇄신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우선 삼성전자 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의 노조 리스크를 잠재우는 게 시급한 일입니다. 전삼노 조합원 대다수가 DS(반도체)부문 직원으로 알려진 만큼 노사관계를 풀어내고 반도체 설계 능력 등 기술 역량을 늘리는 것이 활동 과제로 꼽힙니다.
 
앞서 전 부회장은 DS 부문장을 맡은 지 9일 만에 취임 메시지를 통해 메모리사업부장 이후 7년 만에 DS로 돌아왔다고 언급한 뒤 "그 사이 사업 환경도, 회사도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우리가 처한 반도체 사업이 과거와 비교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지금은 AI 시대이고 그동안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며 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HBM 주도권 탈환 의지를 내비친 바 있습니다.
 
업계에선 전 부회장이 향후 기술 혁신과 조직 분위기 쇄신 등에 집중하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점치고 있습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전 부회장은 향후 HBM 신제품 개발, 수율 향상에 주력하는 동시에 파운드리 실적 개선에 초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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