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안 보이는 '내수'…갈림길 선 '금리'
반도체 중심 수출 회복세 "일시적 영향"
시중에 돈 풀리지 않아 내수 부진 지속될 것
한은, 미 금리 눈치 보며 하반기 조정 가능성
입력 : 2024-06-11 17:12:10 수정 : 2024-06-11 18:54:58
서울 중구 한 식당가에 메뉴 가격표가 붙어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삼겹살과 자장면 등 서울 기준 8개 외식 대표 메뉴의 가격이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수출 호조세에도 내수 둔화가 장기화되면서 통화정책 전환(피벗)이 갈림길에 섰습니다. 특히 '내수 부진'의 원인으로 고금리 정책이 지목,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입니다. 다만 미국의 긴축 장기화 우려로 국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후순위로 밀리면서 통화정책 셈법이 한층 고차방정식으로 격상할 것으로 보입니다. 
 
"고금리, 내수 부진 원인"…KDI, 또 '금리인하' 군불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경제동향 6월호'를 통해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호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내수는 고금리 기조에 따라 회복세가 가시화되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결국 내수 진작을 위해선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5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8.4를 기록하며 기준치(100)를 하회했습니다. 
 
상품소비와 밀접한 소매판매액은 -3.4%에서 -2.6%로 감소세를 지속했습니다. 업태별로 살펴보면 온라인 판매를 반영하는 무점포소매는 9.0%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오프라인 점포인 백화점(-9.9%), 전문소매점(-6.4%), 대형마트(-6.0%) 등 대부분 부진했습니다. 
 
KDI는 설비투자 역시 고금리 기조로 인해 기계류를 중심으로 부진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4월 설비투자는 -4.5%에서 -2.3%로 전월에 이어 감소세를 이어갔고, 세부항목으로는 기계류 -4.3%, 특수산업용기계 12.0%를 기록해 감소세를 지속했습니다. 다만 운송장비는 3.9%로 전월(4.4%)에 이어 증가를 기록했습니다. 
 
또 4월 건설기성(불변)은 0.8%의 낮은 증가율을 기록해 부진한 모습인데요. 건축부문에서 0.4%, 토목부문에서 1.9% 모두 미약한 증가세에 그쳤습니다. 이런 건설투자의 둔화 흐름은 2022년 말 이후 건설수주 부진이 누적돼 나타난 결과로 봤습니다. 또 이런 흐름은 주택인허가와 건설수주가 낮은 수준에 머무르면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우석진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해외에서 서버를 바꾸며 팔린 것"이라며 "근본적인 문제는 중국에서 판매되던 반도체의 양이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과 앞으로 반도체 사이클이 줄고 있어 지속되긴 어렵다"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출 대비 수입 줄어든 것은 내수 부진과 구매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럽이 쏜 '금리 인하'…피벗 키 쥔 '미국'
 
국내 환경과 달리 세계 경제는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지난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RBC 은행과 캐나다 6개 은행의 전망을 집계한 결과, 5개 은행이 연말까지 0.25% 포인트씩 3차례 추가 금리인하를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유럽과 캐나다가 선제적으로 피벗에 나선 것입니다.
 
반면 미국은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에 전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세 차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봤지만, 아직까지 한 차례도 인하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의 금리 인하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룹니다. 
 
<파이낸션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전직 관리와 경제학자들을 인용해 대선이 있는 오는 11월 5일이나 9월 중순에 한 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특히 아담 포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장이 TF에 "미국 경제가 강세이기 때문에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주목을 끌고 싶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올해 말이나 내년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입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우리는 미국의 금리가 인상되는 만큼도 못 올렸기 때문에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내에서 예상보다 고용률이 높게 유지되면서 당분간 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우 교수는 "정부는 금리를 내리면 내수가 회복될 것이라고 보지만, 우리 경제는 금리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가계에서 당장 쓸 돈이 없는 것이 문제이고 이런 기조가 이어진다면 소득 양극화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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