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신' 지운 민주…일극체제 정점에 '이재명'
'대표 사퇴시한' 예외규정 강행…'당권·대권 분리' 정치개혁 후퇴
입력 : 2024-06-11 17:19:55 수정 : 2024-06-11 18:51:59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4·10 총선 이후 거대 양당의 1인 정당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야당의 경우, 일극 체제의 정점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있습니다. 민주당은 '당대표의 대선 출마 시 1년 전 사퇴' 규정에 예외를 둔 것은 물론,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 정지 규정 삭제를 추진 중입니다. 이른바 이 대표를 위한 '맞춤형 개정'으로, 170석 민주당이 이 대표에 맞춰 기득권화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평생 기득권 세력과 치열하게 맞서 싸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보와 배치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당헌 80조 폐지…'이재명 방탄용' 비판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부는 전날 당대표와 최고위원의 대선 출마 시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다면 당무위원회 결정으로 당직 사퇴 시한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현행 규정은 대선 1년 전 사퇴하도록 정했습니다. 당권과 대권을 분리해, 대선 후보 경선에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당권과 대권 분리 논란에도 이러한 조치를 감행한 것은 당대표 연임 가능성이 큰 이 대표에게 2026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부여, 그의 대선 가도에 힘을 실으려는 포석으로 읽힙니다.
 
또 당직자가 뇌물이나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되면 사무총장이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한 '당헌 80조'도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앞서 이 조항의 개정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고려한 '방탄용'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습니다. 국회의장·원내대표 경선에 당원 의견을 반영하도록 하는 '당원권 강화' 조항도 개정안에 담았습니다. 개정안은 12일 당무위원회와 17일 중앙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됩니다.
 
민주당이 총선 압승 이후 '이 대표 일극 체제'를 향해 무한 질주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유력 대권주자인 이 대표가 현재와 같은 당 장악력을 유지하며 대선을 준비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무엇보다 대통령 권력분산 개헌에 힘을 싣고 있는 민주당의 행보를 감안하면, 이 대표 일극 체제는 오히려 정치개혁 후퇴인 셈입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 팬덤도 이 대표 일극 체제를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지난번 국회의장 선출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 대표적입니다. 국회의장 경선에서 우원식 의원이 승리하자 이에 반발한 당원들이 집단 탈당했고,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사태 수습을 위해 기존 현역 의원들이 해 오던 국회의장 후보와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도 당원 의견을 20%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아울러 민주당이 11곳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확보한 가운데 가장 핵심인 법제사법위원장에 친명(친이재명)계 정청래 의원이 선출된 것도 이 대표의 일극 체제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2002년 12월9일 문화 예술인과의 대화를 위해 서울극장을 방문한 노무현 후보가 노사모와 몽사모 회원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승리의 브이를 만들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제공)
 
'제왕적 총재'보다 더 강력…노무현과는 '다른 길'
 
민주당 이재명호의 이러한 행보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걸었던 길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노 전 대통령은 정치권 내에서 비주류 개혁주의자였습니다. 대통령이 돼서도 노 전 대통령의 위치는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기득권에 저항하는 변방의 풍운아 같은 존재였습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일부 해소하기 위해 대통령 후보 경선 때부터 당정 분리를 정치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고, 임기 내내 당과 거리를 두려 노력했습니다. 대통령이 여당 총재를 겸임하면서 당의 선거자금과 공천권, 인사권 등을 틀어쥐고 권력을 휘두른 것이 제왕적 대통령제가 탄생한 원인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최근 민주당에서 당권·대권 분리 원칙을 후퇴시킨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진일보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팬덤 정치에 있어서도 노 전 대통령은 다른 행보를 보였습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첫 정치인 팬클럽 모임이었습니다. 노사모는 2002년 국민 참여 방식으로 치른 대선 후보 경선에서 약세로 평가받는 노 전 대통령이 후보로 선출되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노사모가 현재의 정치적 팬덤 문화와 다른 점은 비판적 지지였다는 점입니다. 실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4월27일 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직후 경기도 덕평에서 열린 지지자 모임에서 '여러분은 제가 대통령 되고 나면 뭐하지요'라고 질문하자, 노사모 회원들은 "감시"라고 외쳤고, 이에 노 전 대통령은 "(저를) 감시도 하고 (저를) 흔드는 사람들도 감시를 해달라"고 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소통과 설득을 통해 지지자들의 긍정적 정치 참여를 유도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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