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올해 2금융 제재만 105건…"책무구조도 서둘러야"
지배구조법 적용 2~3년 유예…내부통제 공백 우려
입력 : 2024-06-24 08:00:00 수정 : 2024-06-24 08:22:16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당국이 책무구조도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금융사 내부통제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2금융권 공백 우려는 되레 커지고 있습니다. 7월부터 책무구조도를 도입하는 은행권과 달리 2금융에 대해선 적용을 유예한 탓인데요. 올들어 당국이 가한 제재 대다수가 2금융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책무구조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2금융도 내부통제 사고 빈번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뿐만 아니라 2금융권에서도 내부통제 미흡으로 인한 금융사고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금감원 제재 공시를 보면 올 들어 금감원 제재 120건 가운데 105건이 은행 외 금융사에 해당합니다. 우리은행, 경남은행 등 은행권에서 발생한 수백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는 아니지만 횡령·배임을 비롯해 금융업법 위반, 신용정보법 위반까지 다양합니다. 
 
저축은행업권에서는 유안타저축은행(신용정보법 위반), 모아저축은행(배임), 한국투자저축은행(횡령), OK저축은행(신용정보법 위반), 상상인저축은행(여신심사 미흡) 등이 금감원 제재를 받았습니다. 보험업권에서는 미래에셋생명·신한라이프·농협생명·DB생명·흥국생명·흥국화재 등이 설명·녹취 의무 등 보험업법 위반으로, 한화생명은 신용정보법 위반, 롯데손보는 퇴직연금 계약 준수의무 위반으로 금감원 제재를 받았습니다.
 
여신업권에서는 롯데카드(감사위원 선임절차 위반), 미래에셋캐피탈·신한카드(신용정보법 위반), 현대캐피탈(고객 확인 의무 위반), 우리금융캐피탈(금융사지배구조법·신용정보법 위반) 등이 제재 대상이 됐습니다.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불리는 책무구조도 도입은 업권별 도입 시기가 상이하면서 제도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책무구조도 도입 내용을 담은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오는 7월3일 시행됩니다. 금융지주·은행은 법 시행 후 6개월 내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하는데, 연말까지는 책무구조를 마련해야 합니다. 당국은 금융사 부담을 고려해 자산 5조원 미만의 보험·여전·저축은행은 법 시행일인 7월3일 이후 2년 내, 나머지 금융사는 3년 내로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책무구조도는 임원 개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내부통제 대상 업무의 범위·내용을 금융사 스스로 각자의 특성을 고려해 사전에 명확히 규정화하는 내용입니다. 책무구조도에 따르면 이사회와 대표이사도 내부통제 총괄 관리의무를 피할 수 없습니다. 대표이사 등은 내부통제 기준 위반을 초래할 잠재적 위험을 점검하고 내부통제 위반이 장기적으로 반복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유사 위반 사례 발생 가능성 등을 점검해야 합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융지주와 은행이 먼저 책무구조도를 도입하면 그에 준하는 내부통제 대책을 마련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금융지주 계열사는 지주사 차원에서 책무구조도를 마련하면서 계열사 내부통제 정책까지 아우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자회사 임원 겸직에 책임 쏠려
 
또한 금융지주사 체제에서는 지주사 또는 은행 임원이 자회사 임원을 겸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같은 지주사 내에서도 업권별 책무구조도 도입이 시기가 다른 만큼 특정 임원에게 책임이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금융지주사의 경우 지주사 임원이 증권사 대표를 겸직하거나 글로벌, 보험, 신사업 등을 총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자산관리(WM) 업무의 경우 은행과 증권 등 다수의 자회사에서 진행되는데, 동일한 임원의 지휘 아래 수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2000년 금융지주사법 제정 당시 지주회사와 자회사 간 임원겸직(수직적 겸직)만 허용됐으나,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로 지난 2009년 개정 이후 자회사 간 임원 겸직도 허용돼 왔습니다.
 
과거에는 금융당국이 이른바 '매트릭스' 체제 도입을 권고했다가 금융사고가 잇달아 터지자 내부통제 부실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매트릭스 조직은 계열사별로 따로 운영하던 사업을 단위별로 묶어 지주사가 통합 관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계열사 간 협업을 강화하고 지주사 차원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것입니다. 투자은행(IB), 퇴직연금, 글로벌, 디지털 분야로 확대하는 추세로 주요 지주사 모두 WM 부문에서 매트릭스 기능이 두드러집니다.
 
금융지주사들은 임원 겸직에 따른 책임 쏠림을 우려해 책무구조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은행 임원이 다른 자회사 임원을 겸직하는 사례를 없애거나 임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책임을 분산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임원 겸직 기피 현상이 종합금융그룹 출범 취지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책무구조도 도입이 사전 감독 보다는 사후 제재에 초점을 맞추면서 감독 편의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기존에는 내부통제 문제가 발생하면 징계 수위를 정하기 위해 당사자와 문답을 거치고 징계를 위한 증거를 수집하는 등 절차를 거쳤습니다. 하지만 당국이 제재 근거 확보 등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책무구조도를 의무화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입니다. 금융사 경영 상황에 맞게 책무구조 도입과 그에 맞는 책임 부여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2일 책무구조도 도입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공포했으며 오는 7월3일부터 시행한다. 사진은 정부서울청사 내부 금융위원회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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