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결국 사람, 인재 확보가 경제안보
입력 : 2024-07-15 14:59:40 수정 : 2024-07-15 14:59:40
인공지능(AI)을 비롯해 반도체, 첨단 바이오, 배터리, 로봇 등 미래 첨단 기술 분야의 인재를 확보키 위한 각국의 '총성 없는 전쟁'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주요국들이 자국 인재 양성은 물론이고 해외 인재 유치까지 사활을 거는 이유는 '우수 인재=국가 기술 경쟁력'이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AI와 반도체 등은 우리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미래 국가 경쟁력의 핵심입니다. AI와 반도체 등 기술 개발을 위한 한국의 인적 자산은 뛰어난 편이지만, 인재 유출 문제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최근 조사를 살펴보면 링크드인 기준 1만 명 당 'AI 인재 이동'에서 한국은 -0.3을 기록했습니다. 쉽게 말해 마이너스라는 것은 AI 인재가 해외로 빠져나가 순감했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의 AI 인재 약 40%가 해외로 떠난다는 외국 조사도 나온 바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AI 고급 인력의 절반가량은 미국(59%), 중국(11%), 유럽연합(10%), 캐나다(6%), 영국(4%) 등에서 일하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AI와 반도체 기술은 다른 나라에 종속되면 국가 성장 동력을 잃고, 경제 안보마저 흔들릴 수 있는 중차대한 산업입니다. 고급 인재들의 해외 유출의 가장 큰 원인은 첨단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책이나 보상이 없기 때문입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주요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것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빅테크에서 일할 때 2배 이상 더 높은 월급을 받을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실리콘밸리에 엔비디아, 퀄컴, AMD, 구글, 메타, 애플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몰려있는 만큼, 연봉은 물론 커리어를 쌓기에도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더 나은 연구 환경을 좇아 해외로 떠나는 인재들을 탓할 수 없는 상황인 겁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및 AI 인력의 해외 유출 문제는 연봉 문제가 가장 크다. 안정적인 일자리는 물론이고 선진국 수준의 대우와 보수, 자녀 교육까지 여러가지 이점을 누릴 수 있다"며 "반면 한국에서는 열악한 처우를 받고 쫓기듯 연구개발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이러한 업계의 하소연을 정부와 기업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산업 경쟁력은 결국 인재 확보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차적으로는 기업 자체적으로 인재 확보에 기업의 명운을 건다는 각오로 임해야 합니다. 정부 역시 기업이 고급 인재를 확보해 국가 경쟁력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정부가 반도체 특성화 대학, AI 반도체 대학원 증설 방안 등을 내놓고 있지만, 글로벌 첨단산업을 둘러싼 국가 대항전에서 이러한 찔끔 대책으로는 인재 유출을 막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근본적으로는 고급 인재들이 연구개발에 몰두할 수 있도록 예산을 확보하고, 정부 지원을 대폭 늘리는 게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인재를 유치하는 기업에 각종 세제 혜택을 늘려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는 등 고용시스템 전반을 손질할 필요도 있습니다. 고급 인력 확보를 위해 교육 및 주거시설 등 처우를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도 필수입니다.
 
하나의 인재가 수천 명을 먹여 살리는 '인재의 중요성'을 간파한 주요 선진국들은 발 빠르게 첨단 산업 분야의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의 인재 쟁탈전이 벌어지는 현 상황에서 한국만 뒤처진다면 첨단 산업의 미래는 어쩌면 기회조차 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임유진 재계팀장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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