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 무관 '외형 불리기' 나선 제약사들
"단기 매출에 급급해 왜곡된 비즈니스 모델 창출 지양해야"
중장기적인 연구개발 강화, 기업 정체성과 맞는 사업 확장 필요
입력 : 2024-07-18 16:16:25 수정 : 2024-07-18 17:58:42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신성장 동력확보를 위한 사업다각화를 고심하고 있는 일부 제약 바이오기업들이 본업인 의약품 연구개발과 동떨어진 사업영역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경동제약은 2030년까지 지주사로 전환한다는 목표하에 지난 3월 KD경동제약으로 기업이미지(CI)를 변경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엔 계열사 확장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요건은 자산 총액이 5000억원 이상, 자회사 주식 가액의 합계액이 자산 총액의 50% 이상이어야 하는데요. 지난해 말 기준 경동제약의 자산 총액은 2930억원으로 지주사 요건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현재 경동제약이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자회사는 총 6곳이고 지주사 전환을 위한 자회사 주식 가액 비율 요건 충족을 위해서는 자회사 포트폴리오 확장이 필요한데요. 경동제약은 올해 초부터 자회사 추가에 나섰습니다.
 
지난 1월 경동제약과 경동제약 미국법인 류일인터내셔널이 만든 화장품 도·소매업체 어테이션 지분 100%를 취득하며 올해 1분기부터 경동제약의 자회사로 편입했습니다. 최근에는 지주사 전환 일환으로 금융회사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에서는 의약품 사업 확장과 거리가 먼 행보라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경동제약은 안정적인 수익을 기반으로 실적 성장과 자회사 확대를 노려야 하지만 최근 실적은 부진합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0.9% 감소한 1626억7409만원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3억1202만원에서 249억5455만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습니다. 올 1분기에도 적자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1분기 영업손실은 전년 동기 다 손실 폭이 81.3% 줄어든 7억6782만원을 기록했습니다.
 
경동제약은 중장기 신성장동력으로 신약 개발보다 안정적인 개량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핵심 파이프라인은 지난달 국내 임상 3상을 마친 전립선비대증 복합제 개량신약 KDF1905-2BO 입니다.
 
2024년 상반기 제약바이오 기업 신성장 사업 진출 현황(사진=뉴스토마토)
 
유예기간 끝난 기술특례기업, 매출 못 올리면 '관리종목지정'
 
백신 개발기업 셀리드는 지난달 베이커리 업체 포베이커를 인수해 기업 정체성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회사 측은 기존 사업과 무관한 분야지만 당장 신규 사업 성과를 내지 못하면 당사의 손익, 재무 상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인수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는데요.
 
2019년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상장된 셀리드는 관리종목지정 요건인 연 매출 30억원 미만 규정을 5년 동안 피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기술특례 기업에 부여된 유예 기간이 만료됐습니다. 셀리드는 관리종목 지정을 면하려면 올해부터 연 매출을 30억원 이상 올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죠. 셀리드는 포베이커 인수가 안정적인 매출 발생과 건강기능식품 유통 사업으로 진출하는 초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본업과 연관성이 없는 사업 확장에 바이오 투자 위축이 심화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휴마시스는 2차전지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확보를 위해 아프리카 광산 탐사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휴마시스는 짐바브웨 현지법인 휴마시스마인솔루션을 설립해 지난달부터 유망 대상광구 확보를 위한 조사작업에 착수했는데요. 하지만 신규사업이 휴마시스가 그동안 주력사업으로 삼은 심혈관질환 진단 시약 제품군 개발과는 괴리가 있고, 광산개발 관련 기술력도 검증되지 않아 부정적인 시선이 팽배합니다.
 
전문가들은 제조업과 바이오업 생태계가 달라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기업 본연의 책무인 연구개발과 기술력 강화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지적합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사업을 다각화한다는 측면에서는 사업 확장을 고민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단기간 매출을 올리기에 급급해 왜곡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기보다는 제약 바이오기업의 정체성, 전문성 강화에 맞게 본연의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사업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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