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편입-GH이전…구리시의 '이상한' 투트랙
구리시, 서울편입 여론조사 진행…GH이전도 계속 추진 중
서울편입·GH이전 '양립 불가' 지적…"서울에 경기도 기관이?"
"백경현 시장 몸값 높이려는 정치적 의도 있다" 주장까지
입력 : 2024-07-30 17:04:33 수정 : 2024-07-30 17:04:33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경기도 구리시의 이상한 투트랙이 눈총을 받고 있습니다. 서울 편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도 경기도 공공기관 북부 이전까지 같이 추진하겠다는 겁니다. 구리로 이전을 준비하는 공공기관은 경기주택도시공사(GH)입니다. 서울 편입과 GH 이전이 양립할 수 있느냐는 지적에 구리시는 "GH 이전은 확정된 것이고, 서울 편입은 검토하는 중이라 상충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일각에서는 백경현 구리시장의 투트랙 전략엔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옵니다.
 
30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구리시는 25일부터 31일까지 구리시민들을 대상으로 서울 편입과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분도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했습니다. 또 구리시는 현재 행정구역 개편 전담반(TF)을 구성, 서울시와 합동으로 편입에 따른 행·재정상 편익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백 시장이 여러 차례 강조했던 서울 편입이 본격화되는 모양새입니다.
 
백경현 구리시장이 지난해 11월 서울시청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 편입 관련 면담을 가졌다.(사진=뉴시스)
 
구리시는 서울 편입과 동시에 경기도 공공기관 북부 이전도 같이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4일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는 GH 이전 부지인 구리 토평동 990-1번지 일원에 대한 용도변경 적절성 여부를 따지기 위해 분과위원회에 심의 검토를 요청했습니다. 업무시설 등이 들어서기 위해서는 준주거지역과 제1·2종일반주거지역 등 용도변경이 필요한데, 일부 토지가 자연녹지 지역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심의를 거쳐 내년 중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인 2021년 경기도 균형발전을 위해 공공기관을 경기 북부와 동부로 옮기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에 따라 GH는 2026년 이후 구리시로 이전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2024년 백 시장이 서울 편입을 추진하면서 모양새가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계획대로라면 GH는 2026년 이후 구리시로 이전합니다. 새 사옥 건립비용만 4352억원입니다. 문제는 구리시가 서울에 편입된다면, GH는 '경기도'가 아닌 '서울'에 소재하는 이상한 상황이 생기게 됩니다. 심지어 GH 정관 제3조엔 '공사의 주된 사무소는 경기도에 둔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구리시가 서울에 편입될 경우 자칫 GH는 다시 경기도로 돌아와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재이전을 위한 비용 소요, 직원들의 동요가 불가피할 걸 전망입니다. 구리시의 서울 편입과 GH 이전은 양립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에 대해 구리시 관계자는 "GH 이전은 이미 확정된 사안이라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서울 편입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타당성을 검토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다. 두 일은 상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서울 편입은 서울시 동의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구리시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구심은 남습니다.
 
이에 백 시장의 투트랙 전략 이면에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GH가 구리시로 온다면 세수가 늘고 직원들의 유입돼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구리시에 따르면 GH 이전으로 인한 경제유발효과는 연간 120억원 이상입니다. 구리시로서는 GH 이전을 포기하기 어렵습니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4·10 총선 공약으로 구리시 서울 편입을 추진한 바 있습니다. 국민의힘 소속인 백 시장 입장에선 당과 발을 맞춰 갈 수밖에 없습니다. 동시에 지난해 11월 오세훈 서울시장과 총선 이후에도 구리시 서울 편입을 추진하기로 합의하면서 시장으로서의 존재감도 높아졌습니다. 백 시장 입장에선 경제효과를 고려한 GH 이전,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서울 편입 모두 놓칠 수가 없게 된 셈입니다. 
 
구리시 관계자는 "GH 이전과 서울 편입 모두 결국은 구리시민을 위한 것"이라며 "구리시민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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