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90분 회동'…갈등 봉합?
윤 대통령과 회동 다음 날…한동훈, 정점식에 '최후통첩'
입력 : 2024-07-31 18:15:10 수정 : 2024-08-01 10:14:08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90분간 비공개 회동을 했습니다. 이번 회동으로 친한(친한동훈)계와 친윤(친윤석열)계 갈등 뇌관으로 떠오른 '정책위의장 교체' 여부에 가닥이 잡힐 전망인데요. 여권 투톱의 비공개 회동 다음 날인 31일 한 대표는 '당직자 일괄 사퇴'를 요구, 정점식 정책위의장에게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렸습니다. 양측의 갈등 봉합 행보에도 당 내부엔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여권 내부 권력구도가 분수령을 맞을 전망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기념촬영하며 손을 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 "당직 개편은 대표가 알아서"
 
윤석열 대통령과 지난 30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한 대표를 만나 "이 사람 저 사람 폭넓게 포용해 한 대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직 개편은 당 대표가 알아서 잘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에게 "조직의 취약점을 강화해 조직을 잘 끌어 나가기를 바란다"고도 당부했고, 한 대표는 "걱정 없이 잘 해내겠다"고 답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이날 만남은 국민의힘에서 대통령실에 제안했으며, 애초 1시간 정도 면담이 예정됐지만 1시간30분가량 진행됐습니다. '채상병 특검법'(순직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임명' 등을 놓고 여야가 첨예한 대립을 벌이는 상황이라 예정보다 길어진 걸로 보이는데요. 
 
다만 면담 중 한 대표가 제안한 제3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를 보좌하기 위한 '제2부속실 설치' 문제 등은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윤 대통령 발언 놓고 '해석 분분'
 
양측 비공개 회동 이후 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해석이 분분한데요. 윤 대통령이 한 대표에게 계파와 관계없이 최고위원회 구성을 일임했다는 관측과, 오히려 한 대표와 대척점에 섰던 친윤계와 결합을 주문한 거라는 정반대의 분석이 공존합니다. 
 
핵심은 정책위의장 인선입니다. '친윤 직계'로 분류되는 정점식 정책위의장의 거취에 따라 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의에서의 세력 구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정책위의장은 9명의 최고위원 중 1명으로, 당대표가 원내대표와 협의 후에 의원총회를 거쳐서 임명할 수 있습니다. 한 대표가 정 정책위의장을 친한계 인사로 교체한다면, 지도부 중 과반인 5명을 우군으로 확보할 수 있어 당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데요. 
 
이에 친한계 의원 대다수는 "민심과 당심은 변화를 요구한다"며 정 의장의 교체를 주장하고 있지만, 정 의장은 당헌에 적시된 '임기 1년'을 근거로 자진 사퇴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친윤계와 원내지도부도 정 정책위의장의 유임을 원하는 기류입니다.
 
"윤·한 결별은 시간문제"
 
친한계는 정 정책위의장이 스스로 물러날 명분이 갖춰졌다는 입장입니다. 서범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31일 서 사무총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한동훈 대표와 면담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표가 새로 왔으니 새로운 변화를 위해 당 대표가 임명권을 가지고 있는 당직자에게 일괄 사퇴를 해주셨으면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 대표와 관련 논의를 한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사무총장 입장에서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새로운 출발을 위해 새롭게 출발하는 모양새를 만드는 차원"이라고 부연했는데요. 사실상 정 정책위의장에게 최후통첩을 날린 건데요. '한 대표와 면담한 직후'라는 점에서 한 대표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평가입니다.
 
그러나 친윤계 등의 반발은 부담인데요. 이에 한 대표는 속도 조절을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미 한 차례 계파 갈등이 격화됐고, 한 대표가 지명한 새 정책위의장의 추인 여부를 놓고 소속 의원 사이에서 논란이 일 경우 원외인 한 대표에게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추경호 원내대표를 설득해야 하고 의원 과반의 지지도 얻어야 합니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불거진 '윤·한 갈등'은 이번 회동으로 희석되는 모양새지만, 결별은 시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한동훈 대표가 시간을 끌면 끌수록 자꾸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대표에게 인사권이 있고, 당대표 선거에서 민심·당심에서 모두 63%의 지지를 받은 만큼 자기 뜻대로 해도 문제가 없다. 그래야 자신의 정치적 지향성이 드러난다"고 짚었습니다.
 
최 특임교수는 향후 여권의 권력구도 변화에 대해 한 대표가 제시했던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이 분수령이 될 거라고 진단했는데요. 그는 "당내 반발 갈등이 비등점으로 하겠지만, 언젠가는 한 대표가 돌파해야 할 과제"라며 "추진하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여당이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고, 여권이 변하라는 요구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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