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폭격에 '피의 보복' 예고…치닫는 '5차 중동전쟁'
지난 4월엔 '체면치레용' 보복전…'치욕' 겪은 이란 반격 수위에 달려
가자 휴전협상·인질 석방도 '빨간불'…바이든·해리스 '책임론' 불가피
입력 : 2024-08-01 16:26:41 수정 : 2024-08-01 18:23:29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세계의 화약고'로 불리는 중동이 1973년 이후 40년 만에 제5차 중동전쟁 위기에 놓였습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서열 1위인 이스마엘 하니예 정치국장이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암살된 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이번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는 이스라엘에 '피의 보복'을 예고했는데요. 자칫 전면전으로 치달을 경우 에너지 수급과 주요 공급망의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레바논 항구도시 시돈 인근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하마스 정치국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피살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며 그의 사진을 들고 있다. 하니예는 지난달 30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신임 대통령의 취임식 참석차 테헤란을 방문했다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이란 본토서 '암살'…전면전 '기폭제' 
 
31일(현지시간)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하니예 국장이 이란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에 의해 순교했다고 밝혔습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테헤란에 머물고 있던 하니예는 31일 새벽 2시께 미사일 공격을 받고 사망했습니다. 그간 하니예는 이스라엘과도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카타르에 머물러 왔는데, 이스라엘이 그의 동선을 파악해 이란 본토에 직접 타격을 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란은 자국 대통령 취임 행사에 초대한 귀빈이 암살되면서 즉각 최고국가안보회의(SNSC)를 소집했는데요. 이번 사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피의 복수'를 예고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란 이슬람공화국 영토에서 발생한 쓰라린 사건과 관련해 그의 피 값을 치르는 것을 우리의 의무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군 통수권자이기도 한 하마네이는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과 함께 전쟁이 확대될 경우를 대비해 방어 계획을 세우라고도 지시했습니다.
 
이 같은 이란의 움직임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텔아비브에 있는 이스라엘군 본부에서 3시간에 걸친 내각 안보 회의를 마친 뒤 대국민 TV연설을 통해 "(적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위협에 맞서 단결하고 단호하게 맞설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우리에 대한 어떠한 공격에도 매우 무거운 대가를 요구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이번 사건으로 맞서면서 전면전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지난 4월 이스라엘이 이란 내 주시리아 영사관을 폭격한 직후 이란이 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바 있는데요. 당시 양측의 보복 조치가 '체면치레용'으로 수위를 조절하면서 전면전으로 확대되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자국 영토에서 동맹 지도자에 대한 방어에 실패했다는 치욕적 사건을 겪은 이란이 이스라엘에 어느 정도 수위의 보복에 나서느냐에 따라 전면전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입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휴접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 일어난 일인 만큼 가자전쟁의 종전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하니예는 하마스 대표로 이스라엘과 협상의 당사자였는데, 이스라엘이 상대측 휴전 협상 대표를 제거한 셈입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의 팔레스타인 광장에서 이란 여성이 팔레스타인 깃발을 들고 하마스 정치국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사진이 담긴 초대형 현수막 앞을 지나고 있다. 현수막에는 "가혹한 보복이 따를 것"이라고 쓰여 있다. 하니예는 지난달 30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신임 대통령의 취임식 참석차 테헤란을 방문했다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미 대선에도 '파장'…에너지·공급망 '출렁'
 
확전이 우려되는 상황 속에서 열린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는 이란이 미국도 하니예 사망에 관여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미국 측은 이스라엘의 독자적 대응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로버트 우드 미국 차석대사는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재확인하며 안보리 회원국들에 대리 갈등 고조 방지를 위한 이란 압박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100일도 남지 않은 미국 대선에도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가자지구 휴전과 인질 석방에 실패하면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책임론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강조하면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에 나서며 자신만이 힘으로 세계 평화를 되찾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확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이날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성태윤 정책실장 공동으로 '중동 상황 관련 안보·경제 합동 점검 회의'를 주재하고 우리 안보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했습니다.
 
특히 중동 사태에 따른 에너지 수급 문제와 공급망 문제에 대해 논의했는데요. 대통령실은 국제유가가 상승했지만 아직까지 원유·가스 수급 및 유조선 운항 등 국내 수급상 영향은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정세 급변 가능성에 따라 단계별 대응 매뉴얼을 가동하기로 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한동인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