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의 공포'에 재계도 긴장
미 경기 침체 우려에 국내 기업 변동성 커져
빅테크 실망스러운 성적표에 'AI 거품론' 제기
입력 : 2024-08-06 14:11:45 수정 : 2024-08-06 14:55:43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미국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에 경제계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습니다. 반도체 업황이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슈퍼사이클(대호황)을 맞은 상황에서 미국발 경기침체가 덮칠 경우, 국내 반도체 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단 점에서 입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거품론'까지 겹치면서 반도체를 위시한 국내 산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R의 공포 기저에 AI 거품론이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반도체 업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리고 있습니다.
 
미국발 경기 침체 공포로 코스피가 급락한 지난 5일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 전 세계 증기 지표가 나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국 경기는 대미 수출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파가 한층 강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빅테크들의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면서 AI 거품론이 본격적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엔화 강세와 나스닥, 빅테크 폭락이 반복됐다"며 "이 과정에서 트럼프 트레이드, AI·빅테크 실적·성장성 불확실성, 경기 침체 공포 유입으로 증시 변동성이 증폭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AI 시장 위축이 현실화하면 반도체 산업에도 타격이 예상됩니다. 미국 고용 부진에 따른 침체로 AI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한 미 빅테크 기업들이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내놓는가 하면, 인텔은 100억달러 비용 절감을 위해 전체 직원의 15%를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미 경기 침체로 AI 투자에 속도조절을 할 경우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상당 부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약 현재 초기 AI 투자기에 경쟁적으로 가속기 반도체를 확보 중인 미국, 중국 빅테크 업체들이 비용 증가, AI 매출 저조, 재고 증가, 경기 둔화 등의 이유로 내년부터 투자 강도를 완화한다면 HBM 수요도 현재 시장의 높은 기대치를 하회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결국 금융 시장의 안정화의 변수는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논란이 진정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라고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에서 "대외충격에 따른 시장 변동성에 충분한 정책 대응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시장 심리 안정에 집중했습니다.
 
최 부총리는 "중동 지정학적 불안 재확산, 미 대선 등 대외 불확실성이 큰 만큼, 당분간 관계기관이 가장 높은 경계감을 갖고 24시간 합동 점검체계를 지속 가동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장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상황별 대응계획(컨디전시 플랜)에 따라 긴밀히 공조해 대응하고, 필요시 시장 안정조치들이 신속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 대응체계 유지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의 근본적 체질 강화가 해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AI 시대에 국내 기업들이 트렌디한 AI 산업에만 치우치지 말고, 탄탄한 비즈니스 구조를 만들고 기초 체력을 기르는 노력해야 한다"며 "정부 당국 역시 국내 AI 산업의 거품을 부각시키지 말고 더더욱 작은 기업들의 내실을 다지는 데 힘써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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