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고군분투 경제계, 여야가 지원할 때
입력 : 2024-09-06 15:27:43 수정 : 2024-09-06 15:27:43
9월 정기국회가 개회한 가운데 경제계의 숙원 법안들이 통과될 지 어느 때보다 비상한 관심을 모읍니다. 글로벌 첨단산업 패권 경쟁 속 급속도로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놓인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재계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야가 대승적인 경제 법안을 다루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22대 국회 개원 후 여야 합의로 처리된 경제 법안은 현재까지 한 건도 없습니다. 경제계 숙원 법안들이 업계에 미칠 영향이 큰 것을 알고, 여야 모두 합의 처리에는 공감하면서도 막상 정쟁에 휩싸여 처리를 미루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등 국가전략 기술에 대해 세액을 공제해주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 민생 법안 처리가 미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관련 법안을 심의할 소위원회 구성이 늦어지고 있어서입니다. 소위 구성이 늦어지면서 K칩스법 등 민생법안 심의도 멈춰선 상태입니다. 국내 반도체 산업 지원을 강화하는 K칩스법은 올해 말이 일몰 기한입니다. 여야 모두 K칩스법 일몰을 연장하는 법안을 내놓는 등 공감대를 이뤘지만, 소위가 구성되지 않아 아직 논의 테이블 위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전력 수요 급증에 대비하기 위한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전력 인프라 구축)의 처리도 시급합니다. 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여야 이견이 크지 않아 비쟁점 법안으로 분류됐음에도 정쟁 국회에 막혀 지난 21대 국회에서 기한 만료로 자동 폐기됐습니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 등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키 위해 적기에 필요한 법안인데도 정치권이 법안 통과에 늑장을 부리면서 산업계의 부담이 커진 셈입니다. 전력망 부족 상황이 이어질 경우 국가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자명합니다. 업계에선 전력 산업 생태계 자체가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경제계는 정치권의 반기업 정서에 기댄 각종 규제 법안 남발에도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등 경제 6단체 부회장들은 6일 서울 모처에서 조찬모임을 갖고 기업 규제 법안의 입법 현황에 대한 의견을 나눴는데요.
 
이들 단체에 따르면 지난 5월30일 22대 국회 개원 이후 지난달 말까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법 개정안은 총 18건이며, 이 중 14건이 기업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경제단체는 기업 규제 법안이 남발되면서 기업 가치 훼손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 미약한 개미투자자 보호 효과 등이 우려된다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이미 '첨단 전략산업=국가 대항전'이라는 등식이 성립한지 오래입니다. 이에 발맞춰 국회가 지원해야 할 일이 태산이지만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첨단 전략산업의 성패 기준은 이제 속도전에 달렸습니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밀려나면 따라잡기조차 어려운 초격차 산업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주요 선진국들은 경제 안보와 자국 기업 보호 등을 위해 무역전쟁도 불사하고 있습니다. 경쟁국들의 자국에 대한 전폭 지원 이뤄지는 만큼 우리 정치권도 기업의 초격차 기술을 위한 세제·금융 지원, 규제 개혁 등이 차질 없이, 그리고 신속히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정치권이 우리 산업계가 글로벌 경쟁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앞마당을 깔아주는 역할을 하길 기대합니다.
 
임유진 재계팀장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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