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시청권 논란)②야구·농구·축구품은 OTT…돈 내야 보는 스포츠
스포츠 콘텐츠 강화하는 국내 OTT…야구 보려면 최소 5500원 내야
영향력 커진 OTT…사회적 약자 시청 소외 문제
중계권 자체가 상업적 제도…산업적 가치 우선돼야 주장도
입력 : 2024-08-06 17:09:36 수정 : 2024-08-06 17:09:36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올림픽에서 불거진 보편적시청권 논란이 국민적 관심이 높은 스포츠인 프로야구, 프로농구로도 확전되는 양상입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콘텐츠 경쟁 가열이 국내 4대 스포츠 시청의 유료화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에 방송법에 근거한 보편적시청권의 영역은 아니지만, 경제적 지위와 관계없이 모든 국민이 주요 스포츠 이벤트를 시청할 수 있는 보편적 접근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중계권 제도 자체가 상업적이라는 점과 미디어 산업 측면에서 사업자의 경제적 가치를 존중하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반대론도 팽배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OTT 플랫폼 티빙 운영사인 CJ ENM(035760)은 한국프로야구위원회(KBO) 리그 독점 디지털 중계권을 올해부터 2026년까지 확보했습니다. 지난 6월에는 2024~2028년 한국프로농구연맹(KBL) 리그 중계권 계약도 체결했습니다. 축구는 일찍이 쿠팡플레이가 눈독 들인 시장이죠. K리그를 총괄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과 2023~2025년 K리그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습니다. 내년까지 온라인으로는 쿠팡의 OTT 쿠팡플레이에서만 K리그를 볼 수 있습니다. 쿠팡플레이는 아시안컵, 스페인 라리가, 프랑스 리그앙 등 국내외 축구 경기도 다수 중계해 왔습니다. 배구를 제외한 한국 4대 프로스포츠(야구·축구·농구·배구)를 OTT에서 시청이 가능해졌습니다. 
 
TV 중계는 지상파 방송사로도 볼 수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OTT에서만 볼 수 있는 스포츠 종목이 늘어났습니다. 과거 NAVER(035420) 등 포털 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시청 가능했던 스포츠 중계가 매월 구독료를 내야만 볼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한 것이죠. 가령 프로야구를 보기 위해서는 가장 저렴한 월 5500원의 티빙 광고요금제를 가입해야 합니다. 광고를 보지 않으려면 월 1만3500원을 내야 합니다. 축구까지 보려는 이용자라면 쿠팡 구독료인 월 7890원이 추가됩니다. 
 
티빙 야구 중계화면. (사진=티빙 앱)
 
국내 OTT들이 스포츠 콘텐츠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일정 비용 투입을 통해 고정팬을 확보하려는 전략에서 출발했습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수준의 콘텐츠 제작비 투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흥행 실패 요인이 적은 콘텐츠로 스포츠를 선택한 것입니다. 전략 적중을 보여주듯 스포츠 콘텐츠로 인한 성장은 매월 데이터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빙의 월간활성화사용자수(MAU)는 지난달 756만명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4월 706만명, 5월 731만명, 6월 740만명에 이어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쿠팡플레이는 지난달 611만명을 기록했습니다. 지난달에는 663만명이었습니다. 지난해 500만대 대비 늘어난 수치입니다. 
 
OTT사들의 전략적 방향에 따라 돈을 내야 하는 스포츠로 시장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OTT 영향력이 커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발표한 2023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OTT를 매일 본다고 밝힌 응답은 1년 사이 76%에서 82%로 증가했습니다. 달라진 미디어 환경을 반영해 보편적 시청권의 규제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김원제 유플러스연구소 대표연구원은 한국방송협회 계간지 방송문화에 기고한 'OTT 시대 스포츠 중계와 보편적 시청권'에서 "스포츠 중계권 확보 경쟁은 세계적으로도 기본적으로 상업적 영역에 해당하지만, 국민 관심도가 매우 높은 일부 이벤트가 유료 서비스 가입을 통해서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에 놓이게 된다면 사회적 약자의 시청 소외, 추가적인 콘텐츠 이용료 상승 등과 같은 사회적 부담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고민수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도 "경제적 지위와 관계 없이 모든 국민이 주요 스포츠 이벤트를 시청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보편적 접근권이 보장돼야 한다"며 "전국민이 중요한 문화·스포츠 행사에 참여하면, 공동체 의식과 공유 경험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등 문화적 중요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대론도 팽배합니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미디어의 공적 역할은 필요하지만 스포츠 경기 자체를 보편의 영역으로 규정하는 것은 미디어 산업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며 "보편적 시청 영역으로 콘텐츠가 무차별하게 확장되는 것은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용희 경희대 교수는 "중계권이라는 제도가 굉장히 상업적인 제도이기 때문에 방송의 공공성, 시청자 권리 외에도 경제적 가치를 생각해야 한다"며 "상업화의 길에서는 사업자의 경제적 가치가 점차 우세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언급했습니다. 아울러 "OTT 서비스 제공업체는 주로 구독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사용하므로, 보편적 시청권을 적용하는 것은 경제적 모델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OTT를 보편적 시청권 영역에 포함하는 것은 배제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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