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계속 뛰는데…주담대 인상 언제까지
시장금리 역행 인위적 금리조정
공급의 문제…정책 엇박자 풀어야
입력 : 2024-08-19 14:38:44 수정 : 2024-08-20 07:54:03
 
[뉴스토마토 민경연 기자] 금융당국이 커지는 가계대출 총량을 잡기 위해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지만, 시장금리가 계속 내려가면서 정책 효과가 무색해졌습니다. 시장 흐름을 역행하다가는 대출 '막차 수요'를 자극하는 동시에 실수요자의 자금 융통까지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전문가들은 인위적인 금리 조정으로 단순히 수요 억제로 접근하기보다 부동산 정책과 엇박자가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주담대 금리 17회 인상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하반기 들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17회 인상했습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5회, KB국민은행은 4회에 걸쳐 주담대 금리를 올렸습니다. 농협은행도 2회 금리를 올렸고, 하나은행도 감면금리 폭을 줄이는 방식으로 실질적 금리 인상에 동참했습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도 주담대 금리를 함께 올렸습니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코픽스, 금융채 등 기준이 되는 시장금리에 은행별 가산금리를 붙여 산정됩니다. 조달금리의 기반이 되는 시장금리는 지속해서 떨어지고 있습니다. 변동형 주담대의 준거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지수)는 지난 7월 기준 3.42%로 지난해 12월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고정형 주담대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 16일 기준 연 3.210%입니다. 지난 5일에는 2년4개월만의 최저치인 연 3.101%까지 떨어진 바 있습니다.
 
시장금리는 떨어지고 있지만 은행권은 가산금리를 인위적으로 조정해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리는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있습니다. 당국은 커지는 가계대출 총량을 억제하기 위해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상으로 수요를 억제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59조7501억원으로 한달 새 7조5975억원 늘었습니다. 2021년 6월 이후 최고 증가폭입니다.
 
반면 시장금리 하락에 맞춰 수신금리는 떨어지면서 예대금리차가 커지고 있습니다. KB국민·신한·NH농협은행은 이달 들어 정기예금과 자유적립식 예금 등 예금 금리를 하향 조정했습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은행의 예대마진 확대에 따른 은행권의 이자이익을 비판하면서 예대마진 확대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은행권이 고금리 기조를 이용해 '이자잔치'를 벌인다며 강도 높게 비판해왔습니다. 정치권까지 이자이익 환수를 주장하면서 은행권은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안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7월 이후 5대 은행은 주담대 금리를 17회 인상했다. 그러나 시장금리 하락에 따라 수요 억제 효과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사진=뉴시스)
 
꺽이지 않는 주택매수 심리
 
은행권의 주담대 금리 줄인상에도 불구하고 주택매수 심리는 쉽지리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 내 공동주택 매매 실거래 가격지수를 살펴보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 연속 상승했습니다. 지난 6월 전월 대비 상승률은 1.8%로 1년4개월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입니다. 실거래가지수는 해당 월에 거래된 주택 가격과 직전 거래의 실거래가를 비교하는 지표입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량도 늘고 있습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총 7479건으로 2020년 12월 7745건 이후 3년6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7월 거래량은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임에도 17일 기준 신고된 건수가 7938건으로 이미 6월 거래량을 뛰어넘었습니다. 높은 수준의 거래량이 유지되면서 매매가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인위적인 금리 조정을 통해 주택 수요를 억누르는 것은 능사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출 규제는 부동산 시장 안정 차원에서 1차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며 "핵심은 금리 조정이 아닌 공급"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당국의 현재 기조는 대출을 어렵게 해서 수요를 줄이자는 것인데, 상충되는 정책이 존재하는 한 금리로 수요를 조절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금 시장은 투기수요까지 진입했다기보다는 실수요자가 움직이는 시장"이라며 "현재 주택시장을 견인하는 것은 고가주택인데 금리 조정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은 "앞으로 정책금리 인하가 기대되는 상황이라 금리 조정만으로는 단기간 내 수요를 잡기는 역부족"이라며 "수요를 억누르기보다는 부동산 공급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을 통해 부동산 대출 수요를 억제하려 하고 있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 수요는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경연 기자 competiti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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