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석달에 한번꼴 은행장 호출…산업 육성책은 실종
김병환 금융위원장, 첫 상견례서 '이자장사' 경고
윤석열정부 중반기도 은행권 고행길 예고
입력 : 2024-08-20 15:34:43 수정 : 2024-08-21 08:12:39
 
[뉴스토마토 민경연 기자]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취임 후 처음 가진 은행권 최고경영자(CEO) 상견례 자리에서 '이자 장사' 논란에 대한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국내 은행들이 혁신과 상생 의지 없이 이자이익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계속된 은행권 '이자 장사' 비판과 같은 맥락인데요. 금융당국 수장들은 그간 석달에 한번 꼴로 은행장들을 소집해 훈시를 한 바 있습니다. 신임 금융위원장에 금융산업 육성책을 기대한 은행권으로서는 실망감이 역력한 분위기입니다. 
 
은행권 고수익 논란 지적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이날 국내 19개 은행 은행장, 은행연합회장을 만났습니다. 금융위원장 취임 후 금융업권별 CEO와 공식적인 첫 만남입니다. 김 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은행은 우리 금융 산업의 중심축으로서 높은 건전성을 유지해 왔으며 위기 상황이 닥칠 때마다 민생 안정에 큰 역할을 해왔으나 최근 은행의 고수익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은행이 일반 기업과 같이 치열하게 혁신을 해 왔는지', '민생이 어려울 때 은행이 상생 의지를 충분히 전달했는지' 등을 지적하며 "은행권은 왜 이러한 비판들이 이어지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최근 은행권에서 대규모 횡령과 부정대출 등 금융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데 대해 내부통제를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이후 국내 금융사의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신뢰와 지지가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제도를 탓하기에 앞서 은행이 먼저 소비자를 위해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은행에도 우호적인 제도와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은행도 금융 산업의 근간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시장 안정에 기여하고 금융 혁신에 앞장서겠다"고 화답했습니다.
 
은행의 역할을 강조한 김 위원장은 가계부채, 소상공인 부채 등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공유했습니다. 오는 9월 시행을 앞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조치등을 언급하며 은행권의 협조를 당부했고, 소상공인 지원에 대해서는 은행권의 접근방식에 전환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규제개선 약속 '재탕·삼탕'
 
이번 간담회에는 은행권 '규제개선 추진' 안건도 포함돼 있었지만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은행권의 혁신 노력에 장애가 되는 규제가 있다면 걷어내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데 그쳤습니다. 은행권은 비금융사 지분취득 규제 완화와 금융지주 내 계열사 간 데이터 공유 허용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계열사 간 데이터 정보 공유는 지난 십여년 간 해결되지 않는 장기 과제인 데다 잇따른 금융사고로 소비자 보호 기조가 강화된 상태라 추진될지는 미지수"라며 "비금융사 지분취득 규제 완화의 경우에도 현 정부 취임 직후부터 추진해오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임 금융위원장과의 첫 상견례 자리를 기대한 은행권 입장에서는 실망한 표정이 역력합니다. 윤석열정부 취임 이후 지난 2년 간 고금리 기조를 이용해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는데요. 신임 위원장의 첫 일성도 이런 기조와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은행들은 지난해 말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 지원 방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금융당국 수장들은 그간 은행권 예대마진 확대와 내부통제 사고가 불거질 때마다 은행장을 소집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지난 2년여 간 총 9회로 석달마다 한 번 꼴로 은행장을 소집했습니다. 기후대응 주제와 지방금융지주·은행장 간담회, 금융지주회장단 간담회까지 초함하면 총 16회에 달합니다. 은행장 간담회 대부분은 은행권 산업 발전방안 언급 없이 내부통제와 금융시장 안정 관련 주제로 열렸습니다.
 
당국은 이자이익 의존도를 벗어나도록 금융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다만 은행의 부수·겸영업무 규제를 개선하거나 자산관리 서비스 역량 제고 등 본질적인 산업발전 대책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은행권이 내놓은 상생금융 대책에 대해 규제 완화라는 당국의 화답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내부통제 사고에 이어 최근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까지 터지면서 은산분리 완화 등 전향적인 규제 완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0일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은행장 간담회에서 "최근 은행권 고수익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은행연합회)
 
민경연 기자 competiti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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