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 맞는 류진…달라진 한경협, 싱크탱크로 재도약
경제사절단 모집 등 '맏형' 위상 되찾기 주력
윤리위 발족, 내부 감시 시스템 강화
4대 그룹 회비 납부 및 정경유착 단절은 과제
입력 : 2024-08-20 14:49:41 수정 : 2024-08-20 20:13:15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이 오는 22일 취임 1주년을 맞는 가운데, 그간 류 회장이 한경협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성과를 이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국형 싱크탱크 추진을 필두로 회원사와의 소통 서비스 강화, 4대 그룹의 한경협 복귀 및 현대차의 첫 회비 납부, 미국 워싱턴에서 상·하원 지한파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 소속 의원들과의 면담 등을 통해 재계의 입장을 전달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다만 4대 그룹의 회비 납부를 통한 실질적 합류와 함께 정경유착의 통로였다는 과거를 극복하는 게 과제로 꼽힙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류 회장의 취임 1주년 별도 행사는 없을 예정입니다. 류 회장은 지난해 8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한경협으로 간판을 바꿔 단 후 취임해 1여 년간 한경협을 이끌어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류 회장 취임 후 한경협이 싱크탱크로의 역할을 정립하고 있다는 점은 두드러진 성과로 꼽힙니다. 류 회장 역시 "한경협을 외국에서도 신뢰받는 싱크탱크로 만드는 것이 희망"이라고 꾸준히 강조해왔습니다. 
 
한경협은 미국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를 벤치마킹해 글로벌 역량을 키우겠다는 목표를 내걸었습니다. CSIS는 브루킹스 연구소, 헤리티지 재단 등과 함께 거론되는 대표적인 싱크탱크로, 류 회장은 CSIS 이사를 지냈습니다. 
 
싱크탱크는 특정 분야에 대한 연구와 분석을 통해 정책 제안과 전략을 제공하는 조직입니다. 기업에서 이슈가 터진 후에야 수동적으로 대응하던 기존 방식과는 달리 선제적으로 정책을 개발하고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게 싱크탱크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는 한경협의 목표 중 하나입니다. 이에 따라 각 기업의 글로벌 이슈 대응과 회원사 지원으로 역할을 재정립한다는 구상입니다.
 
윤석열정부에서 해외 순방 사절단을 구성하는 등 경제단체로의 재도약도 류 회장 취임 후 달라진 면모입니다. 지난해 10월 첫 대외 행사로 중동 경제사절단 구성이라는 중책을 맡는가 하면, 11월에는 영국 경제사절단을 모집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면서 경제단체 맏형 위상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올 초에는 일본 경제단체인 게이단렌과 한일 재계회의를 열고, 한일 스타트업 육성과 한미일 3국 경제협력체 신설 추진 등 외연 확대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류진 한경협 회장.(사진=한경협 제공)
 
재계의 '미국통'으로 불리는 류 회장이 해외 네트워크라는 강점을 발휘해 글로벌 경제외교 기능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옵니다. 이와 관련해 류 회장은 '2024년 한경협 제주하계포럼 간담회에서 "평생 이렇게 열심히 한 적이 없고, 본업에서 이렇게 했으면 돈을 더 많이 벌지 않았을까 싶다"며 "(한경협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으려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지난 1년을 회고하기도 했습니다
 
내부 통제 시스템인 윤리위원회를 발족한 것도 한경협의 쇄신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경협 윤리위는 외부위원 4인, 내부위원 1인 등 5인으로 구성됐는데, 내부의 의사결정과 업무집행 시 윤리위 의결을 반드시 거치도록 해 위상을 강화시켰습니다. 
 
류 회장 취임 후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을 대신해 규제 개선 공동건의에 나서거나 '갓생한끼', 퓨처 리더스 캠프 등 다양한 국민 소통 프로그램을 펼치는 것도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류 회장 스스로도 "한경협을 제자리로 옮기기 위해 매일 고심했고, 본업인 풍산 회장 자리는 내놓고 한경협에 힘을 80% 이상 쏟고 있다"고 언급할 정도입니다. 현재 420여개 기업을 회원사로 둔 한경협은 이러한 활동을 통해 신규 회원사 추가 모집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한경협의 과제는 여전합니다. 무엇보다 4대 그룹 회비 납부 문제가 내부적으로는 큰 과제로 꼽힙니다. 재계에선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전경련을 탈퇴했던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4대 그룹이 실질적으로 한경협 활동을 시작하는 분기점을 회비 납부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4대 그룹 중 회비를 낸 곳은 현대차그룹이 유일합니다. 
 
무엇보다 실질적으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쇄신을 이뤘는지 등을 점검해야 한다는 게 당면 과제이기도 합니다. 한경협의 전신인 전경련은 박근혜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태로 정경유착의 통로가 됐다는 게 밝혀지면서 단체의 존립 위기까지 처한 바 있습니다. 때문에 이러한 우려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게 한경협의 최대 숙제로 꼽힙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도 지난달 22일 한경협 회비 납부 문제에 대해 "한경협이 과연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인적 쇄신이 되었는지에 대해 위원들의 근본적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임유진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