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 미청구공사액 '빨간불'
미청구공사액 18조…유동성 악화 우려 ↑
입력 : 2024-08-20 16:50:31 수정 : 2024-08-20 18:44:25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공사를 진행하고도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미청구공사 금액이 증가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청구공사를 무사히 현금으로 회수할 때까지 유동성 부담이 큰 상황인데요. 건설 업황 악화와 지방 미분양 증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됩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DL이앤씨·GS건설·포스코이앤씨·롯데건설·HDC현대산업개발 등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중 반기보고서를 공개한 9개 건설사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미청구공사액은 18조4356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미청구공사는 회계상 손실이 아닌 유동 자산으로 분류되지만 발주처로부터 실제로 공사비를 받지 못하면 대손상각비로 처리되면서 손실로 잡히기 때문에 잠재적인 위험자산으로 꼽힙니다.
 
건설사별로 보면 포스코이앤씨, DL이앤씨를 제외하고 모두 미청구공사액이 늘어났습니다. 미청구 공사 금액이 가장 많은 곳은 현대건설로 6조1921억원의 잔액이 쌓여있습니다. 이는 작년 말 5조3352억원 대비 16.06% 증가한 수치입니다.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 등 국내 주택 사업장과 더불어 해외 대형 프로젝트에서 미청구공사 및 미수금이 발생했습니다. 같은 기간 동안 현대엔지니어링은 사우디 자푸라 프로젝트, 미국 LG배터리공장 신축 등 미청구 공사 채권 반영으로 미청구공사액은 1조4328억에서 1조4623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표=뉴스토마토)
 
삼성물산은 미청구공사액이 지난해 말 1조812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2조4690억원으로 36.26% 증가했습니다. 다만 삼성물산은 타 건설사 대비 국내 주택사업 비중이 높지 않은데요. 미청구공사액이 발생한 사업장도 평택 FAB 3기 신축공사를 제외하고 대부분 UAE 원전, 방글라데시 다카 공항, 카타르 LNG 수출기지 탱크 등 해외 비주택입니다.
 
GS건설은 1조1991억원에서 1조2801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는데요. 부문별로 보면 건축·주택사업본부의 미청구공사액이 8230억으로 가장 컸으며, 인프라사업본부(3006억), 플랜트사업본부(1158억), 신사업본부(286억), 그린사업본부(119억) 등이었습니다. 롯데건설도 같은 기간 1조4379억에서 1조7766억으로 미청구공사액이 23.6% 증가했습니다.
 
반면 DL이앤씨와 포스코이앤씨의 미청구공사액은 감소했는데요. DL이앤씨는 지난해 말 8892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8799억원으로 줄었습니다. 포스코이앤씨 역시 1조9504억원에서 1조6188억원으로 감소했습니다. 
 
악성 미분양 1만5천 가구…10개월 연속 증가
 
건설사들이 미청구 공사 금액을 줄이기 위해서는 미분양 해소가 중요한데, 국내 주택 경기 부진으로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4037가구입니다. 한 달 전과 비교해 2.6% 증가했는데요.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 3월 6만 4964가구, 4월 7만 1997가구, 5월 7만 2129가구에 이어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대구 9738가구, 경북 7876가구, 충남 5536가구, 경남 5217가구, 부산 5205가구 등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이 5만8986호(79.7%)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악성 미분양'인 준공 후 미분양은 6월 말 기준 1만 4856가구로, 전월 대비 12.3% 늘었으며, 10개월 연속 증가세입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미청구공사 규모 증가가 건설업체 운전 자금에 문제를 일으키고, 실제로 가장 중요한 리스크 중 하나인 것은 사실이나 매출액 대비로는 현재 시점에서 문제 소지는 높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만 미분양은 실제 수치보다 과소평가 돼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며, 최근 수도권 시장 분위기와 달리 준공 후 미분양은 향후 전국적으로 급증할 개연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지방에 미분양, 비주거형 부동산의 리스크가 많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기간 동안 건설사의 미청구공사액이 늘어날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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