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경기 곳곳 '비관적'…생산원가 오르고 내수 '꽁꽁'
제조·비제조업 기업심리 '동반 하락'
업황·매출·채산성·자금 사정 줄줄이↓
'생산자물가' 농림수산품·공산품·서비스↑
식재료비 오르고 재유행까지 자영업 '곡소리'
입력 : 2024-08-21 17:28:08 수정 : 2024-08-21 17:28:08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 30대 후반의 10년 차 직장인인 A씨는 무더위 속에도 경기 한파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고 토로합니다. 경기 불황으로 영업·판매 실적이 좋지 않은데 다, 밑에 후배들까지 회사를 나가면서 업무 부담만 배로 떠맡았다고 하소연합니다. A씨는 "충원은커녕 판매실적, 영업 압박만 가중되면서 인원은 눈에 띄게 줄었고 '허리띠 졸라매기'까지 내부 사정이 좋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 50대 자영업자인 B씨도 고민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불황에 손님이 뚝 끊겼다며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올해 초 추가 대출금까지 끌어다 섰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토로합니다. 더는 버틸 재간이 없어 전세금을 뺄 생각까지 하고 있다는 속사정을 전했습니다. B씨는 "대출에 대출을 더해 살아가고 있다. 전세 보증금으로 빚을 갚을 생각에 월세방을 알아보고 있다"며 "임대 상가가 유령 상가가 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하소연했습니다.
 
대외 불확실성에 이어 내수 회복까지 지연되면서 경제 전반에 대한 기업 심리가 비관적으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업황, 매출, 채산성, 자금 사정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생산원가도 올라 내수시장에 공급하는 상품의 변동성도 커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자영업자들로서는 불경기에 식재료비가 오르고 재유행 공포까지 곡소리가 나온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습니다.
 
 
21일 한국은행의 '8월 기업경기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보다 2.6포인트 하락한 92.5에 머물렀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기업 체감경기 '악화'…내달도 '암울'
 
21일 한국은행의 '8월 기업경기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보다 2.6포인트 하락한 92.5에 머물렀습니다. CBSI가 100을 웃돌면 경제 전반에 대한 기업 심리가 '낙관적'이라는 의미입니다. 평균치에 미달할 경우 '비관적'을 뜻합니다.
 
특히 제조업 CBSI는 92.8로 전월보다 2.9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이는 두 달 연속 내림세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확대와 내수 회복 지연까지 가중된 영향입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업황 지수는 -0.4포인트, 생산 -0.2포인트, 신규 수주 -0.8포인트, 제품 재고 -0.6포인트, 자금 사정 -0.8포인트 등 5대 지수가 모두 부진을 기록했습니다.
 
부진은 제조업뿐만 아닙니다. 운수창고업, 도소매업, 정보통신업 등의 비제조업 CBSI도 2.4포인트 내린 92.2에 그쳤습니다. 업황(-0.4포인트), 매출(-0.6포인트), 채산성(-1.0포인트), 자금 사정(-0.5포인트)이 줄줄이 하락했습니다.
 
제조업, 비제조업의 애로사항으로는 '내수 부진'을 가장 많이 지목했습니다. 제조업의 경우 '내수 부진'에 이어 '불확실한 경제 상황', '수출 부진' 등도 뒤를 이었습니다. 수출기업의 경우는 전자영상, 자동차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크게 하락한 모습입니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와 대선 관련 불확실성 확대,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중국 경기 회복 지연 등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문제는 내달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입니다. 9월 기업심리지수 전망은 전월보다 0.7포인트 하락한 92.7로 나타났습니다. 
 
 
21일 한국은행의 '8월 기업경기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보다 2.6포인트 하락한 92.5에 머물렀다. (사진=뉴시스)
 
생산자물가까지 '반등'…내수 회복 '제동'
 
아울러 하락 전환했던 생산자물가가 다시 반등세를 보이면서 내수시장 공급 상품에 대한 변동성 우려가 짙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5월까지 오르던 생산자물가지수가 지난 6월 하락세로 돌아섰으나 한 달 만에 다시 오르면서 내수에 찬물을 붓는 격입니다.
 
집중 호우 영향에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7월 생산자물가를 견인했다지만 공산품(0.3%)·서비스(0.2%)까지 모두 올랐습니다.
 
공산품은 석탄·석유제품(2.8%)과 컴퓨터·전자·광학기기(0.9%) 등이 올랐습니다. 서비스는 음식점·숙박 서비스(0.4%), 금융·보험서비스(0.4%)를 중심으로 상승했습니다.
 
특수 분류별로는 식료품과 신선식품이 각각 0.9%, 4.2% 올랐습니다. 에너지(0.6%), IT(0.4%) 등도 뒤를 이었습니다.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지수를 산출한 7월 국내공급물가도 전월보다 0.2% 올랐습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서는 4.3% 급증한 수준입니다. 원재료는 0.5% 내린 반면, 중간재와 최종재가 각각 0.3%, 0.2% 상승했습니다. 국내 출하·수출까지 포함한 7월 총산출물가지수는 전달 대비 0.4% 올랐습니다.
 
한 자영업자는 "수년째 장사하지만 코로나 때보다도 어려운 불경기다. 매출이 바닥"며 "식재료비는 오르고 재유행까지 겹친 상황에 바로 옆 가계가 폐업하는 걸 보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습니다.
 
송재봉 민주당 의원은 "만기연장·상환유예 중심의 대책이 지속되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부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폐업한 중소상공인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지만 현장과의 괴리가 존재하고 있으며 가시적인 효과 파악에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올해 6월 말 예금은행의 자영업자 대출이 전년보다 7조9000억원 불어났지만 지난달 자영업자 수는 전년보다 6만2000명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사업을 접고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개인·법인)는 98만6487명으로 지난 2022년(86만7292명)보다 11만9195명 증가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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