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예산안)①감세에 묶인 '짠물 예산'…성장도 재정도 '먹구름'
내년 예산안 3.2% 늘어난 677.4조…2년 연속 '긴축 기조'
'재정준칙' 지키기 안간힘…감세 속 건전재정 추구 '모순'
입력 : 2024-08-27 16:25:12 수정 : 2024-08-27 16:25:12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윤석열정부가 임기 4년 차인 내년도 나라살림을 올해(656조6000억원·본예산 기준)보다 3.2% 늘어난 677조4000억원으로 편성했습니다. 정부의 내년 예산 증가율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던 올해 지출 증가율(2.8%)보다 소폭 올랐지만, 1년 전 중기 계획에서 목표로 했던 4.2%보다는 낮은 수준입니다. 특히 정부가 예상하는 내년 경상성장률(4.5%)에도 한참 못 미치면서 '긴축 재정'으로 평가되는데요. 작년에 이어 올해도 2년 연속 세수 결손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씀씀이를 최소화해 긴축 재정 기조를 이어나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이 같은 긴축 재정 정책으로는 정부가 국정 목표로 삼은 경제활력 제고는 물론, 내수 회복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더불어 감세 정책을 추진하면서 건전재정 기조를 지키는 것은 모순된다는 비판도 함께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재정 지출 '허리띠'…세수 결손에 '고강도 긴축'
 
정부는 27일 오전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 예산안'을 확정·의결,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건전재정은 정부가 지켜온 재정의 대원칙"이라며 "2025년 예산안도 재정사업 전반의 타당성과 효과를 재검증해 총 24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난 정부는 5년간 400조원 이상의 국가채무를 늘리는 등 재정 부담이 크게 늘면서 정부가 일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꼬집으며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 비효율적인 부분은 과감하게 줄이고, 꼭 써야 할 곳에 제대로 돈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의 내년 예산안을 살펴보면 총수입은 올해보다 6.5%(39조6000억원) 증가한 651조8000억원으로 짜였습니다. 국세를 15조1000억원(4.1%) 더 걷고, 기금 등 세외수입을 24조5000억원(10.0%) 늘려 잡은 결과인데요. 2년 연속 세수 결손의 주범이었던 법인세가 내년엔 기업 실적 개선으로 올해보다 10조원 넘게 더 걷힐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또 취업자 수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근로소득세 등 소득세도 1년새 2조원 넘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총지출은 올해보다 3.2%(20조8000억원) 늘어난 677조4000억원으로 편성했습니다.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지난 2022년 예산(604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12.1% 늘어난 규모이지만, 총지출 개념이 도입된 2005년 이후로 역대 정부 가운데 임기 첫 3년간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중기재정 계획에서 내년 지출 증가율을 4.2%로 예상하면서 당초 관가 안팎에선 내년 지출 증가율이 4%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이보다도 더 낮춘 것입니다. 2년째 세수 결손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총지출 증가 규모를 억제해 건전재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감세 속 '마른 수건 쥐어짜기'…재정 역할 외면 
 
이에 따라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25조6000억원 적자로 올해에 비해 적자폭이 18조8000억원 줄었는데요. 정부는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 흑자분을 제외하고 실질적인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올해(91조6000억원)에 비해 13조9000억원 감소한 77조7000억원로 전망했습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올해 3.6%에서 내년 2.9%로, 정부가 추진 중인 재정준칙 한도(3.0%) 내로 설정했습니다. 다만 나라살림 적자가 이어지면서 내년 국가채무(중앙정부·지방정부)는 1277조원으로 올해에 비해 81조3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8.3%로 1년새 0.9%포인트 증가했습니다.
 
내년 예산안은 '짠물 예산' 편성 기조를 이어갔지만, 문제는 세수입니다. 올해 상반기 세수는 법인세 쇼크로 정부 세입 예산에 비해 10조원 줄었는데, 하반기에도 내수 부진 등이 이어질 경우 20조원에 가까운 세수 결손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인데요. 정부는 올해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목표를 2019년 이후 처음으로 3% 이하인 2.9%로 잡고 2028년까지 2%대 적자 비율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부진한 세수가 개선되지 않으면 장담할 수 없는 목표라는 지적입니다. 결국 정부가 감세 정책을 추진하면서 건전재정 기조를 추구한다는 자체가 모순이라는 의미입니다.
 
더불어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재정의 역할이 지나치게 축소됐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는데요. 정부가 재정준칙이라는 목표에 매달리면서 취약계층 지원을 넘어 경기 대응을 위한 재정의 역할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재정의 책임성을 훼손하는 긴축적 재정 운용에도 재정 적자가 발생하는 이유는 정부의 감세 조치로 내년 국세 수입이 17조원 줄어들기 때문"이라며 "내년 예산안은 재정의 책임성을 훼손하면서 재정건전성을 추구하고자 노력했으나, 여전히 건전재정 달성에 실패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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