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 DB메탈 불발에 DB에프아이에스 합병
강제지주전환 편법 의혹에도 합병 시도 이어져
내부거래율 100% 회사라 일감몰아주기도 우려
입력 : 2024-08-28 14:05:09 수정 : 2024-08-28 16:27:52
 
[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DB의 합병 시도가 이어집니다. DB메탈 합병 추진 과정에서 강제지주 전환을 회피하는 편법 논란이 불거졌던 바, DB메탈 합병은 포기했으나 DB에프아이에스 합병을 재추진합니다. DB하이텍 주식가액이 강제지주전환 기준 언저리에 있는 상태라 자산이 커지는 합병 시도는 회사가 밝힌 목적과 달리 여러 관측을 낳습니다.
 
 
 
28일 DB에 따르면 회사는 전날 경영 효율성 제고 목적으로 DB에프아이에스를 합병한다고 공시했습니다. 하지만 DB는 먼저 시도했던 DB메탈 합병과 관련, 강제지주전환 회피 편법이란 이유로 국감에서 홍역을 치른 바 있습니다.
 
먼저 합병을 시도했던 DB메탈 총자산은 올 상반기말 기준 2889억원, DB에프아이에스는 569억원입니다. 상대적으로 DB에프아이에스 자산이 크지 않지만 강제전환 비율을 피하는 데는 도움이 됩니다. 전날 종가 기준 DB가 보유한 DB하이텍의 주식가액은 3355억원이었습니다. DB 개별 자산에서 주식가액 비중은 46%로 강제지주전환 기준 50%까지 불과 4%만 남겨뒀습니다.
 
지난해 정무위 국감에선 DB가 2022년 공정위로부터 지주회사 지정요건 충족을 통보받은 이후에도 전환하지 않는 문제가 질타받았습니다. 강제전환을 피하기 위해 DB하이텍 팹리스 물적분할과 DB메탈 합병을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애초 DB하이텍은 물적분할 이슈가 불거져 주가가 하락하자 강제지주전환 주식가액 비율 50%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3월 KCGI가 주식을 매입해 분쟁이 생기자 주가가 올라 지정요건도 다시 채웠습니다. 회사는 결국 물적분할을 확정했고 같은해 5월 분할이 이뤄졌습니다. 회사 주가는 이후 내리막을 타다 최근 3년내 저점 부근에 머물고 있습니다.
 
DB메탈의 경우 부실계열사로 지목돼 흡수합병 시 배임죄 가능성도 제기됐던 가운데 DB는 작년 10월20일자 정정공시를 내고 합병을 철회했습니다. 이번 합병은 지분도 복잡했던 DB메탈과 달리 DB에프아이에스가 DB의 100% 종속회사라 소규모합병으로 진행됩니다. 때문에 주총 없이 이사회 승인으로 갈음하고 주식매수청구권도 없습니다.
 
DB에프아이에스는 그룹 일감이 많습니다. 따라서 합병 후 내부거래를 통해 자산을 키우는 방법도 가능합니다. 지난해 DB에프아이에스 내부거래는 전산시스템 운영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는데 내부거래율이 100%에 달했습니다. 이 회사는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규제 대상에 해당됩니다. 합병하면 이런 리스크도 희석됩니다. DB 역시 사익편취규제 대상이지만 지난해 내부거래율은 26%로 여유가 있습니다.
 
앞서 경제개혁연대는 DB에서 “편법행위와 규제회피가 속출하고 있다”며 “공정위의 엄정 대처”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연대가 꼬집은 사례는 지난해 9월 DB커뮤니케이션즈가 설립된 데 따른 일감몰아주기 문제였습니다. DB커뮤니케이션즈는 광고대행업체로 DB하이텍에서 분할된 DB글로벌칩이 32%,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의 장녀 김주원 부회장이 19%, DB가 49% 지분을 보유했습니다. 모두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사익편취 행위 규제대상인 특수관계인(동일인 또는 친족) 지분 20% 회사 또는 그 회사가 50%를 소유한 자회사 기준을 각각 1%씩 피해갑니다. 경제력집중과 사익편취행위를 막기 위해 공정거래법상 정해둔 지분율 취지를 고려하면 두 기준 합산(19%+49%) 68%가 되는 회사가 정작 규제에서 빠지는 점은 편법이란 지적입니다.
 
DB에프아이에스와 마찬가지로 DB커뮤니케이션즈 역시 지난해 설립하자마자 DB와 수의계약으로 광고 수익을 벌었으며 그 11억원이 매출의 전부(내부거래율 100%)입니다. 매출은 연간으로 늘어날 전망이라 DB 자산이 커질 또다른 개연성도 생깁니다.
 
주주모임 관계자는 “DB에프아이에스의 자산이 크지 않지만 현금을 많이 벌 것으로 보인다”며 “지주전환을 피하려는 의도가 보여 DB하이텍 주가도 관리될 것이란 디스카운트 요인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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