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딥페이크 공포…'형량 하한선' 주장 봇물
전교조 조사서 "형량 법정 하한선 설정해야" 응답률 '67.4%'
형량 상한선만 있는 성폭력처벌법…"범죄엔 마땅한 벌 필요"
입력 : 2024-08-30 13:08:30 수정 : 2024-08-30 13:08:3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딥페이크(deepfake)'로 인한 성범죄가 이슈가 되면서 형량의 법정 하한선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딥페이크에 대한 실질적인 예방·처벌을 위해선 형량의 상한선만을 정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을 손봐야 한다는 겁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지난 8월27~28일 교사·학생·교직원 등 24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 불법합성물 성범죄 긴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재발 방지 대책 최우선 과제를 묻는 질문(복수응답 허용)에  '소지·시청할 경우 처벌 규정 신설, 유포 시 처벌 규정 강화(81.2%)'가 1위였습니다.
 
이어 △불법합성물 범죄를 성착취, 성범죄로 규정하고 처벌 강화 및 형량 하한선 설정(67.4%) △경찰 수사할 경우 바로 직장 및 학교에 통보(58.4%)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실시간 모니터링 구축(48.3%) △모든 해외 플랫폼이 국내 조사에 협조하도록 국가 차원 요구, 규정 신설(43.7%) 등의 답변이 있었습니다. 
 
8월2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 광화문광장에서 '학교 불법합성물(딥페이크) 성범죄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기백 전교조 대변인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최근 '서울대 딥페이크 사건'에서 보듯이 범죄 형량이 그동안 국민 시선에 맞지 않게 너무 가볍게 나오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해석한다"며 "아예 형량의 법정 상한선이 아니라 하한선을 설정을 해야 제대로 된 판결이 나오지 않겠느냐 하는 의견이 굉장히 많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양민주 전교조 전북지부 성고충상담소장 역시 "디지털 성폭력 문제 전문가들은 '형량의 법정 상한선이 아무리 높다고 하더라도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 굉장히 많다'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최저선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것까지는 봐주지 말자'라는 의미가 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청소년보호법은 하한선 명시…성인과 다른 잣대
 
실제로 성폭력처벌법에는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해서 '5년 이하'나 '7년 이하' 같은 징역형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보호법)'에서는 영상을 소지하거나 시청하면 '1년 이상', 제작한 자는 '5년 이상' 등 하한선을 명시한 것과는 다릅니다. 미성년자가 피해자일 경우는 가해자에게 형량의 법정 하한선이 적용되고, 성인이 피해를 당했을 때는 상한선이 적용되는 겁니다. 상한선만 설정해 놓은 경우 판사 재량 등 각종 사유로 감경되면 형량이 법조문에 명시된 것보다 낮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전교조 실태조사에서 집계된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 517명 중에서 성인인 교사와 교직원이 213명이었습니다. 자체 집계한 전체 피해 당사자 중 41.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울러 최근 딥페이크 이슈가 인하대 등 대학생 피해자들이 알려진 이후 커진 만큼, 대학가에서도 엄정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 대학생 연합 동아리 '평화나비 네트워크'의 백휘선 전국대표는 "집행유예를 선고한 딥페이크 성범죄 판결은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남은 인생과 미래가 더 중요하다'라는 뜻으로 보인다"며 "'피해자의 미래는 중요한 미래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몸이 영상물로 만들어져서 여기저기 공유되는 상황을 법원이 심각하게 인지하고 최소한 집행유예는 선고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적절한 게 아닌가라는 감정이 들기도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누구든 범죄를 저지르면 그에 마땅한 벌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누구도 함부로 가해하지 않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며 "그런 맥락에서 형량의 법정 하한선 얘기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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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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