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 '낙제'…골든타임 6년도 남지 않았다
기후소송 헌법불합치 판단에 '당정 분주'
불확실성 속 장기미래 예측 '최대 관건'
조속한 입법 절차 요구…정부 책임론도
입력 : 2024-08-30 16:38:07 수정 : 2024-08-30 16:38:07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아시아 최초로 '기후소송 헌법불합치' 판단이 나오면서 2031~2049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목표(NDC)를 짜야 하는 당국자들의 심경은 복잡해 보입니다. '헌법재판소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2049년까지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설정의 기준과 내용을 위한 구체화 작업에 대한 고민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과학적으로 장기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최대 난제가 꼽힙니다. 그럼에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조속히 입법 절차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무엇보다 원자력 발전 비중을 강화하고 온실가스 총 감축량의 75%를 2027년 이후로 집중시키는 등 비현실적인 계획을 수립했다는 정부 책임론을 향한 비판 등 사회적 대타협 과정까지 험로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8월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청소년기후소송, 시민기후소송 등 시민단체의 기후 헌법소원 최종 선고 공동 기자회견에서 판결은 끝이 아닌 기후 대응의 시작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불확실 미래에 NDC 구체화 '고민'
 
30일 정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기후소송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면서 각 의원실을 중심으로 기후 관련 세미나를 향한 움직임이 분주합니다. 헌법재판소가 부여한 2026년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정치권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신속히 내용을 정리할 계획입니다. 이후 조만간 당정 간 액션행보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치권 관계자는 "당장 내용이 정리된 건 아니나 몇몇 의원실 중심으로 전문가 의견을 듣는 액션행보에 나서고 있다"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문제는 장기미래를 어떻게 예측할 것인지에 대한 과학적 접근 방식이 최대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자칫 섣부른 목표 설정이 이뤄질 경우 산업계 타격과 사회적 갈등, 막대한 감축 부담은 부메랑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장기미래를 예측하는 등 구체적 선언을 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중추적 역할을 해줄 과학적 토론도 어렵다고 본다. 5년 단위로 하는 것도 경제 성장, 사회적 비용 등 최대한 과학적으로 다져가면서 해야 하는 데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20년 또는 그 이상에 대해서 하는 것은 솔직히 쉽지 않은 얘기"라며 "결국 사회적 대타협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습니다.
 
 
지난 8월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한제아 아기기후소송 청구인이 기후 헌법소원 최종 선고를 마치고 어머니와 함께 헌법재판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생존권 위협…기다릴 여유 없어"
 
그럼에도 생존권까지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기후위기 문제엔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게 환경 단체들의 목소리입니다.
 
기후솔루션 측은 "안주하고 있을 겨를이 없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은 기후 변화로 인한 최악의 상황을 막겠다는 파리협약의 정신과 그에 따른 한국의 감축 계획의 결함을 지적한 것이기 때문에 잘못을 바로잡아 옳은 방향으로 이행하는 것은 이제 비로소 시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기후 대응은 속도의 문제다. 극한의 위기로 빠져드느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2030년까지 '골든 타임'이 불과 6년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경석 환경정의 사무처장은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 계획(탄기본)'에서 산업 부문 온실가스 감축목표 비중을 축소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줄이고 원자력 발전 비중을 강화했다. 온실가스 총 감축량의 75%를 2027년 이후로 집중시키는 등 비현실적인 계획을 수립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헌법재판소가 부여한 2026년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 국회는 정부에 실현가능한, 실현해야 할 구체적 경로 및 목표 제시를 촉구하고 이를 위한 입법 절차에 조속히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병합 심리 다른 건, 기각·각하 아쉬움도"
 
환경운동연합 측은 "헌재는 일명 '기후소송'으로 병합 심리된 다른 사안은 모두 기각·각하했다. 환경운동연합은 헌재의 판단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정부와 법률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국제 사회와 기후과학계가 제시하는 '지구 평균 기온 1.5℃ 상승 제한 목표' 달성을 위한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직무 유기"라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어 "헌재의 이번 결정이 정부의 불충분하고 불확실한 기후위기 대응 정책의 면죄부가 돼선 안 된다. 분명한 것은 헌재마저 기후위기 대응의 장기적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것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며 오히려 세부적인 목표치와 정책 수단에 대해서는 정부의 역할과 책임이 더 커졌다"고 말했습니다.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은 "이번 판결에 한계 또한 존재한다. 이번 소송의 일부내용이 기각된 점은 아쉬움이 있다"며 "현재의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과 시행령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나 제1차 탄기본의 부문별 연도별 감축목표에 대해서는 위헌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탄기본에 대해서 위헌의결 정족수에 1명이 부족한 5명의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제시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지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023년6월5일 그린피스, 빅웨이브, GEYK,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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