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민주화 이후 첫 국회 개원식 '불참'
이재명도 한동훈도 '싫다'?…윤 대통령 지지율도 다시 20%대
거부권 행사 법안 줄줄이 '재표결'…2025 예산안도 '대대적 손질'
입력 : 2024-09-02 16:54:09 수정 : 2024-09-02 18:22:35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87년 체제 이후 대통령 첫 불참·최장 지각 국회…'
 
윤석열 대통령이 22대 국회 개원식에 결국 불참했습니다. 1987년 직선제 도입 이후 현직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특히 민주화 이래 가장 늦게 문을 연 국회 개원식에 대통령마저 불참하면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습니다. 취임 이후 '국회 패싱'을 일삼은 윤 대통령은 21차례의 법안 재의요구권(거부권)과 27차례의 야당 동의 없는 장관급 후보자의 임명을 각각 강행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불통 프레임에 갇힌 사이, 국정 지지율은 20%대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추이. (그래픽=뉴스토마토)
 
정기국회 첫날부터대통령실 "계엄령, 탄핵 빌드업이냐"
 
2일 국회는 개원 96일 만에 개원식 및 정기국회 개회식을 열었습니다. 지난 21대 국회가 임기 개시 48일 만에 개원식을 가지며 최장기간 지각 개원식이라는 오명을 쓴 바 있는데요. 22대 국회는 그보다 2배나 늦게 문을 연 셈입니다. 
 
여기에 여야가 11년 만에 대표회담을 열고 '민생공약 협의기구'를 운영하기로 하며 합의점을 모색하고 있는데요. 대통령실은 '국회 정상화'를 이유로 개원식에 참석하지 않고 야당 때리기에 나섰습니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계엄령' 발언에 대해 "날조된 유언비어를 대한민국 공당 대표가 생중계로 유포한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혹시 탄핵 빌드업 과정인가. 무책임한 선동이 아니라면 대표직을 걸고 말하라"고 비판했습니다. 앞서 이 대표는 전날 여야 대표 회담에서 "최근 계엄 이야기가 자꾸 나온다"고 한 바 있습니다. 
 
앞서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일 기자들에게 "대통령을 불러다가 피켓 시위하고 망신 주기를 하겠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과연 (개원식에) 참석할 수 있겠나"면서 "(대통령 부부를 향해) '살인자' 망언을 서슴지 않고 사과도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영수회담' 추진 여부 질문에 "지금 인사청문회나 다양한 (민주당 단독 진행) 청문회를 바라보고 있으면 제가 이때까지 바라보던 국회하고 너무 달라 저도 깊이 한번 생각해 보겠다"고 거리를 뒀는데요. 
 
현 상황과 관련해 윤 대통령의 불통 리더십만 확인됐다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30%대를 유지하던 윤 대통령 지지율은 최근 당정 갈등과 '응급실 공백' 여파로 20%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날 공표된 <에너지경제·리얼미터> 여론조사(8월 26일~30일 조사·신뢰수준 95%·표본오차 ±2.0%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지지율은 29.6%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2022년 8월 넷째 주 29.3%를 기록한 데 약 2년 만에 다시 20%대로 하락한 지지율입니다. 특히 같은 조사기관의 7월 4주 차 여론조사에서 34.7%의 지지율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최근 하락 폭이 커지는 모습입니다. 
 
앞서 '한국갤럽'이 지난달 30일 공표한 여론조사(8월 27~29일 조사·신뢰수준 95%·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에서도 윤 대통령 지지율은 23%로 조사됐습니다. 같은 조사기관의 직전 조사인 8월 4주 차 조사와 비교해도 4%포인트 떨어진 수치입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개원식 겸 9월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이 국회의원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검부터 예산안까지…정국 '살얼음판'
 
정기국회 첫날부터 여야가 충돌함에 따라 대통령실과 야당의 간극은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달 26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에 대한 재표결이 진행됩니다.
 
최대 화약고인 '채상병 특검법'(순직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의 경우 여야 대표 합의가 불발됐지만 민주당은 군소 야당과 함께 제3자 추천 방식의 특검법을 재발의할 계획입니다. 
 
재발의 시점은 당초 정기국회 개회 전후에서 미뤄두긴 했지만 전당대회 과정에서 제3자 추천 특검법을 제시한 한 대표를 압박해 나갈 전망입니다. 채상병 특검법의 경우 민주당 당론 1호 법안이기도 합니다. 
 
민주당은 검찰이 '무혐의'를 적용한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면죄부'라고 규정하고 추석 연휴 전에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정부가 발표한 '2025년도 예산안'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합니다. 야당은 역사 왜곡과 특수활동비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및 부자 감세 등에 대한 칼질을 예고하고 있는데, 연말 정국까지 장기화할 전망입니다.
 
한편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개원식에서 "국회를 존중하지 않고 국정 운영의 성과를 낼 수 없다"며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 진전된 자세를 보여달라"고 촉구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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