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 배당금 확대 부담…현금 감소 추세
밸류업 기조 따라 배당 확대 기조 뚜렷
현금 부담으로 작용…시설투자 많아 차입도 증가세
“배당확대 시 투자여력 감소…자사주 소각이 최선”
입력 : 2024-09-04 13:51:50 수정 : 2024-09-04 17:17:03
 
[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밸류업 기조에 따라 삼성, 현대차 등이 배당을 늘리는데, 이들의 현금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시설 투자비가 많은 양사는 차입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분기배당까지 실시하면서 상반기 말 보유 현금은 1년 전보다 감소했습니다. 반도체 다운사이클과 전기차 캐즘 등 업황 문제로 영업에서 번 현금은 들쭉날쭉합니다. 그 속에 배당 확대는 기업 투자 여력 감소로 직결됩니다. 이에 자사주 소각이 밸류업에 가장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밸류업의 배당 쏠림 현상
 
4일 각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상반기 25조3622억원을 유형자산에 투자했습니다. 해당 투자금은 전년동기 대비 14% 감소했습니다. 반기 중 배당지급액은 5조9757억원이나 됩니다. 전년 동기에 비해서도 22%나 늘어난 금액입니다. 반도체 다운사이클에 실적 부침이 있었던 삼성전자는 배당 지출을 더해 현금이 급감했습니다. 상반기말 현금은 49조8440억원으로, 전년동기 79조9197억원에서 38%나 감소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차입금도 확대해 예년의 무차입경영 기조가 약해졌습니다. 당초 보유현금이 많아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예고하기도 했지만 근래 계획이 수그러든 분위기입니다.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도 M&A 진행상황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통상 투자처가 부족한 성숙산업에서 배당을 늘리는 기조가 나타납니다. 이와 달리 투자처가 많은 성장산업에서는 배당보다 자산을 키우는 방향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합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AI반도체 등 IT성장산업에 속함에도 배당을 늘리는 기조가 나타납니다. 모회사인 삼성물산이 관계사 배당수익 60~70% 수준을 현금배당으로 환원하겠다고 주주에게 약속한 바 있습니다. 이에 삼성전자의 배당확대 기조가 이어질 것도 충분히 예측되는 부분입니다.
 
현대차도 전년동기 대비 65%나 커진 2조8324억원을 상반기 내 배당 지급했습니다. 영업상황이 양호했던 현대차는 시설투자금도 34% 늘려 3조8226억원을 집행했습니다. 하지만 지출이 늘어난 만큼 기말 현금(18조1455억원)은 13% 감소했습니다. 전기차 신규 라인 투자가 이어지면서 차입금과 함께 재무부담이 가중되는 추세입니다.
 
현대차는 밸류업 보고서를 내고 배당확대 기조를 못박았습니다. 이미 작년부터 반기배당을 분기배당으로 바꾸는 등 관련 지출을 늘렸습니다. 내년부터는 주당 최소배당금(1만원)도 확정해 배당성향이 떨어지지 않도록 유지합니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호응하는 차원이지만, 실적이 감소할 경우 고정 배당금은 재무에 부담을 줍니다. 
 
 
상속세 재원 마련 수단으로
 
이처럼 기업집단의 밸류업 정책이 배당에 쏠리는 현상은 상속세 이슈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경우 이재용 회장이 무보수 경영을 하면서 배당 외에 상속세 재원 마련 수단이 마땅히 없다”고 짚었습니다.
 
이런 배당확대는 자사주 매입과 병행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자사주를 전량 소각한다는 방침이나, 이를 제외하면 취득 후 일부만 소각하거나 자사주를 계속 늘려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밸류업 보고서를 가장 먼저 내놨던 DB하이텍은 기존에 이미 자사주를 6%까지 늘려왔는데, 앞으로 15%까지 더 모은다는 방침입니다.
 
이런 배당은 투자여력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자사주 매입과 병행하면 지배주주 사익편취로 악용될 염려가 있습니다. 소액주주 비중이 감소해 지배주주향 배당가능이익이 쏠리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소액주주 의결권 비중도 줄어들어 밸류업에 부정적입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전체 상장기업의 67% 이상이었습니다. 반면, 2022년 자사주 소각은 54건으로 전체 상장기업 중 2.2%에 불과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사주를 소각해야 주식 수가 줄면서 주주가치가 제고된다”며 “배당을 하면 배당세를 내게 되는 등 투자여력이 감소한다. 따라서 (밸류업 차원에서)자사주 소각이나 주식 소각이 주주들에게 가장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한편, SK하이닉스나 LG전자의 경우 배당을 억제하면서 유동성을 확충하고 있습니다. 이들도 투자여력을 모은다기보다는 글로벌 경기부진과 전쟁이 지속되는 불확실성 등에 대비하는 성격이 짙습니다.
 
삼성전자,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분기배당을 실시하는 SK하이닉스의 경우 상반기 4130억원을 배당지급했는데 전년동기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투자비는 5조1661억원으로, 2% 정도만 늘렸습니다. 보수적인 재무운용 덕분에 기말 현금은 7조9338억원으로 31% 늘어났습니다. 지난해 영업적자 폭이 컸고 반도체 업황 사이클 반등이 불확실한 상태라 지출을 억제하는 듯 보입니다. 상반기 차입금만 봐도 차입보다 상환을 늘리며 재무건전성에 중점을 뒀습니다. 
 
반기배당을 실시하는 LG전자의 경우 상반기 2266억원을 배당지급했습니다. 전년동기 대비 1% 감소한 금액입니다. 투자금은 31%나 줄인 1조1239억원만 집행했습니다. 상반기 영업창출현금이 감소해 차입금을 줄이는 등 지출을 잠그는 기조가 나타납니다. 기말 현금은 8조5545억원으로 18% 증가, 유동성을 관리한 성과가 있었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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