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공정위, 티메프 금지법 공청회…"PG 규제 강화"
PG사에 미정산자금 별도 관리 의무 부과
"손해보전 역할 맡으면 수수료 인상 불가피"
입력 : 2024-09-23 17:18:08 수정 : 2024-09-23 17:18:08
[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전자지급결제업체(PG)의 규제를 금융사 규제에 걸맞게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가 정산자금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발생한 만큼 PG사의 미정산자금 전액에 대해 별도 관리 의무를 부과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인데요. 다만 일각에서는 시장과 업체별 규모를 고려하지 않고 규제를 강화할 경우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금융위, 업계 상황 고려 규모별 순차적 규제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대규모유통업법과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합동 공청회를 개최했습니다. 두 개정안은 티몬·위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정부가 지난 9일 발표한 온라인 중개거래 플랫폼 및 PG 관련 제도 개선안입니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티몬·위메프 사태는 소비자가 지급한 정산 대금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을 경우 소비자, 판매자와 같은 거래의 당사자뿐만 아니라 PG사, 카드사 등 지급결제 과정에 관여한 모든 이해관계자가 피해를 볼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지적했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PG사의 미정산자금 전액에 대해 별도 관리 의무를 부과하고 PG사의 건전 경영 유도를 위한 실질적 관리·감독 장치를 마련한다는 내용입니다. PG사는 미정산자금 전액을 예치·신탁·지급보증 등의 방식을 통해 별도로 관리해야 합니다. 다만 금융당국은 업계 상황을 고려해 개정안 시행 후 별도 관리되는 자금의 비율을 순차적으로 늘려가도록 지도할 계획입니다.
 
신탁과 지급보증 방식을 통해 미정산자금을 관리할 경우 자금의 운용 범위는 국공채 등 안전자산에만 국한돼야 합니다. 정산자금 보호 조치 내용은 판매자와 회사 홈페이지에 알려야 합니다.
 
특히 정산 자금에 대한 권리 침해 방지를 위해 별도 관리되는 자산은 양도·담보 제공이 금지됩니다. PG사가 파산하는 경우에도 이용자와 판매자의 정산대금이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도록 우선 변제권도 도입됩니다.
 
김광일 KG이니시스 변호사는 "PG사가 미정산자금을 별도로 관리하는 등 보험사와 비슷한 손해보전 역할을 하게 되면 PG 수수료 인상이 불가피한데, 이는 결국 소상공인과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PG사는 전자적 방법의 재화 구입 또는 용역 이용 시 지급결제정보를 송수신 또는 대가의 정산을 대행·매개하는 용역을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업체 도산 등으로 인한 손해를 보전할 의무가 있는 보험사와 역할이 다른 것입니다. 김 변호사는 "정산대금 보호 등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에 앞서 PG사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정록 헥토파이낸셜 상무는 PG사에만 추가적인 보완 조치를 의무화하는 개정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최정록 상무는 "PG사와 이용 가맹점 간 자금 사고는 대부분 가맹점에서 발생한다"며 "PG사는 대형 가맹점과 계약상 '을'의 위치에 있고, 지급보증보험 가입 계약을 가맹점에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법적 책임을 양쪽에 부담시켜야 감독 실효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티몬·위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전자금융거래법,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 공청회를 개최했다.(사진=뉴스토마토)
 
유동성 악화 등 부작용 우려
 
전자금융거래법과 함께 발표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은 플랫폼 기업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일정 규모 이상의 온라인 중개 거래 플랫폼을 '대규모 유통업자'로 지정해 규제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지정 기준으로는 △중개 거래 수익 100억원 이상 또는 중개 거래 금액 1000억원 이상 △중개 거래 수익 1000억원 이상 또는 중개 거래 금액 1조원 이상 등 2가지 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조성현 온라인쇼핑협회 사무총장은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이 이번 사태의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조 사무총장은 "티메프 사태는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활용한 게 아닌 일부 기업의 일탈행위로 발생했다"며 "통신판매중개업자는 기본적으로 입점업체의 판매물품을 납품받는 것이 아니기에 수요 독점력을 가질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개정안에 따라 판매대금의 별도관리를 위한 전부 또는 일정 비율로 제3기관에 예치·신탁하는 것을 강제한다면 업계 전체의 현금 유동성이 일시에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며 "운용 자금이 묶여서 경영이 어려운 또 다른 유통 기업이 도산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금융위와 공정위는 법률 개정안에 대한 이번 공청회를 통해 수렴된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균형 있게 검토하여 적극 반영하고, 조속히 입법을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PG사 책임을 강화하는 개정안이 발표됐다. 전문가들은 PG사뿐만 아니라 가맹점에도 법적 책임을 부여하고 명확한 책임 범위를 명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진은 티메프 사태 피해자 단체원들의 금융위 집회 현장.(사진=뉴시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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