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와 유통)①떨어지는 바잉 파워…지각변동 불가피
인적 네트워크 기반 유통 산업…인구 감소 민감도 높아
매년 줄어드는 인구…업태 전반 구매력 저하로 직결
포트폴리오 교체 및 인구 구조 맞춤형 마케팅 기법 전환 불가피
입력 : 2024-09-24 15:15:39 수정 : 2024-09-24 17:24:37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인구 감소 및 고령화 흐름에 대한 우려가 빠른 현실로 다가오면서 유통업계의 대대적 지각변동이 예고됩니다. 유통 업황은 대표적으로 인적 공급 및 수요를 기반으로 하는 전통 산업입니다. 하지만 유통 산업에서 핵심인 인구 볼륨 자체가 축소될 경우, 업태별 소비 위축이 발생하고 이는 곧 시장 전반의 경쟁 격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이처럼 장기적 관점에서 살펴볼 때 인구 구조 변화에 따라 유통업계 전반에 걸친 '바잉 파워'의 지속적인 약화는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특히 인구 감소에 더욱 민감한 상당수 오프라인 유통 업태의 경우 포트폴리오의 전면 재편과 함께 선제적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합계출산율 0.72명 역대 최저…유통 시장 볼륨 축소 불가피
 
24일 통계청의 '2023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명으로 전년 대비 1만9200명(-7.7%) 줄었습니다. 이는 10년 전인 2013년 43만7000명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아울러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지난 1970년 통계 산정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데요. 합계출산율은 2016년 1.17명(-5.4%)을 기록한 이후 8년 연속 감소하는 모습입니다.
 
연간 합계출산율 추이 그래프. (제작=뉴스토마토)
 
이 같은 인구 감소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수준입니다. 2022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1.51명으로 파악됐는데요.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에 못 미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태어나는 아이가 줄면서 우리 산업 전반이 하루하루 늙어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셈입니다. 특히 유통 산업의 경우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인구 감소에 대한 민감도가 더 큰 경향을 보입니다.
 
객수 및 수요 감소는 물론이고 공급 인력 축소에 따른 유통 시장의 전체 볼륨은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아울러 고령 고객 자체의 구매력 저하도 불가피합니다. 전반적으로 바잉 파워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 내몰리는 것이죠. 여기에 상당수 유통 업체들은 과거 인구가 많았던 시기에 초점을 맞춰 기업 운영 방안이나 마케팅 방향을 설정했는데요. 시간이 흐르면서 인구의 격차가 커짐에 따라 이 운용 방식에 전면적 재편이 요구되는 점도 업계에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인적 네트워크 기반 둔 오프라인 업계, 직격탄 피하기 어려워
 
특히 인적 네트워크에 기반한 상당수 오프라인 유통 업태는 이 같은 인구 감소에 따른 직격탄을 피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대형마트가 대표적 예입니다. 대형마트는 최근 수년간 온라인 시장의 급부상과 뛰어난 고객 접근성을 무기로 성장한 편의점에 밀리며 이미 큰 타격을 입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들을 차치하고도 인구 감소 자체가 대형마트 업계에 큰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최근 대형마트 업계에서는 출점은 거의 없이 폐점 소식만 잇따르는 실정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의 점포 수는 지난 2019년 407개에서 올해 5월 기준 372개로 무려 35개나 줄었습니다. 세부적으로 이 시기 이마트는 142개에서 131개, 홈플러스는 140개에서 130개, 롯데마트는 125개에서 111개로 각각 감소했습니다.
 
대형마트의 경우 대규모 쇼핑을 근간으로 하는 만큼 4인 가구를 주력 수요층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데요. 인구 감소 가속화에 따른 1인 가구 증가는 마트 업계에 치명타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인구 감소가 지방을 중심으로 빠르게 이뤄지다 보니 '지방 소멸' 문제가 현실화하고, 이는 곧 일대 점포의 폐점으로 직결되는 추세입니다.
 
유업계 역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침체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유업계를 둘러싼 저출산 추이, 원유 가격 인상 문제 등은 모두 장기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난제들인 만큼, 업체들 입장에서 업역 확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상황에 직면해 있는데요. 이에 유업계는 기존 유제품 경쟁력을 살린 발효유나 건강기능식품(건기식) 등 라인업 강화로 선회하며 시장 공략에 나선 상황입니다.
 
TV 홈쇼핑 업계도 주력 시청 계층의 고령화와 함께 성장세가 정체돼 있는 모습입니다. 장기적 산업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젊은 수요층 유입은 필수라 할 수 있는데요. 업계는 TV 플랫폼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영상에 익숙한 젊은 수요층을 사로잡기 위해 '라이브 방송' 전략을 강화하고, 기존 방송 형식을 파괴한 이색 콘텐츠 기획에 나서는 등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마케팅을 새롭게 시도하고 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 활동 인구 감소와 함께 오프라인 유통 소매업의 쇠퇴 현상이 완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게다가 거시적인 측면에서도 우리나라 내수 시장의 저성장세가 지속되는 실정"이라며 "상당수 유통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성장할 수 있는 사업으로 갈아타거나, 줄어든 소비 계층에 대해 명확한 분석하고 이에 맞는 정교한 마케팅 기법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우유 판매대를 바라보는 소비자의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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