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경국지색을 막는 미녀 정치학
입력 : 2024-10-08 06:00:00 수정 : 2024-10-08 06:00:00
최근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들이 불거지면서 민주당이 윤 대통령 탄핵을 위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28일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김건희 왕국’이 됐다”고 주장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국가가 망하는데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요소는 경국지색(傾國之色)이다. 임금이 미혹(迷惑)하여 나라가 기울어져도 모를 정도로 미인에게 빠진 경우를 일컬어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 한다.
 
하(夏)의 걸왕(桀王), 은(殷)의 주왕(紂王), 그리고 서주(西周)의 유왕(幽王), 이 망국의 군주들이 각각 말희(?喜), 달기(?己), 포사(褒?)라는 미녀에 취해 망국의 비극을 맞았다. 조선에도 연산군의 장녹수, 광해군의 김개시, 숙종의 장희빈 등이 있다. 이 여인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아름다웠다는 점이다.
 
중국의 하, 은, 주가 사라진 이유를 여자 하나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런 주장은 ‘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고 한 속담처럼, 비겁한 남자들이 지어낸 성차별적인 발언에 가깝다. 미녀에게 화살을 돌리면서 군주의 모자람을 슬쩍 덮어주는 간신배들의 아첨으로 보인다.
 
마지막 왕들은 다 남자였다. 조선은 순종, 고려는 공양왕, 신라는 경순왕, 고구려는 보장왕, 백제는 의자왕이다. 역대 나라들은 다 남자 때문에 망한 것이 아닐까? 지금도 지도자가 여색과 젠더폭력에 빠지면 국정이 어지러워지고 권력은 위태로워진다.
 
세계적으로 많은 국회의원과 지도자들이 권력형 성범죄로 파문을 일으키고 그 명예를 잃었다. 얼마 전 충남 도지사를 했던 안희정 역시 이 문제로 권력을 잃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도 이 문제로 자살까지 했다. 그들은 절제하지 않는 권력으로 여성을 울렸다.
 
‘부인을 버리란 말입니까?’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처럼, 부인을 버리는 일은 쉽지 않다. 역대 정치인 중에서 자기 부인과 헤어질 결심을 하고 부인을 숙청한 정치인은 있을까. 있다면, 태종 이방원이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그는 왕권강화를 위해 부인과 처가를 숙청했다.
 
그렇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을 위기에 빠뜨리는 경국지색은 누구일까? 오늘날 미인은 성별을 가리지는 않는다. 김정숙, 김건희, 김혜경 여사는 ‘3김 여사 수난 시대’라는 말처럼 고통을 받고 있다. 최고위 공직자 부인으로서 공사 구별이 없는 처신이 문제였다.
 
이런 처신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이들이 경국지색은 아니다. 이들에 대한 비난을 처음부터 막을 방도는 없었을까? 평소에 미녀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미녀와 야수’라는 동화속에서 교훈을 찾고 대처했더라면 막았을 것이다.
 
‘미녀와 야수’는 ‘미녀 정치학’의 진수이다. 그것은 성안에 홀로 외롭게 갇혀 사는 야수(monster)를 외면하지 않고 용기를 낸 미녀 벨이 성안에 들어가서 밥도 같이 먹고 대화를 하면서 친구가 되고 사랑하게 되면서 마법이 풀려 야수를 왕자로 탄생시키는 이야기다.
 
몬스터(monster)의 mon은 혼자 중얼거리며 독백하는 모놀로그(monologue)와 같은 one(하나)의 뜻이다. 누구나 대화를 뜻하는 다이얼로그(dialogue)없이 홀로되면 야수가 되는 법이다. 폴리틱스(politics)에서 pol은 여럿이라는 뜻이고, tics는 기술이라는 뜻이다.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와 말을 다루는 기술이 정치의 어원이 되는 politics이다. 윤석열, 이재명, 문재인이라는 정치인들이 야수가 될지 정치가가 될지는 지지자와 비판자들이 벨이 했던 대로 얼마나 대화하고 소통하는 가에 달렸다. 정치인들에게는 ‘미녀 정치학’이 필요하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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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