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사주' 김대남에 "용납 못해"…윤·한 갈등' 확산
한동훈의 독자세력화…여 권력구도 분수령
거부권 무력화 시…윤석열 대통령 '레임덕'
입력 : 2024-10-07 17:37:53 수정 : 2024-10-07 17:37:53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윤(윤석열 대통령)·한(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갈등'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이른바 '공격 사주' 의혹에서도 김건희 여사가 어김없이 등장하면서 양측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정감사 첫날부터 한 대표가 대통령실과 정면으로 맞서면서, 국감 직후 재발의 될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의 방어선에도 균열의 조짐이 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사진=연합뉴스)

산 넘어 산 '김건희 리스크'
 
한 대표는 7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격 사주' 의혹을 받는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에 대해 "필요한 감찰을 진행하고, 필요한 경우 법적 조치도 하겠다"며 "김 전 행정관 또는 관련자들이 하는 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고 작심 발언했습니다.
 
한 대표는 이어 "'별것 아닌데 넘어가자'는 말도 있는데, 그렇게 생각한다면 구태정치에 익숙해 있는 것"이라며 "우리 국민, 우리 당원, 우리 당은 이것보다 훨씬 나은 정치를 가질 자격이 있다. 기강을 바로 세우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23일 <서울의소리>는 김 전 행정관이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 여사가 한동훈 (당시 당대표) 후보 때문에 죽으려 한다. 잘 기획해서 한 후보를 치면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고 말한 육성을 공개해 일대 파문이 일었습니다.
 
김 전 행정관은 지난해 10월 대통령실을 나와, SGI서울보증의 상임감사위원으로 임명된 상태였습니다. 자신의 이력과는 거리가 먼 기관인 데다, 전직 의원급이나 갈 수 있는 자리를 대통령실 3급 행정관이 꿰찼다는 게 이례적이라는 평가입니다.
 
이에 김 여사가 김 전 행정관을 통해 정당 경선에 개입하고, 그 대가로 연봉 3억원짜리 직위를 보장해 준 거란 해석이 나왔습니다. 실제 그의 채용엔 별도 공모 절차가 없었고, 채용 안건은 임원추천위원회에서 5분 만에 만장일치 통과됐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김 전 행정관은 채용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결국 버티지 못하고 이날 상임감사위원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그러나 그의 사퇴에도, 파장은 계속될 걸로 보이는데요. '공천 개입' 의혹이 정국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에, 김 여사에게 '정당 경선 개입'이란 또 다른 의혹이 추가됐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윤리위원회를 소집하고 김 전 행정관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진상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국회 행정안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도 국정감사 현장에 김 전 행정관을 증인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예정입니다.
 
"친한계 두 배 늘리자"…한동훈 '광폭 행보'
 
앞서 한 대표는 지난 6일 친한(한동훈)계 의원 20여명과 만찬을 한 데 이어, 7일엔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오찬을 하며 원·내외 접촉면을 넓히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세력 규합에 나선 건데요. '원외 당대표'와 '당내 소수파'라는 한계를 깨고, 정국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한 대표는 전날 의원들과의 만찬에서 친한계를 적어도 2배 늘리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한 대표는 "내가 열심히 앞장서서 하겠다"며 "물러나지 않겠다. 믿고 따라달라" 당부했다고 복수의 참석자 전했습니다.
 
만찬에선 김 여사 문제도 거론됐습니다. 국민의힘으로선 국감에서 제기되는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인데요. 김 여사가 '여권 최대 리스크'로 떠오른 상태에서, 이를 방어하려 해도 어떤 내용이 나올지 알 수 없어 속수무책인 상황입니다.
 
참석자들은 불만을 쏟아냈고, 야당이 특검법을 재발의하면 언제까지 반대만 할 순 없다는 우려가 컸습니다. 앞서 지난 4일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 표 단속에도 불구하고 김건희 특검법에 최대 4표의 이탈표가 나온 대목도 문제입니다. '김건희 특검법'을 둘러싼 방어선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징조나 다름없는데, 친한계로 결단하거나, 끌려가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 대표도 이전과는 사뭇 다른 기류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6일 윤 대통령이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순방길에 오를 때, 보궐선거 지원 유세를 이유로 환송장에 자리하지 않았는데요. 악화한 당정관게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은 이번 국감에서 김 여사를 겨냥한 총공세에 나선 후, 오는 11월에 특검법을 재발의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때가 국민의힘으로선 분수령인 셈인데요. 다음 표결에선 더욱 악화한 여론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고, 거부권을 무력화하는 '8개 이탈표'가 나오는 건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거부권이 무력화되면 윤석열 대통령은 레임덕을 맞게 되는 수순입니다.
 
차재권 부경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 대표가 순차적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릴 것"이라며 "11월에 김건희 특검법이 재발의 되면, 한 대표에겐 특검법에 찬성할 명분이 쌓일 만큼 쌓인 상태가 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한 대표에겐 '윤 대통령이 어떤 패를 갖고 있을지'가 고민이겠지만, 특검법을 그대로 두고선 어떻게 해도 안 된다는 상황은 분명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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