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대신 티켓몬스터·쿠팡 택한 그들
입력 : 2011-11-23 13:54:56 수정 : 2011-11-23 18:19:16


[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연말연시 모임이 잦은 요즘, 간만에 지인을 만나면 어김없이 대화의 주제는 ‘누가 제일 잘나가’냐다.
 
이날을 위해 대학생들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중소기업 직원들은 이직을 시도하고, 대기업 직원들은 승진에 집착했는지 모른다. 마치 끝없는 사다리를 타는 모습이다.
 
하지만 현실보다 꿈을 택한 사람들도 있다.
 
최근 소셜커머스가 IT업계 키워드로 자리 잡으면서 벤처기업인 이곳으로도 인재들이 몰리고 있다. 낮은 보수와 복리후생, 잦은 야근, 무엇보다도 ‘마이너’라는 불쾌한 외부시선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인생을 베팅한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소셜커머스 1·2위 기업인 쿠팡과 티켓몬스터로 찾아가 실무자들로부터 왜 이곳을 택했고, 무엇이 제일 만족스러운지, 또 힘든 점과 차후 계획은 뭔지 직접 들어봤다.
 
◇ “좋은 직장 버린 이유? 하고 싶은 일 하러 왔다”
 
김세용 티켓몬스터 B2B 전략기획팀장은 CJ, SK, 삼성경제연구소 등 대기업을 두루 경험했다.
 
“의사결정학을 전공했습니다만 정작 제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어요. 정말 일이 재미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신현성 대표와 미팅을 가졌는데 여기 오면 웬지 다를 것 같았습니다”
 
천봉기 쿠팡 영업기획팀장도 비슷한 생각이다. 르노삼성에서 영업관리만 10년 했던 그는 나름 직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쌓았지만 어느새 출근에 흥분을 느끼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 와중에 지인으로부터 제안을 받았는데 마치 제2도약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쿠팡이 전국 서비스 지역을 세밀하게 나누는 이른바 ‘하이퍼로컬’을 추진하면서 제 경력이 도움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랫동안 전국영업소를 관리한 경험이 있으니 말이죠”
 
티켓몬스터가 첫 직장인 박진경 홍보팀 과장은 젊은이답게 당차다.
 
“좋아하는 것을 해야 잘하고 잘해야 성과가 나온다고 봐요. IT업계는 하나의 아이디어로 시장과 소비자 이용행태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 “소셜커머스 신화, 내 손으로 일군다”
 
막상 와보니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무엇일까.
 
천 팀장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가는 것에 성취감을 느낀다. 소셜커머스는 이커머스 역사상 유래 없는 성장을 이룬 사업모델인데 실제 매출을 올리는 사람으로서 신화를 직접 쓰는 기분이라는 것이다.
 
“신입사원처럼 설레임을 갖고 출근한다”며 “전반적으로 회사 자체가 그런 분위기이기 때문에 행복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팀장 역시 여기서 비전을 느낀다. 직접 기획한 딜이 연속으로 대박을 터뜨리고, 신문에까지 났을 때 정말 짜릿했다고 한다.
 
아울러 젊은이들과 일하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전 직장에선 회식 때 소주 마시고 기껏해야 노래방가요. 하지만 여기서는 다 클럽 가더라고요. 맨 처음에는 적응이 안됐는데 이제는 제가 주도합니다”
 
◇ “마이너 한계, 불확실한 미래 고민”
 
하지만 이들에게도 고충은 있다. 마이너의 한계를 몸으로 느낄 때가 그렇다. 조직 세팅이 식겁할 만큼 안돼 있었고, 일처리는 ‘주먹구구’ 식이다. 또 직원 연령층이 어리다보니 열정만 앞서는 걸 볼 때가 많다.
 
또 벤처기업 특유의 ‘불투명한 미래’는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가품 논란 등 좋지 않은 일이 매스컴을 타 주변에서 안부 묻는 연락이 올 때 마음은 더 무거워진다.
 
“너무 빨리 컸죠. 정말 소셜커머스는 논란 많고 장단 많아요. 어떻게 진화될까 기대감이 있으면서 불안감도 존재하는 게 사실입니다” 김 팀장의 말이다.
 
천 팀장은 가장으로서 책임을 많이 느낀다. 치과치료에서부터 자녀 학비지원까지 다 되는 전 직장을 나갈 때 동료들은 ‘미쳤구나’ 했다. 하지만 이보다 부담됐던 것은 가족의 반대다.
 
“집사람이 아이들 한창 클 나이에 왜 그러냐고 했죠. 다시 한번 열정을 갖고 일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동의해줘 너무 고맙지만 여전히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어요”
 
◇“후회하지 않아..더 나은 미래 만들가는 중”
 
하지만 이들 모두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데 동의한다. 박 과장은 홍보 전문가가 되는 게 꿈이다.
 
여러 인턴십을 체험한 결과 ‘이름값’보다는 그동안 어떤 일을 했고, 향후 어떤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비록 돈은 적게 받더라도 조직 부속품이 아닌 엔진으로 일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겠다는 목표다.
 
천 팀장은 모든 기회를 열어두며 앞으로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쿠팡을 더욱 키우고자 한다.
 
“예전 모임 때 지인들에게 르노삼성이 아닌 쿠팡 명함 주면 좀 그랬죠. 하지만 지금은 쿠팡이 더 낫지 않나요? 40대 중반이 되면 또 다른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김범석 대표의 열정, 업주들의 열정, 직원들의 열정 이런 것들을 배우면서 제 자신을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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