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휘발유 줄고 경유는 판치고..'생각 짧았던 정부'
이미 1990년대 말부터 유사 경유 문제점 불거져
규격 폐지로 유사 경유 근절 기대..뒤늦게 대책 마련
가짜 경유 단속여건 부실, 전산시스템 도입도 내년에나 가능
입력 : 2012-08-03 10:04:25 수정 : 2012-08-03 10:23:14
[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정부의 가짜 휘발유와 경유에 대한 단속 결과 가짜 경유 판매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드러나 정부가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늑장대응'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990년대 말부터 유사 경유에 대한 문제가 제기돼 왔지만 10년을 훌쩍 넘긴 이번 단속 후에야 대책 수립에 나섰기 때문이다.
 
2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가짜 석유를 판매하다 적발된 업소는 181곳으로 지난해 상반기(264곳)에 비해 30% 이상 줄었다.
 
특히 가짜 휘발유는 지난 4월11일 이후 적발건수가 단 한건도 없었다.
 
문제는 가짜 경유다. 올 상반기 가짜 경유 적발업소는 144개로 지난해 상반기 132개보다 오히려 12개나 증가했다.  단속이 강화되면 장기적으로 적발건수가 줄어야 하지만 오히려 증가했다.
 
가짜 휘발유와 가짜 경유의 단속성과가 엇갈리는 것은 두 가짜 석유의 제조방법이 다르다는 데서 비롯됐다.
 
가짜 휘발유는 용제인 솔벤트가 주 원료로, 석유유통관리원이 최근 이 솔벤트의 유통 단속을 강화하면서 제조 자체가 어려워졌다.
 
실제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9개월 동안 솔벤트 판매량은 9만5444㎘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나 감소했다. 원료가 없으니 만들지를 못한 셈이다.
 
반면 가짜 경유의 제조환경은 규제를 덜 받고 있다. 가짜 경유는 경유에 난방용 등유나 윤활액을 섞어 만드는데, 가장 흔한 형태는 경유와 등유를 각각 6 : 4로 섞는 방법이다.
 
경유와 등유 모두 일반 주유소에서 취급하는 품목이기 때문에 제조와 판매 모두 용이하다.
 
단속방법도 까다롭다. 가짜 경유를 구별하기 위해서는 일일이 발색시약을 떨어뜨려서 색깔변화를 봐야하는데, 정부 단속반이 전국 1만3000개의 주유소를 실시간으로 점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유와 등유의 가격 차이도 가짜 경유에 대한 유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자동차 연료로 쓰이는 경유에는 교통세가 부과돼 주로 난방용으로 사용되는 등유보다 가격에서 차지하는 세금 비중이 높다.
  
경유와 등유의 세금차이는 ℓ당 400원이 넘는다. 경유와 등유를 섞어 가짜 경유를 만들면 그만큼 이득이다.
 
지경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가짜 경유를 통해서만 약 1조1224억원의 탈세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됐다.
 
문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정부의 늑장대응도 한 몫 했다.
 
정부는 지난 1998년 서민 계층의 난방 비용을 줄이기 위해  경유와 실내등유를 혼합한 보일러등유를 도입했다. 그러나 경유 가격의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보일러등유가 차량용 연료로 불법 전유되거나 가짜 경유 제조에 쓰이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자 정부는 단속의 어려움을 이유로 작년 7월 보일러등유 규격을 폐지했다.
 
당시 지경부는 "보일러등유 폐지로 유사석유제품의 유통이 근절될 것"이라며 "석유유통질서 확립, 탈세예방, 석유사업자 보호 등에 따른 사회적 유통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경유와 등유를 섞으면 쉽게 유사 경유를 제조할 수 있는데도 단순히 규격 폐지로 유사 경유가 근절될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정부는 뒤늦게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그동안 정유사와 주유소가 매월 수기로 작성해 보고하던 석유제품 물량정보를 실시간으로 비교할 수 있는 '석유제품 수급보고 전산시스템'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경유나 등유의 판매량이 갑자기 급등하면 단속반을 해당 주유소에 보내 이상한 점이 없는지 확인하겠다는 얘기다. 시스템 구축은 한국석유관리원을 통해 내년에야 가능할 전망이다.
 
한국석유관리원 관계자는 "주유소에 단속반을 보내 가짜 석유를 적발하는 것은 시간적인적 한계가 있다"며 "전산시스템이 구축되면 이런 부분을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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