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기부터 프리미엄까지..`도시락의 무한변신`
입력 : 2012-08-05 07:00:00 수정 : 2012-08-05 07:00:00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식(食)생활의 변화가 소비패턴의 변화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정 재료나 메뉴에 대한 선호도는 물론 조리법, 용기, 먹는 방식 등 기존 식습관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고 있는 것.
 
대표적인 예로 도시락을 들 수 있다.
 
한끼 식사를 거르지 않기 위해 혹은 특별한 날을 위해 먹던 도시락이 전문 프랜차이즈 업체를 통해 남녀노소 누구나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메뉴로 거듭나고 있다.
 
◇도시락의 변신은 시대의 변신
 
시장 진입 초기, 가격 경쟁력으로 대중화에 성공한 도시락은 최근에는 맛과 영양을 한 층 강화한 프리미엄 제품으로 출시되며 또 한 번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꽁보리밥, 감자, 고구마가 주 식단을 이루던 50, 60년대에는 도시락의 형태가 따로 없었다.
 
먹거리가 부족했던 당시의 상황과 맞물려 밥과 반찬보다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을 보자기에 담아 가지고 다니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60년대 이후 라면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전쟁 후 미국인 쓰던 반합에 라면을 끓여 밥과 함께 먹는 모습이 나타났다.
 
추억의 도시락이라고도 불리는 양은 도시락은 70년대 이후에 생겨났다.
 
가장 인기 있는 도시락 메뉴인 소시지는 귀한 음식으로 인식돼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게 도시락 맨 아래 몰래 숨겨두고 먹기도 했다.
 
멸치볶음과 검정콩은 도시락의 단골 반찬이었다. 도시락을 난로 위에 올려놓고 따뜻하게 보온시키는 것도 이 당시의 풍경이다.
 
80년대는 도시락 용기 재질에 큰 변화를 가져온 시기다.
 
양은 도시락보다 휴대하기 가벼운 플라스틱 도시락이 큰 인기를 끌었고 난로 위에 올려놓지 않아도 보온이 유지되는 보온 도시락도 이 때 등장했다.
 
보온 도시락은 장시간 음식 온도를 유지시켜 주기 때문에 따뜻한 국물이나 차가운 냉채가 도시락 메뉴로 각광받게 됐다.
 
경제성장이 급속도로 이뤄진 90년대 이후는 학교급식이 보편화되면서 소풍이나 현장학습, 야유회 등 특별한 날에만 가져오는 음식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가정에서 먹는 일반식 보다는 김밥이나 유부초밥, 볶음밥 등의 메뉴가 인기를 끌었다. 또한 전문 업체가 아닌 가정에서 직접 요리해 도시락을 싸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프리미엄 도시락 `인기`..최고 음식 싸게 먹는다
 
2000년대에 들어와 맛, 영양, 가격의 삼박자를 갖춘 전문 도시락 업체들이 잇달아 생겨났다.
 
도시락 전문 업체들은 저마다의 노하우를 내세워 다양한 종류의 도시락을 출시했다.
 
한식은 물론 일식, 중식도 손쉽게 맛 볼 수 있고 다이어트 도시락, 편의점 도시락 등 자신의 기호와 성향에 맞는 맞춤형 도시락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최근에는 알뜰 메뉴라는 도시락에 대한 인식이 점차 바뀌면서 다양한 메뉴와 고급스러운 맛을 느낄 수 있는 특선, 명품 도시락 등의 프리미엄 제품들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호텔도 프리미엄 도시락 열풍에 가세했다.
 
명동 롯데호텔은 외국인 비즈니스맨과 도심 주변 직장인들을 위해 ‘아침 투고박스’를 출시했다.
 
크루아상 2개와 오렌지, 커피, 보타니 주스, 에비앙 워터로 구성된 3만 원대의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직장인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신라호텔 일식당 아리아께에서 판매하는 테이크아웃 사시미 도시락은 8만 원에 스시, 조림, 튀김, 샐러드 등 일식의 다양한 요리를 한 번에 맛볼 수 있어 비즈니스맨들을 중심으로 찾는 이가 많다.
 
패밀리레스토랑도 예외는 아니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인기 메뉴인 찹스테이크 도시락을 출시했으며, TGIF는 고객들의 요청에 따라 올해 도시락 메뉴를 출시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스테이크 메뉴를 선보였다.
 
가격 경쟁력으로 대중화에 성공했던 프랜차이즈 업체도 관련 상품을 출시했다.
 
본도시락은 프리미엄 한식 도시락의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워 튀김일색의 저가 도시락과 차별화하는 전략을 세웠다.
 
전 메뉴를 흑미밥으로 구성하고, 1만원대의 명품도시락에는 황태채무침, 매실장아찌, 명란젓 등의 고급 반찬을 기본 반찬으로 구성했다.
 
또 대한민국 조리기능장(Master Craftsman Cook)에서 복어, 일식, 한식 부문 조리기능사를 획득한 김경수 기능장을 본아이에프의 메뉴개발을 담당하는 '본연구소'로 영입해 프리미엄 제품의 맛과 영양을 한층 강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락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면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방식은 그대로 유지하되 맛과 영양, 가격대를 다양화시켜 메뉴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며 "시대에 따라 도시락을 즐기는 모습과 방식은 다르지만 먹거리에 대한 안전성과 영양가 높은 웰빙 식단에 대한 가치는 더욱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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