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혐의 '절반 무죄'..항소심서 불꽃 공방 예상
입력 : 2012-08-16 17:36:27 수정 : 2012-08-16 18:10:5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김승연 한화(000880)그룹 회장(60)이 회사와 주주들에게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입힌 혐의 등으로 징역 4년에 벌금 51억원을 선고받고 16일 법정구속됐다.
 
김 회장에게 적용된 공소사실은 ▲특경가법상 횡령과 배임 ▲업무상횡령 ▲특가법 위반(조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 ▲조세범처벌법 위반 등 다섯 가지다.
 
재판부는 재벌총수에 대해 이례적으로 징역형을 선고함과 동시에 김 회장을 법정구속했다. 그러나 유죄에 대한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며 주된 공소사실 중 절반 정도를 무죄로 선고해 검찰의 판단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여기에 한화측도 "김 회장의 공동정범 등에 대한 유죄인정에 대해 법률적 다툼의 소지가 상당히 있다"며 즉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부분에 대한 김 회장측의 반대 주장과 무죄로 선고된 혐의부분에 대한 검찰측 유죄 입증으로 항소심에서 다시금 불꽃 튀는 법정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 무죄
 
재판부는 김 회장이 지배주주로서 본인과 경영기획실의 영향력을 이용해 한화그룹 계열사들을 동원해 부실회사인 위장계열사 한유통과 웰롭, 부평판지에 부당지원하게 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 회장은 홍동옥 전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재무팀장과 어성철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재무팀 부장과 함께 짜고 2004~2006년까지 이들 회사에 대해 900억원 상당의 지급보증과 연결자금 제공 등 부당지원을 했다.
 
한유통과 웰롭은 김 회장의 동생인 호연씨가 1989년 설립한 한화유통(현 한화갤러리아) 관련 위장계열사로 한유통은 편의점사업, 웰롭은 물류사업을 하고 있다. 또 부평 판지는 김 회장의 어머니가 지분 100%를 실명·차명으로 소유한 회사이다.
 
재판부는 김 회장의 부당지원 혐의에 대해 "임무위배행위로 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화그룹 계열사는 이들 회사에 대한 지원으로 실질적인 손해를 입은 바가 전혀 없는 등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무죄로 선고했다.
 
◇누나에 '동일석유 저가 양도' 혐의 유죄
 
김 회장이 동일석유를 누나에게 인수시키면서 계열사 한양상사 등이 보유하고 있는 동일석유 주식을 누나측에 양도하도록 해 계열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회장이 홍 전 팀장과 2005년 9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김 회장의 어머니가 소유한 동일석유를 누나에게 넘겨줄 것을 요청함에 따라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동일석유 주식을 저가에 누나에게 양도하도록 한 점이 인정된다"며 "이로 인해 계열사들에게 142억원의 손해를 가한 점은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김 회장이 한화그룹 계열사 등의 주식을 차명으로 소유하면서 주식거래에 따른 양도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홍 전 팀장 등과 공모해 2004~2007년까지 26억원 상당의 양도소득세를 포탈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 산정에 대한 방식이 잘못됐다”며 포탈세액을 15억원만 인정해 일부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김 회장이 홍 전 팀장과 공모해 2007~2008년 김 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하는 태경화성, 에스앤에스에이스 등 4개 회사가 공정거래법상 한화그룹 계열사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자료를 고의로 누락한 점에 대해서는 전부 유죄로 판결했다.
 
◇장남에 '한화S&C 주식' 저가매각 무죄
 
이밖에 한화S&C 주식의 저가매각으로 인한 업무상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한화S&C는 (주)한화와 김 회장이 주주로 있는 한화그룹 내 IT회사로서, 김 회장은 홍 전 팀장과 (주)한화 대표이사 남모씨와 공모해 한화S&C의 경영권을 김 회장의 세 아들에 승계시키기로 하고 2005년 6월 (주)한화가 보유한 한화S&C 주식을 장남에게 매도했다.
 
이 과정에서 주당 22만9903원의 가치가 있는 한화S&C 주식을 주당 5100원에 저가로 매도했다. 이를 위해 김 회장 등은 모 회계법인 파트너 회계사인 김모씨를 끌어들여 한화S&C의 주식가치가 4614원이 나오도록 가치평가보고서를 조작했다.
 
재판부는 "장남에 대한 매각과정에서 임무위배의 정황이 보이기는 하나 당시 한화S&C의 재무상황은 상증세법에 따른 평가에 의할 경우 주당 약 517원에 불과했던 점, 이 시점 이후 한화S&C의 수익이 개선된 것은 추후 이뤄진 유상증자와 한화그룹의 일감 물어주기 등에 따른 것인 점, 법원 감정결과 주당 4614원이라는 가격은 미래현금할인법에 따른 가치평가의 합리적인 범위 안에 있는 가격으로 윤리적 비난 가능성은 있어도 형사법상 유죄증명은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재벌그룹 회장 장남에 대한 편법승계로 많은 시민단체의 비판을 받고 있지만 양형위원회 양형기준 적용으로 형량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것에 상응해 유죄에 대한 엄격한 증명을 요구한 결과 무죄로 인정된다"며 이 부분에 대한 무죄 판단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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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