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키코 피해' 중소기업들, 악몽 딛고 일어설까?
입력 : 2012-08-31 21:21:32 수정 : 2012-09-02 09:24:15


[뉴스토마토 윤성수 기자] 앵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발생한 키코사태, 여러분 모두 기억하실 겁니다. 여러 건실한 중소기업들이 줄도산을 맞는 등 피해가 아주 심각했는데요, 최근 은행 책임을 70%까지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피해 중소기업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은행들이 항소를 준비하는 등 진통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키코사태의 현실과 전망 자세히 알아봅니다. 법조팀 윤성수 기자 나왔습니다.
 
윤기자, 우선 2008년 당시 피해 상황을 한번 짚어보죠,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피해를 봤고 피해액은 얼마나 됩니까.
 
기자) 네. 그 전에 키코 상품에 대해 다시 한 번 말씀 드리는 게 이해를 도울 수 있겠는데요, 키코상품이라는 것은 환율이 약정한 일정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미리 약정한 환율로 달러를 팔아 이익을 낼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입니다. 하지만 환율이 약정범위를 넘어 급등하게 되면 기업이 비싼 값에 달러를 사서 은행에 싸게 팔아야 해 기업이 큰 손실을 입게 되는 구조지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원-달러 환율이 크게 뛰면서 은행과 키코상품 계약을 맺은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치명적인 손해를 입었습니다.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에 따르면 2008년 이후 환율이 급등하며 471개 기업에 3조4000억원대의 손실을 끼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그 이후에 피해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은행들을 상대로 소송을 내기 시작했죠? 공동대책위원회까지 만들어서?
 
기자) 네, 그렇습니다. 키코 공대위가 처음 출범할 때에는 217개 기업이 소송에 참여했지만 지금은 130곳만 1, 2심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그 사이 40여 곳은 부도로 폐업했고, 나머지 기업들은 은행과 타협하고 소를 취하했습니다.
 
앵커) 재판 결과 이야기를 해보죠. 당시 환율 급등은 은행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또 위험을 무릎쓰고 키코상품 계약을 한 기업들도 책임이 있다, 이런 취지의 판결이 많았는데요. 배상률도 아주 적었죠?
 
기자) 네, 방금 말씀하신대로 당시 상황과 기업들의 과실이 많이 참작이 됐고요. 최근까지는 보통 피해액의 10~20%, 많이 인정 돼봤자 50%까지 인정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23일 테크윙 등 피해기업 네곳이 키코상품을 판매한 하나은행 등 네 개 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는 최고 70%까지 피해액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기업이 과거 키코 거래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거래경험만으로 기업이 손해를 인식하지 못했다면 은행은 키코 가입으로 인한 손해 가능성에 대해 더욱 자세히 설명을 했어야 한다"며 은행 측의 책임을 인정해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습니다.
 
또 "은행 측은 '자신이 예상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기업에게 제대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는데도 '키코 사태'와 같은 위험이 발생해 많은 이익을 취득했고, 결과적으로 기업은 많은 손해를 입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네, 이번 판결은 상당히 전향적인 판결인데요, 법률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네 우선 가장 두드러진 점은 거래경험이 은행 측 설명의무의 경감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재판부가 명확히 한 것입니다.
 
이번 소송에서 피해 중소기업들을 대리한 김성묵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서 키코를 파생상품에 변형을 가해 복잡하게 만든 '구조화한 금융투자상품'으로 규정했다"며 "기업의 거래경험이 은행 측 설명의무의 경감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 기업보다 은행의 과실책임을 더 크게 인정한 것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네, 앞으로 항소심이나 또 1심에 계류중인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되는데요. 그런데 항소심 판결이 상당히 늦어지고 있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 점이 자금력이 부족한 피해중소기업들에게 참 힘든 점인데요. 현재까지 대략 200여곳의 피해기업들이 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 등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대부분 패소한 뒤 항소했습니다.
 
현재 판결이 선고된 항소심 사건은 19건에 불과하고 나머지 100여건은 1년8개월 동안 재판이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1년 8개월이면 상당한 시간인데 무슨 이유라도 있습니까?
 
기자) 네. 현재 대법원에는 키코상품에 대한 손해배상 등 청구소송 15건이 계류 중입니다. 워낙 피해기업이 많은 데다가 사회적인 파장이 커서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보자. 이런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앵커) 피해 중소기업들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상당히 고무되어 있겠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동안 주도적으로 키코 피해대책 마련에 나섰던 공대위도 위원장단을 새로 꾸리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습니다. 바로 어제 기자회견을 갖고 언론 등에 키코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기도 했는데요.
 
정석현 공대위 공동위원장은 "키코 사태는 조기에 조치를 취하지 않은 금융당국의 직무유기"라며 "키코로 손해를 본 기업들을 구제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외환위기 이후 금융권이 저질러온 탐욕을 밝혀내 기업이 쌓아온 것이 허무하게 허물게 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조붕구 부위원장은 "앞서 키코로 손실을 본 30여개 기업과 키코 상품을 판매한 7개 은행 임원이 만나 타협 등을 모색했으나 은행 측의 불성실한 태도로 결렬됐다"며 "사실상 합의한다는 것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부 혹은 국회에서 중재를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은행과 협상할 여지도 있다고 밝히면서 협상에 나설 거라면 보다 책임있는 자세로 임하라고 주문했습니다.
 
공대위는 또 대선정국이 시작된 만큼 키코사태의 문제를 공론화해 피해기업들에 대한 보상과 2차적인 피해 또는 유사한 피해가 발생하지 못하도록 정책 입안 등을 촉구하는 활동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자 이번 소송에서 아주 전향적인 판결이 나온 만큼 추가 소송도 많이 늘어나겠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은행들이 적극 항소 의사를 밝히고 있고 사안별로 상황이 조금씩 달라 항소심에서 이번 판결이 유지될지는 미지숩니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 대한 기대로 소송에 참가하려는 피해중소기업들이 늘고 있어 추가적인 ‘키코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입니다.
 
공대위 관계자는 "판결 소식을 들은 기업으로부터 지금이라도 소송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묻는 문의전화가 많이 걸려온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하지만 "소송으로 구제받기 위해서는 3년으로 정해진 소멸시효 기간을 유념해야 한다"며 "계약 시기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꼼꼼한 확인이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앵커) 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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