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정신 못차린 의료·제약.."성찰이 먼저다!"
입력 : 2013-03-04 16:43:38 수정 : 2013-03-04 16:46:12
[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경제민주화가 시대흐름으로 자리한 2013년. 새 정부는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 복원'에 방점을 찍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곳이 있다. 의료·제약산업 분야다. 정부가 도입한 쌍벌제를 포함해 리베이트 처벌에 노골적인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
 
보건복지부는 2010년 11월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을 천명했다. 그동안 관행으로 치부되던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하고 투명한 시장을 만들기 위한 취지였다. ‘이제 주지도 말고 받지도 말자’는 구호마저 등장했다. 제약업계를 상대로 리베이트를 요구하던 의료계에 날벼락이 된 이유다.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된 지 2년. 불행히도 리베이트는 더욱 지능화됐다. 올해 초 업계 1위 동아제약은 48억원의 리베이트가  정부합동단속반에, CJ제일제당 제약은 46억원의 리베이트가  경찰청에 각각 적발됐다. 두 제약사의 리베이트 규모만 100억원에 육박한다.
 
쌍벌제 시행 이후(2011년1월~2012년4월) 검찰, 경찰, 복지부, 공정위 등 사정당국의 리베이트 수사 결과를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제약사를 포함해 의약품 도매상 54곳이 리베이트를 건네다 적발됐다. 이 과정에서 의사 2919명, 약사 2340여명이 제약사들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것이 드러나 처벌됐다.  
 
의료인들과 제약업계가 머리 숙여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의료·제약업계는 반성은커녕, 오히려 쌍벌제 시행으로 서로 피해자임을 주장하고 나섰다. 의료인들은 “쌍벌제가 의사들을 부도덕한 단체로 몰아가는 제도”라고 주장, 제약업계 역시 “불법과 합법의 리베이트 규정을 정확히 해 달라”며 사실상 리베이트 영업관행을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야말로 '적반하장'이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대한의사협회와 한국제약협회가 손잡고 쌍벌제 개선 마련에 본격 착수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쌍벌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사실상의 ‘반기’인 셈이다. 두 협회장은 최근 서울 시내 호텔에서 회동을 갖고, 쌍벌제 개선을 위한 ‘의·산·정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불법으로 추락한 시장을 투명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를 두 협회가 이해관계를 목적으로 스스로 빗장을 풀겠다는 것이다. 
 
국민의 비난 여론에 아랑곳 않고 ‘밥 그릇 챙기기’에만 혈안이라는 지적이 바로 이어졌다. 
 
의약품 리베이트가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이유 중 하나는 최종 소비자가 리베이트 거래로 인해 인상된 만큼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인상 요인이 불법이기에 문제의 심각성은 크다. 경쟁 없이 관행으로 유지되는 시장을 위해 인상분을 고스란히 국민이 부담하는 것이다. 물론 의료계와 제약업계로선 이보다 더 편한 '영업'이 있을 수 없다.  
 
미국은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를 보건의료 사기로 보고 엄격하게 처벌할 뿐만 아니라 손해를 적극적으로 환수하고 있다. 소비자시민모임에 따르면 미국 보건부가 최근 8년간 보건의료 사기에 대한 민사소송을 통해 환수한 금액만 200억달러(약 21조원)에 달한다.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위해 의약품 리베이트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정부가 더 엄격한 쌍벌제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의료·제약업계는 이해에 매몰돼 반대 목소리를 강화하기보다 성찰과 반성을 전제로 경쟁력 강화라는 본질적 대안을 찾아야만 한다. 신뢰를 잃어버린 첫 출발점은 자기반성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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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