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전당대회에도 존재감 희미..'격세지감' 민주당
어쩌면 이미 고통없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상태일 수도
입력 : 2013-04-18 16:45:08 수정 : 2013-04-18 16:47:40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그야말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대선 전과 후를 비교해서 보면 신세가 처량하게 됐다는 얘기가 절로 나온다. 민주통합당 이야기다.
 
민주당은 5.4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국을 순회하며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합동연설회를 갖고 있다. 그러나 김한길 후보의 독주 속에 민주당 당권 레이스는 처참할 정도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민주당은 잘 나갔다. 한명숙 대표 시절엔 인기 없는 이명박 정부와 총선 승리 기대감 덕에 당 지지율이 40%에 육박할 정도였다. 한나라당은 졸지에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간판까지 새누리당으로 바꿨다.
 
비록 19대 총선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했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127석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이 있었다. 이해찬호가 들어서고 문재인 의원이 대선 후보가 되면서 정권교체가 눈앞에 다가온 듯 했다.
 
문재인 후보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 22일 동안에는 취재진의 열기도 뜨거워 문 후보의 동선을 쫓는 기자단 버스가 3대나 됐다. 민주캠프가 꾸려진 영등포 민주당사는 기자들로 발을 디딜 곳이 없었다. 정확히 지난해 12월19일까지의 얘기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지만 대선 패배 이후 문희상 비상대책위원회의 '회초리 투어'를 취재하기 위해 다시 오른 민주당 버스는 한산했다.
 
지난 1월18일 대전·충남 '회초리 투어'에 동행한 대변인실 관계자는 "기자가 적게 와서 비싼 점심을 먹게 됐다"며 민망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런데 이러한 기류는 차기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있는 지금도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지난 12일 컷오프 예비경선이 열린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현장은 열기가 느껴졌던 지난해 1.15·6.9 전대와는 사뭇 달랐다.
 
"뼈를 깎는 혁신"을 외쳤던 문희상 비대위는 나름 4.24 재보선이 열리는 지역들을 방문하며 노력하고 있지만 5.4 전대는 '그들만의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역 순회 합동연설회의 흥행도 참패 수준이다.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멀어진 세간의 관심을 다시 모으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안철수 전 교수는 여의도 입성에 성공하면 신당 창당이 점쳐진다. 지금 상태의 민주당에게는 사실상의 사망선고가 될 수도 있는 파급력을 갖고 있는 일이다.
 
또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도 지금처럼 말로만 혁신하겠다면서 알량한 기득권을 가지고 계파로 나뉘어 진흙탕 싸움을 벌이면 사망선고는 기정사실이 된다.
 
전당대회를 한다는 데도 도대체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127석의 제1야당. 민주당은 어쩌면 지금 큰 고통없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상태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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