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바이러스 감염 사료 제공한 회사 돼지콜레라 책임져야"
입력 : 2013-05-13 06:00:00 수정 : 2013-05-13 06: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양돈 농가에서 기르는 돼지들이 돼지콜레라(돼지열병)로 집단 폐사한 경우, 그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가 양돈농가에서 흔히 발견되는 바이러스였더라도 공급받은 사료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고 돼지콜레라의 발생 시점도 사료 공급 이후라면 사료를 공급한 회사가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양돈농장을 운영하는 정모씨(57)가 "바이러스에 오염된 사료를 공급해 기르던 돼지가 집단 폐사해 손해를 입었다"며 사료회사인 K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13일 밝혔다.
 
◇대법원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가 공급한 벌크사료뿐만 아니라 밀봉된 포대사료에서도 PCV-2 바이러스가 발견됐다면 사료공급 당시부터 사료가 바이러스에 오염되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사료 공급일로부터 20일이 지나 검사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사료가 농장에서 바이러스에 전염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대한양돈협회가 전국 농가에 대해 위험도를 조사한 결과 PCV-2 발생 위험이 높았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조사 농가 돼지가 모두 PCV-2에 감염됐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고 원고의 의뢰를 받은 조사팀이 원고가 전에 공급받은 다른 회사의 사료에 대한 검사를 하지 않았더라도 이것이 피고 공급사료의 오염시기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가 공급한 사료에는 사회통념상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합리적 안전성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이 있었고 비록 원고가 돼지열병 백신접종 권장사항을 일부 준수하지 않은 점이 피해 발생에 기여했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며 "피고는 원고에게 사료 결함으로 인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고,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정씨는 충주시 인근에서 양돈농장을 운영하면서 2005년 3월부터 한 달 동안 K사로부터 포대사료 3톤을 공급받아 사용하다가 같은 해 5월부터는 포장되지 않은 대량 사료인 벌크사료를 공급받아 돼지들에게 먹였다.
 
그런데 벌크사료를 사용한 당일부터 돼지들이 죽기 시작하더니 약 20일간 돼지 총 61두가 폐사했고 K사가 초빙한 수의사가 돼지들을 살핀 후 '만성소모성질병'으로 진단하고 처방한 뒤 부터는 돼지들이 집단 폐사하기 시작했다.
 
정씨는 충북 축산위생연구소에 가축질병 진단을 의뢰했는데 이때 돼지콜레라로 진단됐고, 당시 진단팀의 조사결과 돼지콜레라를 유발할 수 있는 PCV-2 등 바이러스가 K사로부터 공급받은 벌크사료와 밀봉사료에서 발견됐다. 이후 정씨는 충주시장의 명령으로 돼지 1500여두를 살처분한 뒤 K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에 K사는 PCV-2는 양돈농가에서 쉽게 검출되는 바이러스인데다가 농림부가 돼지콜레라 예방 접종을 40일령 1차 접종, 60일령 2차 접종을 하도록 하고 있는데도 정씨가 40일령 1차 접종, 100일령 2차 접종을 실시함으로써 농림부의 권장사항을 준수하지 않은 잘못으로 돼지콜레라가 발생한 것이므로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1심 재판부는 K사의 책임을 인정하면서, 다만, 정씨가 예방접종 권장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점을 감안해 배상책임을 50%로 제한하면서 정씨에게 모두 1억3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K사의 주장과 함께 조사팀이 정씨가 이전에 공급받아 사용하던 사료에 대해 조사를 하지 않은 점을 인정하면서 돼지콜레라 발생을 K사의 책임으로 단정할 수 없다며 K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정씨가 상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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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