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포스코 잔혹사..정준양 후임은 누구?
입력 : 2013-09-13 14:57:11 수정 : 2013-09-13 15:00:50
[뉴스토마토 김기성·최승근기자] 청와대가 정준양 포스코 회장(사진)의 자진사퇴를 재확인하면서 관심은 교체 배경과 후임 인선에 쏠리게 됐다. 정권 교체기마다 있어왔던 포스코 회장 교체라는 잔혹사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재연될 전망이다.
 
교체 배경을 놓고 유력한 해석은 ‘이명박의 사람’이라는 점이다. 정 회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듬해인 2009년 2월 이구택 회장을 대신해 포스코 수장에 올랐다. 이 회장은 국세청에 세무조사 로비를 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었다. 그러다 2009년 1월 임기 1년2개월을 남기고 전격 사임했다. 정부의 전방위 압박에 결국 무릎을 꿇은 것으로 재계는 해석했다.
 
정 회장은 정권 최고 실세로 불리는 이른바 영포라인의 힘을 빌려 포스코 수장에 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포스코 회장 선임의 중심에 있었다는 게 여러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또 한 사람, 포항 출신인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도 깊숙이 개입됐다. 제이엔테크는 포스코 하청업체다. 이들 뒤에는 이 전 대통령과 그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있었다.
 
이들 세 사람은 당시 이구택 회장의 후임자로 유력했던 윤석만 당시 포스코 사장과 정준양 포스코건설 사장을 잇달아 만나 사실상의 면접을 봤다. 또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과 이구택 포스코 회장을 만나기도 했다. 이후 판세가 급변했다. 영포라인의 간택 끝에 정준양 체제가 출범했고, 이후 제이엔테크는 급성장했다. 제이엔테크가 취한 막대한 이권은 박 전 차관에게 흘러들어갔을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때문인지 청와대에서는 “정 회장이 스스로 물러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민정수석실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정 회장의 개인비리를 입수했다는 얘기도 여의도를 중심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3일 있었던 국세청의 세무조사도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포스코 회장에 대한 인사권이 없는 청와대로서는 잡음 없이 정 회장 스스로 물러나는 게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로 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런 구상이 순조롭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또 다른 교체대상인 이석채 KT 회장이 청와대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정 회장도 버티기 모드로 돌입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과 그의 부인 서향희 변호사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정 회장이 이들을 동원해 임기를 채우려 한다는 것인데, 아직까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 회장은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했고, 임기는 2015년 3월까지다.
 
정 회장의 경영실적을 교체 배경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그가 취임할 당시 35개에 불과하던 포스코 계열사는 지난해 3월 기준 70개로 급격히 늘었다. 2009년 이후 3년간 외형 확장에 무려 5조원 가량을 쏟아 부었다. M&A 등을 통해 무리하게 사업 다각화에 매달린 결과다. 정 회장은 비판에 직면하자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올해 말까지 계열사 수를 40여개로 줄인다는 목표다.
 
실적도 급격히 악화됐다. 정 회장 재임 기간 대내외 경기침체가 이어졌지만 포스코의 경쟁력을 감안하면 지나친 부진이라는 평가다. 2010년 5조4355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3조6531억원으로 고꾸라졌다. 올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90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5%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3분기 연속 1조원 클럽 재진입에도 실패했다.
 
영업이익률의 추락도 두드러졌다. 2005년 27.2%를 기록, 3년간 20%대에 머물던 영업이익률은 정 회장 취임 첫 해인 2009년 11.7%로 급락하더니 급기야 지난해에는 한 자릿수대로 떨어졌다. 올 2분기에도 영업이익률은 5.8%에 그쳤다.
 
동시에 재무구조도 악화됐다. 2009년 4조원에 불과하던 순차입금이 지난해 18조5000억원으로 급증했다. 2009년 18조6000억원이던 부채총계는 올 6월 말 기준 39조7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치솟았다. 또 같은 기간 60%대에 머물던 부채비율은 90%가 넘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실적 및 재무구조 악화의 주된 원인으로 세계 철강업 부진 외에 무리한 외형 확장과 자회사의 부실 등을 꼽고 있다.
 
그러면서 신용등급도 일제히 하락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무디스는 2011년 초 A2였던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그해 10월 A3로 하락하더니, 2012년 10월에 다시 Baa1로 강등됐다. 올 4월에는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기까지 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2011년 이후 A0에서 A-, 다시 BBB+로 두 차례에 걸쳐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당연히 주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2010년 1월 주당 63만원을 넘던 포스코 주가는 올 6월 30만원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주주총회에서는 성난 주주들이 정 회장의 경영력 부재를 질타하기까지 해 진땀을 흘려야만 했다. 세계 최고의 철강 경쟁력이 수장을 잘못 만나면서 허우적대고 있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그렇다면 정 회장 후임으로는 누가 거론될까. 아직 구체적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이들은 없어 보인다. 몇몇이 거론되고 있지만 자가 발전한 군불 때기일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다만 박 대통령 주변의 원로그룹에서 차기 인사를 주도하고 있다는 얘기가 유력하게 전해지고 있다.
 
◇서울 강남 대치동에 위치한 포스코센터(사진=포스코 )
7인회 좌장 격인 김용환 새누리당 상임고문을 키맨으로 지목하는 이들도 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과 재무부 장관을 지낸 이력 탓에 포스코 원로그룹인 중우회와 친분이 두텁다. 이 경우 이른바 박태준 사단 내에서 차기 회장이 나올 가능성도 크다.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태준 명예회장은 산업화를 이끌며 포항제철 시대를 열었다.
 
한편 지난 2010년 변경된 포스코 정관 29조는 대표이사 회장의 선임과 관련해 이사회 결의에 의해 사내이사 중에서 선임하며, CEO후보추천위원회의 자격심사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새로운 사내이사 후보가 대표이사 회장 후보가 되는 경우 이사회는 CEO후보추천위원회의 자격심사를 거쳐 해당후보 1인을 주주총회에 추천하며, 이사회는 그 후보가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된 경우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토록 하고 있다. 현 사내이사가 아닌 외부 인사의 회장 선임 길도 열려 있는 셈이다.
 
현재 포스코의 사내이사는 총 5명으로, 정준양 포스코 회장을 비롯해 박기홍 기획재무부문장, 김준식 성장투자사업부문장, 장인환 탄소강사업부문장, 김응규 경영지원부문장이 있다. 이중 박기홍, 김준식, 장인환 각 부문장은 정 회장과 더불어 포스코를 대표하는 대표이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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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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